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의 달리는 열차 위에서] 덮어서 무엇을 얻었는가?

2023.04.13 06:00:00 13면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는 속담이 있다. 말이란 새어나가게 마련이니 그만큼 말조심하라는 뜻이겠다. 늘 이놈의 새나 쥐가 골치였던 모양이다. 오죽하면 무슨 일을 처리할 때 아예 “쥐도 새도 모르게”하라고 할 정도이니 말이다.

 

그런데 쥐나 새가 우글거리는 동네에 살면서 모르게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인데.. 애초 미군기지 바로 옆으로 대통령실을 옮길 때 야당에서 보안관련 우려를 제기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알다시피 미국은 도청 때문에 문제가 되었던 전력이 화려하다. 2013년 국제적으로 문제가 되었던 전직 미국 국가안보국(NSA) 계약요원 스노든의 기밀자료 폭로사건이 있었다. NSA와 영국의 GCHQ 등 정보기관들이 전 세계에 걸쳐 무차별적으로 개인정보를 수집, 사찰해온 사실을 드러낸 것이었다. 

 

스노든 사건으로 전 세계에서 비난이 빗발치자 미국 클린턴 국무장관은 “우리만 정보 수집하냐? 다들 미국 정보에 의지해놓고 이제와서 왜 이러냐?”식으로 반응했다. 당시와 지금의 차이는 대한민국 정부의 대응이었다.

 

당시 미국은 대한민국을 미국의 이익에 절대적으로 중요한 초점 지역으로 분류하고 미군 기지와 공관에 특별정보수집부를 설치하고 전방위적으로 도청 활동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실이 밝혀지자 대한민국 정부는 유감을 표하고 해명을 요구하기까지 이르렀다. 그런데 지금 정부는 미국이 정보수집하기에 불편할까 걱정해서였을까? 미군기지 담벼락으로 대통령실을 옮겼다.

 

그리곤 도청사실이 드러나자 미국보다 더 미국을 두둔하는 반응을 내놓았다. 미국언론마저 고양이가 쥐 생각하듯이 대한민국의 반응을 우려하는데 대한민국은 외려 “고양이의 식성을 이해한다, 그렇다고 우리가 고양이의 밥이 되기를 거부하진 않겠다”는 식이다.

 

80년대 학생운동 진영을 관통했던 논쟁은 한국사회를 어떻게 볼 것인가하는 사회구성체 논쟁이었다. 흔히 NL이라 불린 진영은 ‘식민지반봉건사회’라 규정했고, PD진영에서는 ‘신식민지국가독점자본주의사회’라 파악했다. 식민지든 신식민지든 한국사회가 미국이라는 세계체제에 종속된 사회라는 인식은 동일했던 셈이다.

 

격한 논쟁에 거품을 물었던 그 시대는 지나고 경제규모 세계10위권에 달하는 발달한 자본주의국가가 된 대한민국에서 최근의 상황을 보면서 나는 다시금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외교와 안보의 측면에서는 아직도 우리는 식민지인가 신식민지인가?하는 질문이다.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고, 적어도 주권을 가진 독립국이라면 항의하는 시늉이라도 해야 할 것 아닌가 말이다. 

 

미국에 종속되었더라도 일본에 대해서는 어느 정권이나 식민지배와 종군위안부 등 과거사 문제에 사과를 요구하며 목소리를 높였었다. 오죽하면 일본에서 태어나 가장 친일성향이라던 이명박전대통령까지 2012년 독도를 방문하고 “독도가 우리 땅이라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줄 필요를 느꼈다”고 발언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허나 지금은 대일본 굴욕외교로 전 국민의 자존감마저 패대기쳐버렸으니 허탈할 뿐이다. “검사는 수사를 파헤쳐 명성을 얻고 덮어서 부를 얻는다”는 말이 있다. 검사출신인 윤대통령은 박근혜전대통령을 파헤쳐 얻은 명성으로 권좌에 올랐다. 그리고 강제징용 배상문제를 짓뭉개고 일본과의 갈등을 덮었다. 이로써 과연 무엇을 얻었는가? 자뭇 궁금할 따름이다. 

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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