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록펠러 센터 앞 타워에서 색색의 빛이 사방을 비춘다. 그 아래 백남준은 피아노에 앉아 연주를 한다. 사람들은 그를 둘러싸고 퍼포먼스를 즐긴다. 연주에 맞춰 네온 빛들이 점멸하고 레이저 선들이 하늘을 수놓는다. 백남준은 요나스 메카스를 발견하고 함박웃음을 짓는다.
용인에 있는 백남준아트센터가 2002년 뉴욕과 2004년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에서 전시됐던 백남준의 대형 레이저 설치 작품 ‘트랜스미션 타워’를 국내 최초로 공개했다.
모차르트의 진혼곡이 재생되는 ‘20세기를 위한 32대의 자동차: 모차르트의 진혼곡을 조용히 연주하라’ 등 5개 작품을 백남준아트센터에서 볼 수 있다.
오후 5시부터 8시까지 레이저를 쏘는 ‘트랜스미션 타워’는 9.11 테러 이후 뉴욕의 록펠러 앞에 설치된 타워로, 건물과 건물 사이에 레이저를 쏴 주변 경관을 바꾼다. 윤제호 작가는 사운드와 빛을 프로그램해 레이저와 네온, 조명과 사운드가 공명하도록 만들었다.
2002년 당시 백남준 작가는 타워 아래서 미국 국가, 가곡, 팝을 연주했는데, 노먼 발라드는 피아노 퍼포먼스 사운드에 반응하도록 레이저와 네온을 프로그래밍했다. 그의 연주와 타워의 빛들은 폐허가 된 도시의 사람들에게 응원과 위로가 됐다.
‘트랜스미션 타워’ 옆에 설치된 작품은 ‘20세기를 위한 32대의 자동차: 모차르트의 진혼곡을 조용히 연주하라’다. 1920년대~ 50년대까지 제작된 은색 클래식 자동차 32대에서 모차르트의 진혼곡이 흘러나온다. 자동차와 텔레비전, 레코드 플레이어 등 낡은 기계에 작별을 고한다.
기계시대를 상징하는 자동차, 텔레비전과 정보화 시대를 상징하는 레이저를 보며 유한성과 가능성을 모색해 볼 수 있다. 정보화 시대가 된 지금, 무한대로 뻗어나가는 레이저를 보며 20년전 뉴욕에서 찾았던 자유를 느낄 수도 있다.
전시는 백남준 아트센터 내부 2층에서도 이어진다. ‘트랜스미션 타워’를 제작하기 위해 백남준 작가가 연습하던 모습, 노먼 발라드가 피아노 음으로 레이저 그래픽을 만드는 모습, 몸이 불편한 백남준을 미국 기자가 인터뷰하던 모습을 아카이빙 영상으로 볼 수 있다.
‘레이저 그리고 호랑이’는 레이저 작품 ‘삼원소’가 음악에 따라 교차되며 백남준을 상징하는 흑백의 호랑이를 그린다. 노년이지만 죽지 않는 노장의 창작의지를 표현했다. ‘삼원소’는 2000년 1월 1일 MBC가 73개 방송사가 진행한 밀레니엄 프로젝트 ‘2000 Today’로 송출했다.
“레이저 광선은 대단히 신비스럽고 달콤하고, 숭고하기까지 하단 말이야”라고 말한 백남준의 생전 인터뷰처럼 레이저 광선이 갖는 무한한 가능성이 오늘날을 비춘다. 대중매체인 텔레비전보다 더 큰 주파수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레이저는 시공간을 뛰어넘는다.
숲속에서 백남준 예술 세계의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전시 ‘트랜스미션: 너에게 닿기를’은 12월 3일까지 계속된다. 관람시간은 화요일부터 일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월요일은 휴무다.
[ 경기신문 = 고륜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