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선일의 오지랖] 마을과 학교를 잇다

2023.03.29 06:00:00 13면

 

사람 사는 일이라는 것이 변화무쌍하여 사람이 짐작하기가 어려운 법이다. 나 역시 삶에서 자유롭지 않기에 오랜 시간 동안 호구지책이었던 연구자의 길을 잠시 접어두고 공공행정이라는 업무 영역에서 일하게 되었다. 자의반 타의반으로 업무 분야를 이동하게 되니 낯설기도 하고 업무에 대한 기대도 가지게 되었다. 내가 새로운 일을 시작하게 된 화성시는 전형적인 도·농복합도시이며 경부선을 중심으로 동쪽과 서쪽의 생활환경이 매우 다른 지역이다. 내가 일하게 된 재단에서는 이러한 지역적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교육적 방안을 찾는 곳이기도 하다.

 

재단에 대한 개략적 업무 파악은 연구자적 호기심을 전제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었다. 내가 가진 정체성의 한계이기도 하고 새로운 교육적 환경을 접하는 일에 대한 흥미이기도 했다. 재단에서 하는 사업은 다양했는데 나중에 기회가 되면 소개할 기회를 가지고 싶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가장 먼저 접했던 사업인 ‘이음터’는 내게 많은 영감을 주었다. 학교와 마을을 연결하는 이음터는 제법 규모가 있는 건물 형태이다. 주 출입구쪽으로는 마을의 시민이 드나들며 이음터에서 진행하는 사업에 참여하고 있으며 학교와 연결된 통로쪽으로는 학생들이 넘어와 수업을 진행하고 있었다(학교와 연결된 통로는 잠겨져 있으며 필요시 학교쪽에서만 열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그곳에서 학생과 보호자가 만나 각자 다른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도 하고 함께 귀가를 하기도 한단다. 더 바람직한 일은 학교가 채워주지 못하는 시설물의 한계를 이음터가 보완해 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면, 실내체육관, 음악실, GX실(춤을 배우는 공간), 무대 공간 등이다. 학교는 사전에 이음터에 사용 신청을 한 후 이용하고 남는 시간은 마을 주민에게 개방하는 방식이다. 시설은 깨끗했고 잘 관리되고 있었다. 이음터를 이용하는 시민의 만족도도 매우 높다고 한다. 다만 아쉬운 점은 이러한 이음터 사업이 더 확장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왜냐하면 신설학교가 만들어지면서 교육청의 학교부지에 화성시의 재원으로 만들어지는 이음터 사업에 많은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며, 이음터 사업의 혜택이 통로로 연결된 학교에게만 돌아가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방의 학교에서도 사용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이음터는 보다 많은 학생과 시민에게 훌륭한 공간을 제공하고 좋은 교육적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이 궁극의 목표일 것이다. 그러나 이용하는 학교가 한정되어 있고 더 많은 시민이 이용할 수 없다고 해서 이음터의 존재 이유가 희석되지는 않는다. 한 사람의 시민이라도 이음터의 이용에 만족을 느낀다면 그 존재 이유는 충분하기 때문이다.

임선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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