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사색] 안보 딜레마

2023.02.22 06:00:00 13면

 

 

어느 정도 예견된 행동이지만 근래 북한의 도발 행태가 심상치 않다. 18일의 ICBM시험발사에 이은 19일의 김여정부부장의 담화, 미국 B-1B전략폭격기의 한반도 전개 관련한 한미공군 연합호위 훈련 실시에 따른 20일 반발성 미사일 발사 등 한반도 안보 상황이 매우 불안하다. 이에 대해 독일에서 한ㆍ미ㆍ일 외무장관들이 공동 기자회견을 가지며 북한의 도발에 대한 강력한 규탄성명, 우리 당국(국방부, 통일부)도 강도 높은 비난과 대항 결의를 다지고 있다.

 

손자병법의 지피지기백전불태(知彼知己百戰不殆)를 생각한다. 김여정의 담화 내용의 메시지는 나름 분명하다. 미국의 대조선적대시 정책의 전환 없는 대화 제의에 분명한 반대 의사를 표시하면서 한미연합훈련에서의 전략자산(B-1B 전략폭격기나 핵 항공모함 등) 전개에 대해 ‘매우 강력한 압도적 대응’을 하겠다고 했다. 특히 남한에 대해 ‘바보들에게 일께어 주는데 ICBM으로 서울을 겨냥하는 일은 없을 것’, ‘우리는 여전히 남조선 것들을 상대해 줄 의향이 없다’는 식의 막말과 거친 언사를 사용하며 조롱을 하고 있다. 기분이야 몹시 상하지만 그래도 북한의 저의(real intention)을 제대로 파악하고 문제해결의 길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국에 대해서는 리비아식의 굴복은 절대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 보이며, 남한에 대해서는 표면상으로는 상대하지 않겠다고 하지만 우리에게 한 번 잘 생각해 보라는 충고의 메시지가 보인다.

 

‘자주, 평화, 민족대단결’을 약속했던 ‘72년 7·4 남북공동성명을 시작으로 2018년 평양공동선언 까지 많은 민족공조 합의를 무시하는 지금의 당신들 행동은 미국의 꼭두각시가 아니냐, 같은 민족인데 그럴 수 있느냐는 하소연도 있는 것 같다. 북침 준비를 위한 한미 연합훈련에 대비해 핵과 미사일을 개발한다는 북한의 주장이나 너희들이 핵미사일로 우리를 위협하니 동맹국가인 미국과 연합훈련을 하는 것은 당연한 우리의 권리다, 라는 식의 떠넘기기식 비판과 책임회피는 무의미하다. 핵심은 한반도의 평화 안정을 어떻게 담보할 것인가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우리의 안보를 담보하겠다는 정책이 상대방의 불안을 초래하여 더 강한 군사력 강화를 가져오게 되는 ’안보 딜레마‘ 상황이 바로 현재의 한반도 상황이다. 핵미사일을 포기하면 대화하겠다고 하면서 대화를 방치함은 남북 공멸의 길이라 확신한다.

 

미국의 속내도 잘 파악해야 할 것이다. 미중갈등상황에서 군사적 우위 확보 전략의 일환으로 미국은 한미일 MD(미사일방어)체계 확립과 한반도에 사드 포대의 추가 배치를 위해 현 북한 미사일 도발 상황을 활용할 생각을 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과거 사드배치 시 중국의 반발로 곤혹을 치렀던 일이 되풀이 될까 걱정도 된다. 북한의 발악에 가까운 최근 행태는 국내 식량사정의 악화와 오랜 기간 지속된 대북제재로 북한경제가 한계상황에 왔기 때문일 수도 있다. 굴복을 죽음으로 생각하는 주체적 자폐성 북한 정권의 성격을 생각한다면 우리가 먼저 적극적으로 대화에 나서야 한다. 그런데 현 정부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지...

 

 

이성원
저작권자 © 경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흥덕4로 15번길 3-11 (영덕동 1111-2) 경기신문사 | 대표전화 : 031) 268-8114 | 팩스 : 031) 268-8393 | 청소년보호책임자 : 엄순엽 법인명 : ㈜경기신문사 | 제호 : 경기신문 | 등록번호 : 경기 가 00006 | 등록일 : 2002-04-06 | 발행일 : 2002-04-06 | 발행인·편집인 : 김대훈 | ISSN 2635-9790 경기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 2020 경기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kg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