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꺼내지 못한 진실, 지워지지 않은 상흔…전시 ‘틀낭에 진실꽃 피어수다’

2023.05.30 08:28:55 10면

제주4·3 역사 담은 전시
박진우, 이수진, 임재근, 주철희 작가 참여
당시 제주 주식이던 보리(줄기)로 만든 작품 선봬
4·3관련 국내외 관련 자료 및 언론 기록 등 소개
6월 11일까지, 경기아트센터 갤러리. 무료 관람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대통령으로서, 과거 국가 공권력의 잘못에 대해 유족과 도민들에게 사과드립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2003년 10월, ‘제주4·3사건 진상조사 보고서’가 채택되고, 역사상 처음으로 대한민국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대통령이 제주4·3의 아픔에 대해 제주도민과 4·3유족들에게 사과했다.

 

그로부터 20년이 흐른 현재, 제주4·3 당시 토벌대에 의해 초토화된 마을에서 민중의 주식이었던 보리(줄기)를 작품화한 전시가 열렸다.

 

박진우, 이수진, 임재근, 주철희 4명의 작가가 참여한 전시 ‘틀낭에 진실꽃 피어수다’는 보리아트 작품 70여 점을 작품을 통해 제주4·3(여순10.19)의 진실에 다가간다.

 

 

또한, 미군정청(USAMGIK), 미군사고문단(KMAG), 극동군사령부(FEC), 연합군사령부(SCAP) 등이 작성한 기록 중 비밀해제된 4·3기록과 대한민국 대통령들의 4·3국정기록, 당시 언론 기록 등 20여 점을 소개하며 관람객이 제주4·3(여순10.19)의 역사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2019년부터 4·3 관련 전국 순회 전시를 기획해온 박진우 작가는 올해 처음으로 ‘21세기 비석거리 위령탑’ 등 보리아트 작품을 전시에 선보이며 기획자가 아닌 작가로도 참여했다.

 

그는 “작품을 따라 전시장을 한 바퀴 돌고나면, 각각의 이야기가 모여 결국 하나가 된다”면서 “이번에는 지난 전시들 보다 작품 수도 많아, 4·3의 역사를 더욱 잘 보여 준다. 관람객들도 작품 하나하나를 오랫동안 감상하고 머물다 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수진 작가는 2018년 오사카에서 열렸던 제주4·3 전시를 시작으로 지속적으로 제주4·3 관련 작품 활동을 이어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해방된 후에도 온전히 제주를 누릴 수 없었던 제주도민들의 애환을 담은 ‘춘래불사춘’을 비롯해, 태평양 전쟁 속 제주의 위태로운 상황을 표현한 ‘풍전등화’, 억울함에 잠들지 못한 수많은 영혼들의 눈을 담은 ‘대살2’, 4·3추념식에 처음으로 참석하고 사과했던 대통령인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그린 ‘대통령 사과’ 등을 만날 수 있다.

 

이 작가는 지금까지 제주4·3 관련 작품만 100여 점 이상 작업해왔다. 그 중에서도 처음 제주4·3 전시에 참여하며 만들었던 ‘무명천 할머니’를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으로 꼽았다.

 

이번 전시에서는 크기를 축소한 두 번째 버전으로 볼 수 있다.

 

 

그는 “턱에 총상을 입고 거의 50년을 힘겹게 살아온 할머니의 이야기다. 작품을 만드려고 사진을 뽑아놓고도, 마음이 너무 아파 한 달 동안 사진을 마주하기가 힘들었다”고 회상한 뒤 “제주4·3의 상흔을 보여 주는 대표적인 분이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각 작품에는 제목과 함께 박진우 작가가 작성한 해설이 적혀있다. 이 작가는 관람객 각자의 느낌으로 온전히 작품을 먼저 감상한 뒤 해설을 읽어보는 것을 추천했다.

 

 

한편, 전시 기간 중 체험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제주를 대표하는 동백꽃을 보리줄기로 표현한 그립톡 만들기이다. 상시로 누구나 참여 가능하다.

 

전시는 6월 11일까지, 경기아트센터 갤러리에서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 경기신문 = 정경아 기자 ]

정경아 기자 kyunga1013@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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