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기도, 이주노동자 생활환경 개선 더 집중해야

2023.05.03 06:00:00 13면

포천 캄보디아인 사망 이후에도 크게 달라진 것 없어 

외국인 이주노동자는 생산인구 감소, 저임금과 열악한 환경 속에 놓인 한국의 노동 시장에서 유일한 정책적 대안이 된 지 오래다. 그들의 존재는 이제 한국경제를 뒷받침하는 상수(常數)가 됐다. 그러나 이처럼 소중한 소임을 맡은 그들의 생활환경을 비롯한 처우는 여전히 야만적인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주노동자들이 가장 많이 일하고 있는 경기도는 앞장서서 이주노동자들의 생활환경을 개선할 책무가 있다. 더 집중해야 한다. 


지난 2020년 비닐하우스에서 생활하던 한 외국인 노동자가 영하 20도의 강추위 속에서 사망해 외국인 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로, 주거환경이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었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올 3월, 포천의 한 돼지농장에서 10년째 일해오던 노동자가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돼지 배설물의 악취와 유독가스가 가득한 방에서 생활하던 중 숨을 거뒀다. 농장주가 시신을 인근 밭에 거름과 함께 유기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우리의 부끄러운 한 단면이 또 드러났다. 


경기신문이 고용노동부의 일반고용허가제 이주노동자 현황을 파악한 결과, 국내 이주노동자는 작년 3분기 기준 총 16만 3886명이었다. 그중 경기도 거주자는 6만 9495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았다. 지난해 정부는 올해 고용허가제(E-9 비자)로 들어올 이주노동자 규모를 작년보다 4만1000명 늘려 역대 최대 규모인 11만 명으로 정했다. 


경기도에 들어온 이주노동자의 90%가 제조업에 종사한다. 이들은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고 코리안드림 속에 하루하루 최선을 다한다. 그러나 이들이 거주하는 기숙사는 소음과 추위에 취약하고 비위생적인 곳이 대부분이다. 제조업 이주노동자에 대한 주거 대책은 농축산어업보다도 더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물론 정부는 그동안 이주노동자 인권 개선을 위해 법적 제도적으로 노력해 왔고 어느 정도 성과도 있었다. 사업장 변경에서 노동자의 귀책 사유가 없을 경우 사업주의 동의 없이 이전을 신청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한 것도 대표적인 성과사례다. 


최근 경기도의회가 ‘농어업 외국인 근로자 인권 및 지원 조례안’을 가결한 것은 칭찬할 만하다. 조례안은 경기도 내 농어업 분야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의 인권과 지원을 보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경기도 차원의 지원계획을 수립하고, 이들을 위한 기숙사 건립 및 예산 지원을 가능하도록 정했다. 또 농어업 외국인 근로자를 위한 전담부서를 설치하거나 전문 인력을 배치할 수 있도록 하기도 했다. 


이주노동자들을 어떻게 대우하고 배려하느냐 하는 것은 한국의 외교 역량과도 직결된다. 그들의 출신국들은 모두 우리의 중요한 외교 파트너다. 그들을 한국의 이미지를 드높일 한국의 해외 홍보요원이 되도록 해야 한다. 최소한 긍정 여론을 형성하는 기능까지는 의도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한국인들의 먹거리와 입고 쓰는 상품에 이주노동자의 땀과 눈물이 배어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들이 없다면 우리는 지금보다 훨씬 더 비싸고 불편한 일상생활을 영위해야 할지도 모른다. 이들이 한국에서 살아가는 동안, 이웃으로 대해주고 존엄성을 가진 사람, 노동자로 살아갈 수 있도록 배려해 주어야 한다. 경기도가 그 일에 앞장서야 할 이유는 차고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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