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에세이] 사회적 행복

2023.06.19 06:00:00 13면

 

쉰 살이 되면 인생에서 쉰내가 나는 것인가? 했었다. 쉰 살이 지나고 정년 한 지도 십 수년이 되었다. 우주적인 고독을 안고 홀로그리움과 두려움에 서서히 길들여지는 것일까. 조그마한 거리낌에도 밤잠을 못 이루고 괴로워했다. 처신에 있어서도 멧돼지처럼 대담하지 못하고 이것저것 생각하며 삼갔다.

 

이 세상 ‘천재는 99%의 노력과 1% 재능이다.’고 생각하며 오로지 능력과 노력으로 살아야 한다고 자신을 닦달하며 빈 틈 없이 살았다. 정다운 부모, 한 사람의 친형제를 그리워하며 평생을 걸었다. 이제는 요즘 젊은 세대들의 개그 같이 성공은 ‘1%의 재능에 99%의 돈과 백으로 얻어진다.’는 말을 긍정하며 허허 허! 하고 웃는다.

 

새벽 다섯 시 반, 인간의 체온을 느끼지 못한 채 잠에서 깨어나면서 ‘오늘은 또? …’ 하는 생각으로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동물원 길을 가고 있었다. 아침 공기는 상쾌했다. 30대 후반 젊은 부부가 간편한 복장으로 달리고 있다. 건강한 부부의 모습이 보는 눈을 즐겁게 한다. 좀 더 가니 구청의 느린 청소차가 도로의 먼지를 흡입하여 포장도로를 깨끗이 닦아놓고 있다.

 

공원으로 가는 대학로 숲길은 오래된 플라타너스가 시골 동구 밖 느티나무를 모셔온 듯 우람하고 상처 많은 몸으로 숙연히 줄지어 서있다. 나무는 나이가 무섭지 않은지 세월의 나이테와 함께 보이지 않는 뿌리의 세력으로 끄떡없이 자신을 지켜가며 하늘을 향하고 있다. 넓적한 잎들은 푸른 별 되어 숲을 이루어 그늘을 형성한다. 그 길을 여대생이 자전거를 타고 의연히 지나가고 있다. 어디선가 휘파람 소리라도 들려올 것 같았다. 이것이 내 고장의 오늘 아침 풍경이었다.

 

왠지 마음 가볍고 기분 상큼하다. 누구에겐가 전화가 걸려와 마음의 문 열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좋은 시간 속으로의 여행을 맛볼 수 있을 것 같은 예감도 들었다. 한 줄기 빛이 가슴으로 내리는 것 같았다. 문득 이것이 사회가 주는 행복이요 기쁨이 아닐까 싶었다.

 

외신에 의하면, 2023년 5월 26일 미국 매사추세츠 보스턴 대학 졸업식에서는 사업가 ‘롭 헤일’ 씨의 말에 환호성이 터졌다고 한다. 그 광경을 미국 CNN에서는 현장 영상으로 내보냈다는 것. 졸업식장에서 롭 헤일 씨는 두 개의 봉투에 500달러씩 나눠 담은 1000달러를 2500 명 졸업생에게 주었다고 한다. 우리나라 돈으로는 약 33억 원이다. 헤일 씨는 이 자리에서 졸업생들에게 ‘하나는 졸업생 여러분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 봉투가 꼭 필요해 보이는 사람이나 기관에 전하세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리고 기부용 500달러에 대해서는 졸업식 뒤에 ‘기부에는 중독성이 있다. 이번을 시작으로 학생들이 이런 일을 자주 하리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눈만 뜨면 불유쾌한 뉴스가 대부분이다. 쥔 자와 가진 자들의 부도덕한 사건들과 한반도의 지정학적 안보에 대한 스트레스 소식이다. 언제쯤 TV를 켜면 아들과 며느리와 사위와 함께 보아도 미소 지을 수 있는 뉴스와 명랑한 드라마를 시청할 수 있을까? 유쾌한 어른의 즐거운 뉴스와 그리고 몸 바쳐 내일을 개척해 가는 젊은이들의 영근 꿈에 마음 맑아지는 시간을 공유할 수 있을까. 쾌적한 사회적 환경과 시민의 덕성으로 행복한 에너지가 충전되는 우리들의 삶을 생각해 보게 된다.

김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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