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진의 촌스러운 이야기] 정녕 이 길 말고는 없는가?

2023.06.12 06:00:00 13면

 

“제2경춘국도 가평고 학습권 침해 총동문이 똘똘 뭉쳐 막아내자!” 가평읍 내에 최근 걸린 현수막이다. 이에 앞서 가평고 교직원과 학생, 학부모, 그리고 입학 예정학생과 예비학부모는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가 심각하게 우려되는 이 도로의 설계를 변경해달라는 탄원서 서명 활동을 시작했다.

 

가평고 바로 옆을 지나가는 것으로 설계된 현 노선은 공사 중은 물론 공사 후에도 소음 및 분진으로 학습권의 심각한 피해를 만들 것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가평고는 기숙사 운영고인데 도로는 기숙사 바로 옆을 지나는 것으로 설계돼 있다. 학생들의 야간 자기주도학습 및 숙면도 방해받을 것이다.

 

가평고는 매년 실시되는 대학 수학능력시험장 운영교이기도 하다. 대한민국에서 수능시험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런 수능시험을 볼 때 소음이나 예기치 않은 사고로 방해를 받는다면 그 피해는 해당 학생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줄 것이다.

 

가평군 관내 수험생들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 시험을 봐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고 가평고로 진학하고자 했던 학생을 둔 가족은 가평군을 떠나는 상황도 발생할 것이다. 대학 하나 없는 가평군에서 최고 교육기관 역할을 했던 가평고의 쇠락은 물론 전국 89곳 중 한 곳인 인구소멸 위기 지자체 가평군의 소멸위기는 더욱 가속될 것이다.

 

어처구니가 없는 것은 현재 가평고는 교육부가 추진하는 그린 스마트 미래학교를 만들기 위한 리모델링이 진행 중이라는 것이다. 120억 원이 넘는 예산을 들여 학생들의 교육환경을 개선하겠다고 하는 학교 바로 옆에 교육환경을 악화시킬 도로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폐해는 이것뿐만이 아니다. 이 도로는 경기도에서 '지붕 없는 박물관'으로 지정한 상색리, 하색1·2리 지역을 가로질러 가는 것으로 돼있다. 이 지역은 유네스코 유적 등재가 얘기되는 조선 임금 태실인 중종 태봉을 비롯해 경기도 문화재 이방실 장군 묘, 명당으로 손꼽히는 어우당 유몽인의 묘가 있어 조선시대 명당의 자연경관을 살펴볼 수 있는 지역으로 인정받아 경기도의 '지붕 없는 박물관'이 되었다.

 

그런데 도로는 중종대왕 태봉의 목을 자르며 지나가 경기도 문화재 보존지역 안에 나들목을 만드는 것으로 설계돼 있다. 한마디로 '지붕 없는 박물관'을 허물어뜨리는 도로다. 또한, 이 지역에는 300억 원 이상을 들여 2021년 생태하천으로 복원한 달전천이 흐르고 있다. 기껏 생태하천을 복원했다고 홍보해놓고 그 하천을 파헤쳐 다리 교각을 놓겠다는 것이다.

 

이런 폐단투성이 노선은 도대체 어떻게 결정된 것일까? 이 노선의 결정을 보도한 2020년 11월 4일 자 기사 내용을 보면 이런 문구가 나온다. “이는 가평군청 북쪽으로 우회하는 가평군 안과 남쪽으로 도로건설을 건의한 춘천시 안의 절충안이다.” 그렇다. 현재 문제가 되는 노선은 대립 되는 노선의 중간으로 그어진 절충안이다. 그런데 이 절충안이 결정됐을 즈음 이미 국토부는 기존 계획했던 노선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보고서를 마무리하고 있었다. 그래서 과연 이 절충안에 대한 환경영향평가가 제대로 됐는가에 대한 의문조차 제기되고 있다.

 

보고서를 보면 평가항목의 ‘주거’ 항목이 ‘직·간접적인 영향이 미미’하다는 이유로 제외됐다. 현 노선이 3개 마을을 가로질러 가는데 ‘주거’에 대한 영향이 미미하다고 판단할 수는 없지 않은가? 관련 공무원들의 자긍심과 양심에 호소한다. 정녕 이 길 말고는 없는가?

신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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