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보험사들이 최근 운전자보험에 자기부담금 신설을 도입할 것이라는 내용이 전해지면서 영업 현장에서 "지금 가입하지 않으면 손해"라는 식의 절판마케팅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우려되자, 금융당국은 손보사들을 대상으로 공식적인 확인 절차에 돌입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운전자보험을 취급하고 있는 보험사들에 대해 자기부담금 신설 여부 및 절판마케팅 통제 방안에 대한 의견 회신을 요청했다. 금감원 측은 "현재 공식적인 입장을 요청한 상태로, 아직 답변은 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는 앞서 일부 보험사들이 오는 7월부터 운전자보험의 교통사고 처리지원금, 변호사 선임 비용 담보에 대해 자기부담금(최대 20%)을 추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다.
운전자보험은 피보험자의 상해 사고와 운전 중에 발생하는 사고로 인한 비용 손해를 보장하는 보험으로 자동차보험과 달리 꼭 가입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DB손해보험이 가지고 있던 운전자보험 변호사선임비특약에 대한 배타적사용권이 올해 초 해제되면서 다수의 손보사가 운전자보험 시장에 뛰어들었다.
게다가 안전운전과 보행자에 대한 이슈가 급부상하고 도로교통법이 강화되면서, 법률 비용을 보장하는 운전자보험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도 커졌다. 손해보험협회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운전자보험 신계약 건수는 493만 건으로 단일 보험 종류 중 가장 많이 판매됐다.
이후 손보사들이 모객을 위해 변호사 선임 비용 한도를 경쟁적으로 높였고, 중복 가입 시 실제 발생한 비용보다 더 많은 돈을 보장받을 수 있게 돼 소비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야기한다는 비판과 손해율이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시장이 과열되자 금융당국은 보험업계에 운전자보험 과당 경쟁과 가입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한 대책을 요구했다.
업계는 운전자보험의 자기부담금과 관련해 아직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입장이다. 손보사 중 7월부터 운전자보험에 자기부담금 20%를 적용하겠다고 공식화한 곳은 현재까지 없으며, 손해보험협회도 최근 "자기부담금 설정과 관련해 보험회사의 구체적인 출시계획 및 일정 등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문제는 손보사들의 운전자보험 자기부담금 신설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사안임에도 일부 영업 현장에서 절판마케팅의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보험판매인들은 SNS에서와 맘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자기부담금 신설을 기정사실로 하면서 운전자보험 가입을 권유하고 있다.
금감원은 시장 질서를 무너뜨리고 소비자를 속이는 절판마케팅에 대해 엄중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한 금감원 관계자는 “운전자보험 상품 및 운용은 기업의 자율 사항이라 금융 당국이 개입할 수 없는 영역”이라면서도 "다만, 자기부담금을 명확히 신설할 계획이 없는 보험사가 이를 이용해 절판마케팅을 벌인다면 소비자를 기만한 행위로 보고 좌시하지 않고 엄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