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체인지(體仁智)’라는 이름의 0교시 아침운동 프로그램이 시작되어 전국으로 퍼져갈 조짐이라고 한다. 체인지는 체육(體育), 인(仁), 지육(智育)의 줄임말이면서 ‘변화’의 영어(change)겠다. 센스 만점의 언어 변주(變奏)다.
이 변화를 특히 주목하는 것은 지덕체(智德體)라는 흔히 쓰는 말의 굴레를 이제야 벗어나는가 싶은 (필자의) 설레는 마음 때문이다. 거꾸로 체덕지(體德智)다. 학교 현장이 이런 개념을 터득하고 실행에 옮겼다는 점도 중요하다. 큰 박수를 보낸다.
‘체인지’라는 말로 교육을, 아이들을 ‘바꿔보자’는 뜻까지 표현하고자 덕(德)을 인(仁)으로 바꿨겠다. 德은 ‘크고 착한 마음’이다. ‘어진(仁) 마음’의 뜻과 거의 같다.
(말의) 순서는 현장에서 ‘정치적’이다. ‘박정희’ 때는 군관민(軍官民)이었다. 언젠가 민관군(民官軍)으로 바뀌었다. ‘국민이 첫째’라는 원리다. 지금은 民官이다. 한국의 현대정치사(史)다.
인간(생명)은 몸이 먼저다. 이론 이전의 본능이다. 몸이 온전(穩全)해야 마음 온전하다. 건강한 사람의 마음이 더 따뜻할 것이다.
‘건전한(sound) 신체에 건전한 마음’은 기원전 그리스의 철학이었고 올림픽 비롯한 서양 체육(sports) 이념의 근간이다. 신체(몸) 다음이 마음인 것이다.
돈 잃으면 일부를 잃는 것이고 건강을 잃으면 모두를 잃는 것이다. 요즘 ‘돈’을 최상위로 치는 군상(群像)들을 의식한 비유다. ‘남 좋은 일만 시킨다’던가?
영국 철학자 존 로크(1632~1704)는 ‘주입식 암기를 피하고 체육 덕육 지육(智育)과 수학적 추리를 강조하고, 각자의 소질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했다. 體德智 순서인 것이다.
1906년 대한자강월보에 실린 글에는 ‘무릇 교육은 체육 덕육 지육의 3대강(大綱)이 있어야 할지니…’라고 했고, 1908년 대한매일신보에는 ‘교육의 (지표) 셋 중 하나를 취해야 한다면 덕육과 지육를 버리고 차라리 체육을 취할지로다.’라고 체육의 중요성을 웅변한 글이 실렸다.
언제 ‘체덕지’가 ‘지덕체’로 바뀌었을까? 천박한 변화다. 공부가 먼저이고, 착한 마음은 다음이다. 체육은 논외(論外)다. 바쁜데 언제 운동까지 시킬 것인가?
부산시의회 정태숙 의원이 "구시대적인 발상일지 모르지만 아침에 그 20분 동안 뭘 하겠습니까? 이걸 위해 193억 원 예산을 들여야 되는지..."라고 반대하는 것을 TV보도에서 봤다.
세대(世代)의 문제가 아니다. 그 정치인, 하루 20분(만) 아이들과 함께 운동해보시라. 한 달도 안 돼 ‘그 10배 넘는 2천억 원도 아깝지 않겠다, 내 몸이 변하고 마음이 아름다워지고 있다. 세상의 생각이나 지식 또한 더 착해지리라.’ 자랑하고 다닐 것이다.
운동의 효과다. 두뇌가 힘 얻어 공부도 더 잘 하게 된다. 장담한다. 연구결과이기도 하다.
지금 교육은 아이들을 죽이는 것이다. 필자를 포함한 선배 세대는 처참히 부끄러워해야 한다. 늦게나마 불어온 ‘체인지’의 새뜻한 바람,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