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대상 또는 일정 지역을 반복해서 관찰하고 이를 부분적으로 옮겨 모아 그리는 방법으로, 사계절에 걸쳐 변화하는 일상풍경을 한 화면에 조금씩 긴 시간 동안 누적시켜 완성해감으로써 산책 당시에 느꼈던 정신적 여유와 위로의 순간을 화면에 불러오려 했다.” (진민욱 작가노트 중에서)
광주 영은미술관은 오는 4월 23일까지 2전시실에서 영은 아티스트 프로젝트 일환으로 진행되는 영은창작스튜디오 12기 진민욱 작가 개인전 ‘펼쳐지고 깊어지는 Unfolding and Deepening’을 개최한다.
진민욱 작가의 작품은 얼핏 한 곳의 고정된 위치에서 바라본 모습처럼 보이지만, 섬세히 들여다보면 여러 시점에서 그려진 자연 속 물체들이 긴밀히 어우러져 하나의 풍경을 이루고 있다.
동양의 전통 산수화에 자주 나타는 산점투시, 즉 다시점 기법이다. 자연을 객체로 보고 묘사하기보다는 그 자체에 스며들고 그 안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재구성해 표현하는 것이다.
진민욱 작가 역시 이와 같은 자연에 대한 태도를 가지고 하나의 사물을 여러 각도에서 관찰해 화폭 위에 옮긴다.
캔버스를 자유롭게 변형하는 진민욱 작가의 작업방식은 어린 시절 할머니 댁에서 보았던 병풍에서 비롯됐다. 병풍 뒤에 숨어 높은 막 너머에 있을 미지의 세계를 상상하며 놀던 기억이 작가를 현재의 작업으로 이끌었다.
첩첩이 접히는 병풍의 형태적 특징은 오늘날 작가의 변형 캔버스에서 그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작가는 실제로 병풍과 같은 화첩 위에 작업하기도 하지만, 입체적 특징을 평면으로 구현해내기도 한다.
작품 ‘Deepen’은 ㄱ자 모양의 캔버스를 상단에 여러 겹으로 이어붙였는데, 이는 보는 이로 하여금 일종의 착시현상을 유도해 작품이 병풍 모양을 한 채 서 있는 듯한 효과를 전달한다. 이것은 작가가 늘 생각해오던 동양화 매체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이라고 볼 수 있다.
진민욱 작가의 또 다른 영감의 원천은 산책이다. 숲의 나뭇잎에서부터 길가에 놓인 화분, 말라비틀어진 나뭇가지까지 곳곳을 걸으며 발견하는 일상 속 자연에게서 작가는 그만의 다양한 서사를 발견하곤 한다. 물체들은 비단으로 만든 캔버스로 옮겨져 작가가 재구성해 만든 세계에서 각자의 이야기로 존재한다.
전시 관계자는 “‘펼쳐지고 깊어지는’ 것은 변형된 캔버스처럼 ‘펼쳐지고’, 그 안에서 여러 서사를 통해 ‘깊어지는’ 사유를 의미한다. 작가가 전시장에 데려온 일상 속 꽃과 풀, 나무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직접 느끼고 사유해보길 바란다”고 전했다.
[ 경기신문 = 정경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