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진의 촌스러운 이야기] 김동연 도지사님과 임태희 교육감님께

2023.08.16 06:00:00 13면

 

경기도정과 교육에 다망하신 두 분 단체장님께 먼저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그동안 이 지면을 통해 제2경춘국도 3공구 노선의 문제점을 지적했으나 경기도에서 어떤 노력을 했다는 내용을 접한 바가 없어서 간절한 마음에 이렇게 두 분께 직접 공개서신을 드리게 된 점 넓은 양해 부탁드립니다.

 

제2경춘국도는 경기도에 하나뿐인 조선 임금의 태봉인 중종대왕 태봉을 절단내고, 경기도문화재인 이방실장군묘의 보호구역을 침범하고, 우리나라 최초의 야담집인 ‘어우야담’을 지은 어우당 유몽인 묘의 풍수적 경관을 훼손하며, 수백억 원을 들여 2021년 생태하천으로 복원된 달전천을 파헤치며 나가 가평군의 대표적 교육기관인 가평고등학교 바로 앞을 통과하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김동연 도지사님, 저는 이 도로가 도지사님의 도정철학에 반하는 도로라고 생각합니다. 도지사님이 가평군에서 진행된 ‘민생현장 맞손토크’에서 ‘기후대응과 환경보존을 하는 지속가능한 질적발전’과 ‘문화사업과 연계하는 탄소중립 관광특구 가평군’을 강조하셨기 때문입니다.

 

임태희 교육감님, 지금 가평고등학교는 백수십 억 원을 들여 ‘그린 스마트 미래학교’를 만들고 있습니다. 그런 학교 바로 앞에 자동차 전용도로를 만드는 게 교육적으로 행정적으로 수용할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선택인지, 대통령실 실장을 지내신 국가경영의 경륜과 안목으로 꼭 한 번 살펴봐 주시기를 요청드립니다. 가평고의 교사, 학생, 학부모, 동문은 이 도로의 노선 변경을 위한 탄원서를 국토부에 제출했습니다. 도로 건설 관계자들은 소음·분진 예방 등을 하면 되는 것 아니냐는 식의 대응을 하고 있습니다만 이것은 정책결정에 있어서 무엇을 더 우선적인 가치에 두느냐의 원칙에 관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유적들은 가평군의 학생들이 지역사회 이해를 위해 찾아가는 견학지고, 그 마을은 경기도 에코뮤지엄으로 지정된 곳이기도 합니다. 그 견학지에서 도시로 연결되는 도로가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절단낸 모습들을 보면서 학생들은 무엇을 배울까요? 정책결정의 가장 후순위로 홀대받는 학생과 주민에게 생길 자괴감이 바로 천문학적 예산을 써도 막지 못하는 지방소멸의 위기를 만든 근본적인 원인은 아닐까요?

 

가평군에 귀촌해 아이를 기르며 사는 저는 이제 지인들에게 가평군에 들어와 아이들을 교육시키며 살라고 얘기할 수가 없습니다. 가평고는 6·25전쟁 당시 지역주민들이 어린이들에게 글을 가르치는 모습에 감동한 미군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지은 카이저(Kaiser) 학교가 모태인 학교입니다. 훗날 참전 미군 노병이 학교를 방문했을 때 그 노병은 카이저 학교 1기 졸업생에게 노여운 눈빛으로 이렇게 물었다고 합니다. “너희들은 역사와 문화를 존중하냐? 라고. 전쟁 중에 자신들과 주민들이 함께 만들었던 학교 건물을 흔적도 없이 없애버리고 새 건물을 지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아직도 매년 장학금과 꽃을 들고 찾아오는 노병들은 학교 앞에 교육환경을 망가뜨리는 도로가 건설되는 것을 보며 또 뭐라고 할까요?

 

지금의 제2경춘국도 노선 결정에 가평군 행정은 깊은 관여를 했고, 그 여파로 가평군 내에서 노선 변경의 목소리를 내기 힘든 상황입니다. 이렇게 경기도의 두 단체장님께 호소의 공개서신을 드릴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두 분 단체장님의 강녕을 기원드립니다.

신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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