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0세대 둘러싼 20만㎥ 암반”…LH, 검단신도시 엉터리 시험발파에 주민 불안

2023.07.23 16:14:26 인천 1면

네 차례 주민설명회서 합의점 도출 못하고 시험발파 강행
발파 당일 안전규정 무시, 계측장비 변경 등 문제점 불거져
LH, 국민권익위 현장조사 들어간 다음에야 발파절차 중단

LH와 쌍용건설이 발파를 추진 중인 서구 불로동 산74 일원 암반 20만㎥ 주변에 2600여 세대의 주거지가 밀집해 있다. ( 사진 = 조경욱 기자 )

▲ LH와 쌍용건설이 발파를 추진 중인 서구 불로동 산74 일원 암반 20만㎥ 주변에 2600여 세대의 주거지가 밀집해 있다. ( 사진 = 조경욱 기자 )

 

“2600여 세대의 주거지 중심에 있는 저 암반을 무작정 발파한다고 합니다.”

 

인천 검단신도시 2단계 택지개발사업 조성공사(2-2공구)가 한창인 서구 불로동 일대가 시끄럽다.

 

검단신도시 경계 끝자락인 이곳(불로동 산74 일원)에는 최대 폭 150m, 높이 26.5m에 달하는 암반이 있다.

 

발주처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시공사인 쌍용건설은 택지조성을 위해 암반 약 20만㎥를 발파하겠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이 거대한 암반이 주거지역 중심지에 있다는 점이다.

 

암반의 동쪽에는 검단대광로제비앙센트럴포레(556세대), 서쪽으로는 삼보해피하임1·2단지(866세대), 북쪽은 금호어울림아파트(412세대)와 다가구·다세대주택(800세대) 등 모두 2600여 세대가 암반을 둘러싸고 있다.

 

LH가 발파를 하겠다는 암반 중심부로부터 주거지까지 거리는 고작 80m, 공사 현장과는 30m가 채 안 된다.

 

LH는 지난해 10월 24일부터 올해 4월 1까지 모두 네 차례의 주민설명회를 열었지만, 대부분 주민과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파행으로 끝났다.

 

주민들은 발파 대신 무진동 공법을 통해 암반을 파쇄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LH는 공사기간이 기존 계획(9개월)보다 5배 이상 소요되고 소음이 크게 나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검단신도시 택지조성 중인 서구 불로동 산74 일원 암반 주변으로 주거지역이 밀집해 있다. ( 사진 = 주민대책위 제공 )

▲ 검단신도시 택지조성 중인 서구 불로동 산74 일원 암반 주변으로 주거지역이 밀집해 있다. ( 사진 = 주민대책위 제공 )

 

결국 LH는 주민들의 의견을 무시한 채 지난 4월 11일 시험발파를 진행했다.

 

시험발파 당일 수도권에는 강풍주의보가 내려지는 등 비바람이 거셌다. 누적강수량은 1.5㎜였지만 짧고 요란했다.

 

고용노동부의 ‘발파 표준안전 작업지침’에 따르면 우천·낙뢰 등 누설전류로 폭발 위험이 높은 장소에서 발파를 할 때는 비전기뇌관 또는 전자뇌관을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시험발파에는 전기적 위험성이 높은 전기뇌관이 쓰여 안전관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또 당초 LH가 주민들에게 알린 시험발파 계측기와 다른 제품이 당일 현장에서 사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시험발파에 따른 진동 측정 센서도 진원의 방향과 맞지 않게 설치됐으며 고정상태도 불량했다.

 

이같은 주민들과 전문가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LH는 시험발파를 강행해 소음과 진동에 문제가 없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이후 주민들이 민원을 제기하면서 지난달 22일 국민권익위원회가 1차 현장조사를 진행했다. 그제야 LH는 본발파를 위한 향후 절차를 중단한 상태다.

 

박권수 삼보해피하임1·2단지 환경피해 대책위원회 위원장은 “LH와 쌍용건설은 원칙과 절차를 무시한 채 통보와 강요로 시험발파를 진행했다”며 “인근 주거지 모두 암반 지대로 연결돼 지하주차장도 없다. 무리한 발파를 진행하면 그 피해가 고스란히 전이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시험발파에 참관한 하홍순 전 국무조정실 부패척결단 과장은 “시험발파의 결과값으로 주변 건물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미리 대책을 마련하기 때문에 정확한 측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결과 보고서의 계측 센서 위치와 실제 위치의 오차가 크고, 고정방법 등이 국제발파기술자협회(ISEE)의 지침이나 국토부의 규정에도 맞지 않는 문제가 발견됐다”고 지적했다.

 

LH 관계자는 “주민 이의 제기에 따라 시험발파 결과를 폐기하고 국민권익위 조사·협의와 주민 대화 등을 통해 재시행하기로 했다”며 “계측기 변경을 주민들에게 고지하지 않은 점은 발주처와 시공사의 과실이다. 다만 계측 센서 설치 과정의 축방향 오류 등은 현장에서 약 1시간여에 걸쳐 수정 후 시험발파를 했다”고 말했다.

 

시험발파에 쓰인 측정 센서가 진원지와 다른 엉뚱한 방향으로 설치돼 있다. ( 사진 = 주민대책위 제공 )

▲ 시험발파에 쓰인 측정 센서가 진원지와 다른 엉뚱한 방향으로 설치돼 있다. ( 사진 = 주민대책위 제공 )

[ 경기신문 / 인천 = 조경욱 기자 ]

조경욱 기자 imjay@kakao.com
저작권자 © 경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Dk20046
    2023-08-29 02:09:13

    어떻게 LH는 이렇게 무지비하게 주민들의 안전을 위협하는지
    본인집이라도 그랬을까?? 보상??? 관심없구요
    내집 안부서지고 안전하게 살고싶을 뿐입니다
    진짜 몰라서 그렇게 밀어붙이시나요????

