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민의 아르케] 가이아의 복수, 인류의 운명은?

2023.08.17 06:00:00 13면

 

더위가 예사롭지 않다. 입추가 열흘이 지났는데도 33도를 상회하는 무더위가 계속되고 있다. 『가이아』란 책이 있다. ‘지구 생명에 대한 새로운 시선’이란 부제가 붙었다. 영국의 화학자 제임스 러브록이 남긴 유명한 책이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대지의 여신을 이름으로 하여 지구는 살아있는 유기체요 생명체라는 것을 강조한 내용이다. 기후위기를 넘어 인류의 멸종을 걱정해야 하는 시기에 꼭 읽어보아야 할 책이다.

 

『가이아』는 지구가 생명체들이 살아가기에 적합한 온도를 유지시키는 등 사이버네틱스의 자율규제 시스템으로 작동하는 실태를 생생하게 증명했다. 이때만 해도 러브록이 지구가 기후위기로 인해 지금과 같은 끔찍한 사태를 맞이하리라고 까지는 상상하지 못했다. 살충제와 제초제로 인한 환경오염을 우려하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그로부터 27년이 지나 내놓은 『가이아의 복수』는 사뭇 달았다. 제1장 첫 페이지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지금처럼 지구를 학대한다면 지구는 5,500만 년 전과 같은 뜨거운 상태로 되돌아갈지 모른다. 그 일이 일어난다면 우리와 우리 후손들의 대다수는 죽을 것이다.” 한 세대 만에 지구의 환경이 급격히 나빠진 것이다. 데카르트 이후 지구와 지구 생명체를 정복의 대상으로 간주하고 무차별 개발에 몰두한 결과, 지구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되었고, 임계점에 도달하면서 지구의 복수가 시작된 것이다. UN 사무총장은 기후위기가 온난화를 지나 열대화의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했다.

 

『가이아의 복수』가 출판되었을 즈음(2007년)에는 이미 해마다 한파와 폭염, 홍수, 가뭄으로 지구가 병들어 있었다. 지금은 대형 산불이 추가되었고, 북대서양 해류까지 정상에서 벗어나고 있다. 적도에서 데워진 표층의 난류는 북쪽으로 이동해 유럽을 따뜻하게 유지해주고, 북쪽의 심층한류는 남쪽으로 이동하면서 인도양과 태평양을 순회해왔다. 이 흐름이 멈추게 된다는 것이다.

 

지구의 온도를 산업혁명 이전 수준에서 1.5도가 넘지 않도록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고 대체 에너지를 개발하는 등 노력을 한다고는 했지만 크게 부족했다. 러브록은 이미 입힌 피해 수준에서도 지구가 회복되기까지는 1천년 이상 걸릴 것이고, 이미 늦었을는지 모른다고 했다.

 

엔트로피의 법칙에 따르면, 자연 상태에서 무질서는 증가하게 되어 있다. 사람이 살지 않고 빈 집으로 놔두면 거미줄과 곰팡이가 생기고 먼지가 쌓인다. 지구는 지금까지 뭍 생명체들이 안락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적절한 온도와 공기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인류는 불과 200년 만에 수많은 동식물을 멸종시키면서 궁극에는 사람도 살기 어려운 환경을 만들어놓고 말았다. 너무 늦었는지 모르지만, 더 이상 엔트로피가 높아지기 전에 화석연료 사용을 절제하고 대체 에너지 비율을 높여야 한다.

김동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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