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흥시는 동해안에 위치한 평양 다음으로 큰 지방도시이다. 해방 후 함흥의 자연 지리적 환경과 화학산업 특성으로 주목을 받아 성장한 도시이다. 함흥 동쪽에 위치한 흥남은 일제시기 생겨난 당시 세계적 규모의 흥남비료공장이 있다. 식의주 문제가 급했기에 김일성은 함흥을 ‘노동계급’의 도시로 만들려 했다. 1990년 이전까지 특별한 주목을 받았고, 지금도 여전히 함흥은 식의주 문제에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 소도시를 지향하는 체제의 특성상 함흥-흥남이 백만이 넘는 대도시로 된 것은 이례적이다. 함경남도 소재지이며 크고 작은 공장 기업소가 몰려 있다. 함흥시 중심에서 조금 벗어나면 벼와 강냉이 밭이 무연하고, 나지막한 곳에는 사과 배를 심은 과수원이 있다.
과수원에는 특히 사과나무가 많다. 수확한 국광사과는 껍질이 두꺼워 움에 저장한다. 봄에 먹으면 사과 향기의 아삭한 맛은 표현할 길 없이 좋다. 홍옥은 껍질이 얇기 때문에 가을에 수확해 저장하지 않고 바로 소비해야 한다. 남쪽처럼 알알이 종이를 씌우는 수고는 없다. 수확하는 시기가 있기 때문에 종사자 아닌 사람들이 일손을 돕는다. 크고 작은 사과들이 가득히 쌓여 있는 곳에서 분류해 차에 실어 식품회사나 과일가게에 가져간다. 상처 있는 사과는 따로 두었다가 설탕을 넣어 재워 먹었던 것 같다. 그렇게 맛있는 사과를 조심히 다루지 않았다고 생각되기는 남쪽 과수원 사과를 재배하는 방법을 보고 알았다.
함흥 사과는 크고 달다. 홍옥은 빨갛고 국광은 덜 붉다. 맛은 국광사과가 좋다. 과일이 붉어지기 시작하면 과수원에 초막을 짓고 도둑이 들어오는 것을 막는다. 경비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올 때 사람들은 제일 잘 익은 사과를 몰래 집으로 가져간다. 그리고 시장에 가져다 팔았다. 아무리 교육을 한다고 하더라도 사람 심성에 있는 이기적 욕망은 감출 수 없다. 함흥시 주변에는 오래전부터 농산품을 가져와 팔수 있도록 하는 재래시장 같은 10일장이 있다. 공업품을 파는 시장은 1990년대 확장되거나 새로 생겨났다. 시장에 나갈 새도 없이 시내 사람들이 직접 찾아와 가져간다.
함흥시 주변에 사과가 생산되기 때문에 함흥냉면에는 사과배를 얇게 져며 고명으로 올린다. 이것이 다른 지역과 구별되는 지역 특산 음식이 된다. 지금쯤 함흥사과는 수확을 마치고 겨울나기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다. 남쪽에는 붉은 단풍이 아름답다면 북쪽에는 사과가 익어가는 농촌 풍경이 멋지고 그립다.
그곳에서 나와 언니와 형부, 조카가 살았다. 형부는 어려운 시기를 넘기지 못했고, 언니와 조카는 생사를 알길 없다. 꽃이 언제 지는지, 단풍이 어떻게 물드는지 알지 못한 채 아름다운 10월을 보내는 사람도 있다. 슬프고 행복한 순간이 엇갈리는 10월의 마지막 날, 기억에 남은 함흥사과는 여전히 크고, 붉고 맛있다. 겨우내 움 속에 있다가 봄에 꺼내먹는 함흥사과 그 향기와 맛은 더 없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