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에세이] 4월의 기도 덕목

2023.04.04 06:00:00 13면

 

해 뜨는 아침 산책길에서 올해의 진달래꽃을 본다. 활짝 핀 연분홍 꽃과 아가씨 유두 같이 붉은빛으로 맺혀 있는 꽃봉오리가 볼품이다. 만개한 꽃에는 작가의 느낌을 수신하는 안테나 같은 수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진달래꽃은 언제 보아도 수수하다. 그리고 겸손하다. 조선 땅에서 알게 모르게 피어나 농부의 가슴을 파고들어 안기고 때로는 힘겨운 농부를 위로하는 꽃이다.

 

꽃을 보면 어머니와 아내 생각이 난다. 외국으로 가서 공부하던 아들들의 모습도 떠오른다. ‘함께 보면 좋을 텐데…’싶은 마음이다. 좋은 아침 가라앉은 마음으로 가족을 그리워하며 사랑하는 마음이 우러날 때 나는 ‘행복으로 가는 길’ 임을 깨닫게 된다. ‘멋있는 사람은 가난하여도 궁상맞지 않고 인색하지 않다. 작은 사치를 사랑한다.’ 고 했던 피천득의 문장도 생각난다.

 

얼마 전, 우연히 TV에서 MBC ‘PD 수첩’을 시청하게 되었다. 내용은 무슨 부장 검사인가를 하다 변호사로 있다는 사람의 아들이 어느 고등학교에서 동급생을 괴롭히고 왕따 시켜 피해 학생의 인생이 망가져 가는 사건 취재였다. 반면 가해 학생은 갑질 노릇하며 학교 폭력에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도 제 아비의 힘으로 법 앞에 아무 문제없는 일로 처리되어 서울의 명문 대학에 진학하여 보란 듯이 잘 살고 있다는 내용이다.

 

조심스러운 표현이겠지만 이것이 대한민국의 교육 현장이요. 갑질 사회의 경제대국이라면 나처럼 농부의 자식들 희망은 꿈속의 일이었겠지 싶다. 동물들의 사회를 말할 때 약육강식을 들먹인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동물사회의 생명질서에서 사람보다 나은 점을 얼마든지 발견할 수 있다. 어떤 동물이 제 새끼 잘 먹이고 잘 지내도록 돕기 위해 지능적으로 다른 동물을 못살게 괴롭혀 놓고 숨어서 보이지 않는 웃음을 흘리고 있는가. 힘센 동물이라고 해서 약한 짐승을 수십 마리 잡아 쌓아 놓고 지내는 것을 보았는가. 타고난 그대로 꼭 필요한 먹이만을 구하며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나는 초등학교 다닐 때 나보다 나이가 많은 아이들과 함께 입학하였다. 한국전쟁으로 제 때 입학을 못한 아이들 때문이었다. 그로 인하여 일찍이 학교 폭력에 시달렸으며 중 • 고등학생 때는 자취하며 낯선 동네 아이들에게 을의 입장에서 시달렸다. 그렇듯 힘들게 지내면서 ‘끝을 보자. 먼 훗날 초연히 내 길에 당당히 서리라.’ 그리고 ‘짐승만도 못한 놈은 멀리 하라’는 어머니 말씀을 신봉하며 내 역사를 쓰겠다는 마음으로 글을 쓰며 정 많은 사람이 되고자 했다.

 

4월에는 아이들을 위한 기도의 덕목이 있다. 손자들이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에 입학해 낯선 아이들과 같이 지내야 하기 때문이다. 부디 학교 폭력이나 왕따 같은 일 없이 학교생활이 행복하기를 기도하고 있다. 그리고 감수성을 기르며 친구들과 좋은 우정 관계 속에서 가슴 펴고 건강하게 성장하기를 축원한다. 선출직 의원들, 정치꾼들, 죽을 때까지 직업이 주어지는 판사 검사 출신 변호사, 잘 나가는 의사들에게 묻고 싶다. 이 나라의 청년들이 살맛 안 난다고 결혼도 안 하고 결혼한다 해도 아기는 낳지 않겠다고 한다. 그 이유가 어디에 있으며 처방전은 갖고 있는가를. 제발 설치지 말고 허세 부리지 말며 미래의 한국을 위해서 법 이전의 순수한 마음으로 돌아가길 바란다. 그래야 이 땅의 봄과 미래 세대를 제대로 볼 수 있을 테니까.

김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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