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윤석열 대통령과 한국형 보수 프레임 구축

2023.06.02 06:00:00 13면

야당은 지배적 담론에 맞서는 대항 프레임을 제시하라

윤석열 대통령 메시지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는 “자유”다. 문제는 이 자유가 어떤 의미로 해석되고, 국정운영으로 나타나느냐에 있다. 지난 1년간은 총론에 기반해 행정조직개편과 방향성을 설정하는 단계였다. 첫 인사는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대통령비서실과 사정기관, 주요 정부 부처 요직에 온통 검찰 출신들을 배치했다. 이렇게 특정세력이 과잉 대표될 경우 여타세력의 자유는 축소되어 대의제 민주주의를 위협할 수 있다. 대의제민주주의는 각계각층의 국민을 대변하는 대리인들이 끌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조직 개편이 3차례 있었다. 먼저, 검찰조직 강화, 국방부와 통일부 대북관련 담당부서 조정,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부서 개편 등 지난 정부정책 뒤집기를 진행했다. 2차에는 51개 정부부처 행정업무를 일괄 조정했다. 3차는 지난 3월 노동, 교육, 연금 3대개혁 과제와 공무원 개혁을 위한 전담 기구 설치와 인력보강이 골자였다. 이제 각론 단계에 접어드는 국면이다. 대외관계는 일본과의 관계개선이 주요 기조다. 과거사 갈등을 봉합(?)하고,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류도 일본의 뜻대로 진행되고 있다. 큰 틀에서 한미일 안보동맹 구축을 향해 질주하는 모양새다. 주요교역 파트너였던 인접국 중국과 러시아에는 사실상 적대국가에 가까운 대접을 받고 있다. 불균형 외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대통령의 내치와 외치를 합친 메시지에는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라는 큰 프레임 아래 대북 제제 지속, 부동산과 기업 규제완화, 불법시위 엄단, 노동개혁, 공직사회 성과주의 도입, 복지의 시장화 등 하위프레임이 쏟아져 나온다. 비타협적이고 일관성 있는 프레임 구축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프레임이 중첩되어 쌓이면 지배적 이데올로기가 된다. 다른 생각이 끼어들 틈이 없어진다.

 

제도 변화가 성공하기 위한 필수조건으로 국회동의와 일사불란한 행정조직의 지원이 병행되어야 한다. 여소야대라는 큰 장벽을 대화와 타협 방식보다는 검경수사기관 압박, 거부권 행사, 대통령령과 시행령 등으로 돌파하려 한다. 합법적일지는 모르나 비민주적이다. 국회는 국민의 대표기관이고, 국민여론 수렴과정이 생략된 독주이기 때문이다. 행정조직이 뜻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부패보다 나쁜 부처이기주의’로 매도된다. 집권세력은 선이고, 저항세력은 악이다. 야당, 불법시위 하는 민노총과 장애인단체, 미적거리는 관료조직 등이 그러하다.

 

이런 과정에서 야당은 제 역할을 하고 있는가? 쏟아지는 윤석열 정부의 정책담론에 맞서는 프레임을 생산하고 있는가? 남북문제 대중관계 복지문제 등 여러 쟁점 이슈에서 민주당은 집권여당과 다른 입장을 취해왔는데 프레임으로 만들어 전달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민주당의 가치와 맞는 정책대결을 펼치나가길 기대한다.

 

강고해지는 보수적 지배 담론에 맞서는 대항 담론을 만들지 못한다면 건강한 정책 토론이 이루어질 수 없고, 자칫하면 소수 집권엘리트 집단이 국가의 명운을 좌지우지하게 된다. 서로 상대를 인정하고, 치열한 정책대결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민주당이 서민을 위한 정당을 표방한다면 크레인 농성에서 피 흘리는 노동자와 절규하는 장애인, 노인빈곤층, 물가상승과 빈부격차 심화로 고통 받는 이들의 목소리를 반영한 대안적 프레임을 제시해야 한다. 정치인들의 가장 중요한 업무는 민생을 보살피는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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