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들어가야겠어.”
사고가 난 광산에 들어가는 존의 희생으로 자유를 물려줄 수 있는 할란카운티에는 새로운 희망이 흐른다. 아무리 열악한 환경이라도 연대하면 새로운 세상을 맞이할 수 있다는 노동자들의 외침에 극은 절정을 향해 간다.
사건이 일어난 건 비가 오는 날이었다. 광산회사는 광부들에게 무리하게 광산에 들어가 일을 할 것을 요구한다. 회사의 강압에 어쩔 수 없이 7구역으로 들어간 광부들은 사고를 당한다. 무너진 광산에서 몇몇의 광부만 지상으로 탈출할 수 있었다.
이때 존은 안전모를 집어 든다. 마을 사람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광산 내부로 들어간다. 언젠가 새로운 세상이 올 것이라 외치며 존은 자신을 희생한다. 흑인 노예 라일리의 자유를 찾아 뉴욕 북부로 향하던 다니엘은 존의 희생을 보고선 광부들을 이끌기로 마음먹는다.
노동자들의 연대와 자유를 향한 열망을 그린 ‘할란카운티’는 미국 노동운동의 이정표가 됐던 할란카운티 탄광촌의 실화를 다룬 ‘할란카운티 USA’를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부산문화재단 청년연출가 작품제작지원사업으로 선정돼 개발과정을 거쳐 2019년 부산에서 초연한 후 같은 해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에서 공연됐다. 이후 2021년 충무아트센터에서 재연했다.
3번째 공연인 이번 ‘할란카운티’는 ‘자유’를 가장 큰 주제로 삼는다. 존의 아내 나탈리의 이야기가 줄고 탄광촌 광부들의 이야기에 집중하며 노동자들의 연대와 외침에 좀 더 집중했다.
노예제가 폐지된 지 10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차별과 부당한 대우가 만연한 1976년 미국의 상황과 전국 광산 노조에 가입하려는 할란카운티의 투쟁과 노동 운동은 오늘날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난 25일 서울시 서초구 한전아트센터에서 열린 프레스콜에서 유병은 연출은 “누구는 촛불 시위를 하고 누구는 태극기 집회를 하는 등 각자의 정의가 다른 상황에서 각각의 캐릭터가 생각하는 정의를 그리는데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 가장 크게 생각한 주제는 ‘자유’였다”며 “스스로 선택하고 스스로 책임지는 삶을 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하며 극을 썼다”고 말했다.
그는 “자유란 남들에게 피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내가 행동하고 싶고 내가 말하고 싶어 하는 것, 내가 생각하고 싶은 것을 충분히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런 것들이 가능한 세상에서 살고 싶다”고 말했다.
극 중 존이 희생을 선택할 자유도, 또 그 자유로 인해 할란카운티 사람들이 살아가는 터전이 조금 더 발전하는 상황도 자유의 긍정적인 면이다.
미국의 노예제도 폐지와 노동 운동 등 변화의 메시지를 던지며 우리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정의와 자유가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할란카운티’는 우리가 누리고 있는 권리들은 저절로 획득된 것이 아님을 일깨워준다.
존 역할엔 류정한, 임태경, 안재욱, 이건명이 출연하며 다니엘 역엔 박장현, 이홍기, 홍주찬이 열연한다.
공연은 7월 16일까지. 한전아트센터.
[ 경기신문 = 고륜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