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범의 미디어비평] 대통령 1년 ‘거수기 평가’

2023.05.15 06:00:00 13면


“비정상의 정상화 1년이었다”. 윤석열 대통령 1주년을 맞는 5월 10일자 조선일보 1면 머릿기사 제목이다. 대통령의 주관적인 평가를 제목으로 썼다. 넓게 보면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긍정적인 33% 내외의 일부 국민 생각이다. 세 명 중 한 명 정도만 수긍한다는 말이다. 다음날인 11일자 5면에는 ‘2년차 국정은 속도 더 내서 변화 체감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이 기사에서 대통령은 “참모들에게 국정 기조에 맞지 않는 관료가 있다면 억지로 설득해서 데리고 갈 필요 없다고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대통령의 발언이라고 믿기지 않았다.


‘알려졌다’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여지를 남긴다. 그래서 언론 보도에서 금기시하는 표현이다. 소문을 확인해 보도하는 것이 언론의 역할이다. 대통령실 취재원에게 사실을 확인해 ‘말했다’고 해야한다. 없어져야 할 관행이지만 우리 언론계에서는 이 같은 표현을 사실인 것으로 간주한다. 대통령과 관련된 사안일 경우 더욱 그렇다.  


윤 대통령 취임 1주년을 돌아본 해설기사에서 조선일보는 윤 대통령에게 우호적인 기사 일색이었다. 미흡한 부분은 거대 야당 때문이었다는 대통령의 생각만을 그대로 전달했다. 사설도 외교는 성공적이었으나 내치가 미흡했다고 평가했다. 앞으로는 거대 야당만 탓해서는 안 된다며 타이르듯 온정적이었다. 이어지는 두 번째 사설을 민주당의 내년 총선 공천룰을 이재명 1인용이라고 혹평해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희석했다. 대통령에 우호적인 기사는 일방적이고 비판적인 기사는 양비론이었다. 
동아일보도 10일자에 대통령 취임 1주년 기사를 3면 전체를 할애해 보도했다. 국정 기조 전환이 뚜렷하지만 거대 야당을 설득하지 못해 개혁성과를 못내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9월 미국 방문 중 비속어 논란 때나 이태원 참사 등을 사례로 들며,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의 원인도 짚었다. 9일자 사설은 직설적이었다. 검찰공화국을 자초했고, 거대 야당과 협치하고 설득하기보다 이념의 선명성만을 내세웠다고 지적했다. 취임 1주년을 맞아 대통령실과 내각의 인적 쇄신을 주문했다.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를 보수신문이라고 통칭한다. 하지만 뭉뚱그려 보수신문이라고 하면 범주의 오류를 범한다. 조선일보가 윤석열 정부에 대해 전폭적 지지를 보낸다면, 동아일보는 지지의 정도는 덜하고 날선 비판도 있다. 조선일보를 통해 세상을 온전히 볼 요량이면 과욕이다. 다른 신문도 같이 봐야 또 다른 세계를 볼 수 있다. 적어도 정치 보도는 그렇다.    


두 보수신문의 보도에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평가하면 상당수 독자는 고개를 갸웃할 것이다. 그러나 같은 보수신문 동아일보조차 대통령의 국정운영 1년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대다수 언론은 부정 평가의 강도가 동아일보보다 더했다. 2년차를 맞는 대통령에게 소박한 바램이 있다. 신문 몇 개 정도는 훑어보길 권한다. 그 가운데 진보언론도 있으면 더 좋겠다. 

최광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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