    답글
  • 우주소년
    2023-08-18 21:10:45

    발파 문제 진짜 심각합니다. 현 주거지와 30미터 거리 발파 공사 산의 윗부분 발파에 10개월 예상 지하 터파기 그 이상..
    아파트 올라가고 지어지는 내내 고통에 시달려야 합니다. 와 ~~감당해 낼 수 있을까요? 개발도 좋고 집값 올라가는 것도 좋지만 사람 사는거 답게 살아야지요..스트레스로 집 값 오르기 전에 병 날까 무섭습니다.

    답글
  • 어이없음
    2023-08-17 12:19:10

    바다를 뚫어 도로를 만드는 기술력이 있는 시대에 건물이 이 무너질까 시도조차 안하고.. 두려워하는 마음이라니... 참 아이러니 합니다. - 저도 참 아이러니 합니다. 이런 시대에 얼마나 대충대충 공사를 하면 여기저기서 발파로 인한 피해를 호소할까요? 또 LH 에서 이 지역에 그 중요하다는 시험발파를 할 때에도 경찰관 미입회, 돌풍에 비가 와도 날씨 무시, 엉터리로 설치해 전문가가 지적해도 무엇을 잘 못했는지 몰라 어리둥절 하다 아... 하는 모습 등 퍽이나 믿고 맡기겠습니다. ㅎㅎㅎㅎㅎ

    답글
  • 위드 불로동
    2023-08-14 13:41:10

    우리 동네에 피해주지 않는 안전한 공사 시공으로 멋지게 만들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안 좋은 사례를 들먹이며 우리 또한 저렇게 될꺼라며.. 불안감으로 일부 변호사의 배를 채우기 보다는 그러한 시간에 우리 주민이 똘똘 뭉쳐 더 좋은 사례와 기술력을 찾아보며 추후 전철이 들어설 곳과 그 뒷쪽 주택들도 혜택이 두루 두루 갈 수 있도록 힘써서 노력했으면 좋겠습니다. (바다를 뚫어 도로를 만드는 기술력이 있는 시대에 건물이 이 무너질까 시도조차 안하고.. 두려워하는 마음이라니... 참 아이러니 합니다.)

    답글
    • 어이없음
      2023-08-17 12:18:19

      바다를 뚫어 도로를 만드는 기술력이 있는 시대에 건물이 이 무너질까 시도조차 안하고.. 두려워하는 마음이라니... 참 아이러니 합니다. - 저도 참 아이러니 합니다. 이런 시대에 얼마나 대충대충 공사를 하면 여기저기서 발파로 인한 피해를 호소할까요? 또 LH 에서 이 지역에 그 중요하다는 시험발파를 할 때에도 경찰관 미입회, 돌풍에 비가 와도 날씨 무시, 엉터리로 설치해 전문가가 지적해도 무엇을 잘 못했는지 몰라 어리둥절 하다 아... 하는 모습 등 퍽이나 믿고 맡기겠습니다. ㅎㅎㅎㅎㅎ

  • 절대반대
    2023-08-09 12:50:23

    조용히잘살고있는데 왜이러는교

    답글
  • 조용히 살고싶다
    2023-08-01 11:57:05

    타지역도 이런 피해사례가 많은데 왜 발파를 하겠다는지 피해자만 피해볼뿐 아무도 책임지지 않으니 문제인거 같습니다. 왜 이런 어마무시한 발파를 해야하는지 이해가 안갑니다.

    답글
  • 발파반대
    2023-08-01 00:16:13

    발파는
    2600곳을
    직접 살해하는
    행위입니다!!!
    절대 해서는 안됩니다

    답글
  • 좀놔둬라
    2023-07-26 16:02:20

    저기에 흙덮고 나무키워서 작은 숲공원만드는게 더 창조적이겠네요 거기서 그러지말고 울동네 재개발이나 해줘요 건물들이 죄다 40년이상 완전 슬램가에요ㅋㅋㅋ 지하철도있고 교통도 다 좋은데 울동네나 좀 어케 해주심안됨?

    답글
  • 함께살자
    2023-07-25 21:54:09

    더 큰 피해가 뻔히 보이는데 주민들이 살고 있는 지역과 너무 가까운곳에서 발파라니요! 너무 불안해보입니다. 개발변경을 통해 주민들이 피해없이 잘 살수 있도록 지역사회와 정부에서 관심을 가지고 긍정적으로 해결되길 바랍니다.

    답글
  • 제르
    2023-07-25 18:05:14

    주민들을 위하여 천연 암반으로 석가산으로 둘러쌓인 공원 만들어주면 좋겠습니다.

    답글
더보기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흥덕4로 15번길 3-11 (영덕동 1111-2) 경기신문사 | 대표전화 : 031) 268-8114 | 팩스 : 031) 268-8393 | 청소년보호책임자 : 엄순엽 법인명 : ㈜경기신문사 | 제호 : 경기신문 | 등록번호 : 경기 가 00006 | 등록일 : 2002-04-06 | 발행일 : 2002-04-06 | 발행인·편집인 : 김대훈 | ISSN 2635-9790 경기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 2020 경기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kg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