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전 백남준이 틔운 예술과 소통의 ‘사과 씨앗’

2023.05.09 09:12:48 10면

백남준아트센터, 전시 ‘사과 씨앗 같은 것’
백남준이 주목한 비디오아트의 잠재성 조명
‘랜덤 액세스 오디오테이프’ 등 국내 최초 공개
‘퐁텐블로’ 등 작품 내부 공개로 관람객 이해 높여
백남준 동료 예술가·테크니션·큐레이터 등 16명 인터뷰 소개

 

1980년 3월, 뉴욕 현대미술관이 기획한 ‘비디오 관점들’ 시리즈 중 하나로 백남준은 ‘임의 접속 정보’라는 제목의 강연에 나선다.

 

이 강연에서 백남준은 ‘임의 접속(랜덤 액세스)’를 설명한다. 마그네틱테이프와 같은 순차적 재생 방식이 아닌 마치 컴퓨터에서 처럼 사용자가 원하는 위치의 정보를 즉각적으로 읽어내는 것이다.

 

또 겹쳐지는 두 원을 그려 한쪽에는 ‘예술’, 다른 한쪽에는 ‘소통’이라고 적었다. 그리고는 두 원이 겹친 가운데 부분에 ‘사과 씨앗’ 같은 것이 있다고 표현했다.

 

 

백남준아트센터가 지난 달 27일 개막한 전시 ‘사과 씨앗 같은 것’은 언제나, 어디서나 원하는 정보를 얻고 소통이 가능해진 오늘날 우리에게 어떻게 씨앗을 틔울 수 있을지 생각해 보기를 제안한다.

 

백남준은 1963년 열린 그의 첫 개인전에서 ‘랜덤 액세스’를 선보였다. 마그네틱테이프를 여러 길이 조각으로 잘라 벽에 붙인 뒤, 관람객이 원하는 테이프 부분의 소리를 들을 수 있게 한 작품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를 재제작한 ‘랜덤 액세스 오디오테이프’와 ‘연장선 있는 오디오테이프 헤드’를 만날 수 있다. 국내 최초 공개로, 비디오의 임의적 접근 가능성에 주목했던 백남준의 사유를 엿볼 수 있다.

 

전시를 기획한 조권진 학예사는 “‘랜덤 액세스 오디오테이프’는 백남준 초기작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작품으로, 실제로 소리도 난다. 1993년까지는 소리를 실험해볼 수 있도록 하다 작품 노후화로 현재는 전시만 하는 형태로 보여 주고 있다”면서 “연구 가치가 매우 높은 작품이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바이바이 키플링’은 백남준의 두 번째 위성프로젝트로, 음악, 예술, 스포츠로 동서양이 서로 만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동양은 동양이고 서양은 서양”이라며 절대 만날 수 없다고 말했던 영국 소설가 키플링의 말을 정면으로 반박한 작품이다.

 

한국 장구 공연, 밴드 비틀스 노래 ‘컴 투게더’ 등으로 시작해 마지막은 도쿄에서 류이치 사카모토와 백남준의 ‘비디오 볼’ 퍼포먼스로 마무리된다.

 

‘콜라주 기법이 유화를 대신했듯, 음극선관이 캔버스를 대신할 것’이라는 백남준의 생각을 드러내는 작품 ‘퐁텐블로’는 내부 구조를 볼 수 있게 설치해 관객이 백남준이 다루고 있는 기술의 독창적인 기능과 원리에 담긴 창의적 아이디어, 자발적 참여, 피드백 등을 직관적으로 경험할 수 있게 했다.

 

 

이외에도 1962년부터 백남준과 동료 예술가 마리 바우어마이스터가 주고받은 100여 개의 편지와 마리의 쾰른 아틀리에 공연에서 사용된 피아노 잔해로 구성된 작품 ‘피아노와 편지’를 볼 수 있다.

 

텔레비전이 없던 시절 사람들이 바라보며 소원을 빌고 이야기를 나눴던 ‘달’의 모습을 보여 주는 ‘달은 가장 오래된 TV’, 동서양을 넘나들었던 역사적 인물로 서로 다른 문화의 소통을 상징하는 ‘마르코 폴로’ 등도 전시된다.

 

 

또한 백남준의 삶과 예술적 여정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연보와 백남준의 동료 예술가, 테크니션, 방송 프로듀서, 큐레이터 등 16명의 인물로 구성된 인터뷰를 통해 관람객들은 또 다른 백남준의 삶과 예술을 만날 수 있다.

 

전시는 내년 2월 12일까지.

 

[ 경기신문 = 정경아 기자 ]

정경아 기자 kyunga1013@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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