[우희종의 '생명'] 통속의 삶에서 진보라는 것

2023.02.21 06:00:00 13면

 

다양한 사회적, 정치적 사안이 부딪히는 사회는 사람들의 모임 장소이자 이들의 욕망과 삶의 가치관이나 태도가 서로 엉켜 삶의 현장이 펼쳐지는 곳이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의 욕망 속에 울고 웃는 삶의 현장은 종종 세속이란 말로 표현된다.

 

사회에서 이념이나 종교의 특정 가치를 위한 탈속적 삶의 모습도 쉽게 볼 수 있지만, 아무리 탈속적 가치를 추구한다 해도 그러한 가치의 최종적 구현은 결국 다시 세속 현장으로 돌아와 세상과 함께 하는 것이다. 세속이란 인간의 삶이 관념과 현실 속에 통합적으로 마무리되는 곳이다. 숭고한 이념이나 종교적 가치가 지식인의 엘리트주의나 종교인들의 비현실적 이상이 아니라 세속 현장에 구현되는 시도와 노력은 인간적 모습이다.

 

세속과 유사한 개념으로 통속이란 말이 있다, 간혹 탈속적 가치를 강조하는 종교 집단에서는 세속은 곧 통속이 되어 그리 환영받지 못하는 형태로 거론되지만, 통속은 세속의 자연스런 모습이자 흐름의 표현이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 어우러져 사는 모습은 세속적이지만, 동물적 욕망에 의해 펼쳐지는 것이 통속적이다. 예로부터 흔한 예를 든다면 배우자 선택에서 돈과 사랑 사이에서 돈을 선택한다면 통속적이다. 사랑이나 가치 보다는 편한 삶을 위한 자연스런 선택이기에 이는 인간이 근간하고 있는 생물학적 내지 동물적 모습이다.

 

세속적 삶이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사회적 내지 집단에 대한 책무에 충실한 모습이 있고, 그런 주변에 대한 책무보다는 개인 욕망에 충실한 모습도 있다. 물론 사람에 있어서 어느 한 면만이 있다기보다는 어느 성향이 더 있느냐의 문제이기는 하나, 전자는 이웃과 주변에 대한 책무 수행에 가치를 두고, 후자는 최종적으로 개인의 말초적 만족과 즐거움이다. 전자는 가치나 이념을 위해 인내하고 부지런히 노력하는 것으로, 후자는 개인의 편안함 추구 속에 게으름이나 욕망 만족을 위한 선택으로 삶을 만들어 간다.

 

우리 사회를 뜨겁게 만들고 있는 진보 보수라는 정치적 구도 역시 넓은 의미에서 이 안에 있지 않을까. 정치 현장에서 이웃과 함께 하며 책무를 다하려는 열린 성향이 진보를 이룬다면, 개인이나 자신 집단만의 편안함이나 권력이나 경제적 이득을 위한 욕망 만족을 추구한다면 보수로 간다는 이는 마치 동물의 왕국에서 보듯 아무리 오래 동안 함께 했건 나이든 수컷을 버리고 젊은 숫컷을 선택하는 모습이 자연스러운 것이되 그것은 통속적이요, 비록 나이들어 병든 부모를 방치하기보다는 모시고 함께 한다면 세속적이기는 하나 통속적이라 하지 않는 것과 같다.

 

세속은 평범한 세상을 말하지만, 통속은 일반적인 것을 의미한다. 그 점에서 시대와 문화에 불문하고 변치 않는 것이 진실이되, 특정 시대나 문화에서 다수의 일반인들이 수용하는 가변적인 것이 사실이라는 구도와 다르지 않다. 인간사회는 사실로 움직이기 때문에 다수가 힘을 발휘하지만, 개인의 선택으로서 세속적으로 살면서도 동물과 달리 사람답게 사는 길을 고민하다면 통속적일 필요는 없다. 본인의 삶을 어느 위치에 두어 구현해 갈 것인가는 전적으로 각자의 몫이지만, 속한 집단이나 사회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생각하면 조금은 인간적인 사회로 나아가지 않을까 한다.

우희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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