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기도 깡통전세 2만호 돌파, ‘정부·국회’ 차원 대책 시급 

2023.05.16 06:00:00 13면

전세가율 100% 이상도 7196호…‘시한폭탄’ 방치해선 안 돼

경기 지역에서 전세보증금이 매매 가격에 육박해 ‘깡통전세’ 위험이 큰 주택 수가 2만 호를 돌파했다. 그중 전세금이 매매가 이상인 주택만 7000호가 넘는 것으로 파악돼 ‘시한폭탄’의 초침이 사정없이 속도를 높이고 있는 형국이다. 민생은 시시각각 낭떠러지로 밀려가고 있는데, 정부와 여야 정치인들의 움직임은 더디고 또 더디다. 한층 더 서둘러야 한다. 중앙정부는 물론 수도권 지자체와 정치권의 정책 대응이 지금처럼 느슨해서는 안 될 상황이다. 


경기도는 최근 인천·경기에서 전세 사기 등 피해가 속출하면서 전세 피해 고위험주택을 심층 분석했다. 전문업체 용역을 통해 5가구 이상 다주택 보유자의 33만4300가구 중 전세 피해가 우려되는 연립주택·다세대·다가구·오피스텔을 조사했다. 분석 결과 전세보증금이 매매가의 전세가율 80%대는 8545가구, 90% 이상은 6233가구, 100% 이상은 7196가구였다. 즉, 80% 이상 ‘깡통전세’ 위험 주택이 무려 2만1974가구에 달한다는 얘기다. 


올해 2월 기준 주택가격(AI 추정) 대비 전세보증금을 비교·산출했을 때 피해 우려가 가장 높은 곳은 전세가율 100% 주택 1468가구를 포함해 고위험군이 11%(2438가구)에 이르는 화성시였다. 이어 수원시(1964가구), 고양시(1800가구), 평택시(1468가구), 안성시(1473가구), 성남시(1359가구) 순이었다.


전세 사기 사태가 불거진 지 두 달여가 지났지만, 뚜렷한 대책은 아직 없다. 피해자 지원의 핵심인 ‘전세 사기 피해지원 특별법’을 둘러싼 여야 이견이 상당해 협상이 지지부진하다. 며칠 전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빌라에 세 들어 사는 이모 씨(30)가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 씨는 주택 1천139채를 보유하고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채 지난해 10월 숨진 ‘빌라왕’ 김모 씨(43) 사건의 피해자로 파악됐다.


국회 국토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현재 여야가 논의 중인 법안은 국민의힘 김정재(정부여당안)·더불어민주당 조오섭·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각각 발의한 3건이다. 핵심 쟁점은 ‘보증금 반환채권 매입’이다. 정부·여당은 다른 집단·개인사기 사건과의 형평성과 국가 보전 불가 등 이유를 들어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민주당이 지지부진한 협상을 타개할 절충안을 마련할 가능성도 제기돼 결과가 주목된다. 


경기도가 전세 피해 고위험주택 분포도를 공개하고 피해 대책 마련에 나서기는 했지만, 효과적인 대책은 대부분 국가 입법사항이어서 할 수 있는 역할은 제한적이다. 김동연 경기지사는 전세 피해 구제와 예방을 위해 전세 계약자 24%에 불과한 전세보증보험 가입의 100% 의무화, 다주택 임대인 임대사업자등록 의무화 등 7가지 대책을 정부와 국회에 촉구해놓고 있다. 


지금은 ‘전세 사기’ 범죄의 자초지종을 길게 따지고 있을 시간이 아니다. 당장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려 목숨까지 위태로워진 피해자들을 구제할 효과적인 대책부터 서둘러 내놓아야 한다. 불이 난 건물 앞에서 양동이를 쓴 것인가, 바가지를 쓸 것인가 소방 도구를 놓고 멱살잡이를 벌일 계제가 아니다. 더 이상의 비극은 막아야 할 것 아닌가. 정부와 정치권의 분발을 기대한다. 


저작권자 © 경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흥덕4로 15번길 3-11 (영덕동 1111-2) 경기신문사 | 대표전화 : 031) 268-8114 | 팩스 : 031) 268-8393 | 청소년보호책임자 : 엄순엽 법인명 : ㈜경기신문사 | 제호 : 경기신문 | 등록번호 : 경기 가 00006 | 등록일 : 2002-04-06 | 발행일 : 2002-04-06 | 발행인·편집인 : 김대훈 | ISSN 2635-9790 경기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 2020 경기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kg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