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관에게 단골손님은 누가 뭐래도 주취자들이다. 코로나 방역이 완화된 후로는 치안현장에서 주취자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소식이 연일 뉴스를 장식한다.
경기남부경찰청의 경우, 올해 1분기 기준 주취자 관련 112신고는 3만 5000여 건으로 작년과 비교할 때 32% 가량 늘었다. 경제사정이 어려워서, 가정사 때문에 등등 다들 저마다의 구구절절한 사연이 있다. 잠시나마 술기운에 기대 퍽퍽한 삶의 괴로움을 달래려던 것도 이해할 만하다. 그렇지만 신고를 받고 현장에 나간 경찰관들은 참을 인(忍) 자를 연신 되새기며 어려움을 참아낸다.
“나도 저럴 때가 있었지”, “한 번 쯤은 그럴 수도 있지”라며 유난히 음주에 관대한 문화 탓일까. 사실 주취자 문제는 어제 오늘만의 문제는 아니다. 현장에서 주취자들과 줄다리기를 하듯 끝없는 실랑이를 하며 소모되는 경찰력 문제도 만만찮다. 밤마다 주취자와 씨름하는 일을 두고 ‘전쟁’이라고 표현하는 것도 일상화가 돼 버렸다.
그렇다고 주취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보고 보호조치를 소홀히 해서도 안 된다. 경찰관 직무집행법은 ‘술에 취하여 자신 또는 다른 사람의 생명, 신체, 재산에 위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사람’을 보호조치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지난 겨울 방치한 주취자가 잇따라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경찰이 거센 비판을 받았던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하지만 의학적 지식이 부족한 경찰관이 주취자 보호조치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많다.
더구나 요즘 MZ세대 경찰관들은 보다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한다. 최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경찰이 택시이고, 파출소가 여관이냐”며 경찰이 주취자 보호조치 업무를 대부분 떠안고 있는 실태에 불만을 토로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해결책이 없는 것은 아니다. 주취자를 경찰의 일차적 대응’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사회복지적 측면에서 지원하는 것이다. 국가나 자치단체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번에 성남의료원에 새로 개설되는 ‘통합 응급의료지원센터’는 보호조치가 필요한 주취자·정신질환자를 신속하게 치료·보호하고, 자치단체 복지서비스와도 연계받을 수 있도록 해준다. 보호조치가 ‘더 이상 경찰만의 책임이 아니다’라는 것을 증명하는 기관인 셈이다.
경찰에서 제정을 추진 중인 주취자보호법’에는 이와 같이 국가나 자치단체가 운영 주체인 주취자 보호시설을 전국에 신설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한다. 어떤 일이든 한 번 고비를 넘기고 나면 잘 풀리는 경우가 많다. 이번 응급의료지원센터 개설을 계기로 현장에서 주취자 문제로 골머리를 썩는 일이 점점 없어지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