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가의 사랑…뮤지컬 ‘22년 2개월’

2023.10.15 07:11:26 10면

독립운동가 박열과 가네코 후미코의 이야기
독립운동가였지만 일본인을 사랑한 박열의 고뇌 담아
11월 5일까지 서울 대학로 링크아트센터

 

22년 2개월. 독립운동가 박열이 다이쇼 천황과 히로히토 황태자 암살 계획 발각 후 우쓰노미야 형무소에서 복역한 기간이다. 박열과 가네코 후미코는 형무소에서 결혼했으며 영원한 사랑을 약속했다. 가네코 후미코는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후 형무소에서 사망했다.

 

독립운동가 박열의 사랑과 고뇌를 그린 뮤지컬 ‘22년 2개월’이 무대에 올랐다. 2023년 초연으로, 독립운동가의 삶을 보여주며 역사의식을 고취시킨다.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제작됐으며 극적인 요소를 위해 사실이 아닌 부분이 있다는 것을 사전에 알린다. 묵념도 진행된다.

 

극은 박열과 가네코 후미코의 만남에서 시작한다. 박열은 3·1운동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학교에서 퇴학당하고 일본으로 향한다. 가네코 후미코는 일본 사람으로, 조선 고모집에 식모살이를 하러 왔다가 학대와 힘든 생활로 일본으로 돌아간다.

 

 

책을 읽던 가네코 후미코에게 부딪힌 박열은 그녀가 들고 있던 니체의 책과 자신의 책이 뒤바꼈음을 알게 된다. 그녀가 운영하던 국수집을 찾아가 책을 돌려주며 사랑이 시작된다. 우유 배달을 하며 힘겹게 살아가는 가네코 후미코에겐 세상을 깨워주는 ‘책’이 유일한 낙이다.

 

돌려받은 책에는 박열이 책 도둑인 줄 알고 적은 ‘개만도 못한 새끼’라는 욕이 있었다. 조선의 앞날을 걱정하고 독립 방법을 찾던 박열은 가네코 후미코의 메시지에 영감을 받아 자신의 처지를 빗댄 ‘나는 개로소이다’라는 시를 짓고 ‘조선 청년’에 기고한다.

 

박열의 시에 감명 받은 가네코 후미코는 박열을 사랑하게 되며 지지한다. 박열이 활동했던 불령사를 응원하고 일왕 암살 계획에 가담한다. 노동자 조직을 지지했으며 인권 보호에 동의했던 가네코 후미코는 아나키스트 박열과 뜻을 함께했으며, 마지막 재판에서도 이를 주장했다.

 

 

일본인을 사랑한 독립운동가의 삶은 고됐다. 동료들은 그를 믿지 못했고 일왕 암살 계획에 자신의 사랑은 방해가 됐다. 자기모순에 빠져 자신이 누군지 고뇌했다. 박열과 가네코 후미코의 사랑은 세간의 화제가 됐다. 둘 다 사형을 선고받았으며 인도적 차원에서 도움을 받았다.

 

일왕 암살이라는 계획엔 변함이 없었고 가네코 후미코 역시 자신에 의해 그의 뜻이 꺾이지 않길 바랐다. 법정에서 박열의 뜻이 자신의 뜻이라는 것을 밝힌 가네코 후미코는 대역죄인으로 외면 받았다. 박열은 출소돼 가네코 후미코를 찾지만 그녀는 이미 죽은 후였다.

 

박열의 독립에 대한 의지와 가네코 후미코에 대한 멈출 수 없는 사랑은 한 독립운동가의 삶을 애절하게 전달한다. 나비를 좋아했던 가네코 후미코의 삶 역시 아름답게 그려지며 고난 속에서도 서로를 의지하며 뜻을 함께한 사랑이 마음을 울린다.

 

 

독립운동가들에 대한 존경과 깊은 감사를 전하며 시작하는 배우들의 연기는 독립투사들의 열망과 감동을 고스란히 전달한다. 일본 내에서 개인의 양심에 따라 독립운동가들을 돕는 일본인들과 힘의 논리에 따라 행동하는 일본인들의 이념대립도 엿볼 수 있다.

 

박열 역에 유승현, 양지원, 켄이 출연하며 가네코 후미코 역에 최수진, 강혜인, 홍나현이 나온다. 후세 다츠지 역에 유성재, 안창용이 캐스팅됐으며 다테마스 가이세이 역은 이현재가 연기한다. 김중한 등은 박세훈이 맡았다.

 

독립운동가 박열과 가네코 후미코의 삶을 다룬 뮤지컬 ‘22년 2개월’은 서울 대학로 링크아트센터에서 11월 5일까지 계속된다.

 

[ 경기신문 = 고륜형 기자 ]

고륜형 기자 krh0830@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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