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치, 요시노, 치카. 세 자매는 아버지의 장례식 날 이복동생 스즈를 만난다. 바람이 난 아빠와 그의 아이 스즈는 자매에게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엄마가 죽고 아빠를 혼자 병간호하던 스즈는 사치의 함께 살자는 제안에 세 자매가 살던 바닷마을로 이사 온다.
요시다 아키미의 만화 ‘바닷마을 다이어리’를 영화화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바닷마을 다이어리’를 뮤지컬화한 무대가 관객을 만나고 있다. ‘연극들’을 만든 황정은 작가와 제58회 동아연극상 작품상 및 신인 연출상을 받은 이준우 연출 등이 뭉쳤다.
바닷마을로 이사 온 스즈는 축구부에 가입하고 매실주를 담그며 언니들과 새 삶을 시작한다. 간호사로 일하며 유부남 의사와 연애하는 첫 째 사치, 은행에 다니며 마을 사람들의 돈을 관리해주는 둘 째 요시노, 예술가로 일하고 있는 셋 째 치카는 스즈를 따뜻하게 맞는다.
난생 처음 누군가의 보호자가 되는 사치는 마을 아주머니로부터 선자리가 들어오지 않는다며 타박을 받지만 자매를 책임진다는 책임감에 성장해간다. 멸치 주먹밥집을 운영하던 아주머니의 유산을 책임지던 요시노는 마을 사람들의 정을 느끼며 스즈를 보살핀다.
아버지와의 이혼 이후 버리듯이 자신들을 떠난 어머니를 원망하지만 그녀를 이해하며 스즈를 통해 삶의 마지막 퍼즐을 찾는다. 할머니가 담가주던 매실주를 담그고 엄마가 해주던 국수를 삶아먹으며 그들만의 온기를 찾아간다.
어느 날 집을 팔자며 찾아온 어머니에 자매들은 그동안 꺼내지 못했던 속마음을 꺼낸다. 아버지처럼 살지 않기 위해 가정을 지키는 사치는 각자의 자유를 위해 살자는 요시노와 싸우고 자신의 어머니 때문에 가정이 불행해졌다고 생각하는 스즈는 혼자 슬픔을 삭인다.
각자의 일상에서 자리를 지키며 치열하게 살아가는 자매들은 서로를 보듬고 바닷가에서 울적한 기분을 털어버린다. ‘바다가 있어 다행’이라는 그들은 평범하게 살아가는 우리를 위로한다. 특별한 일은 없지만 매일 마시는 차, 달콤한 아이스크림이 있어 그들의 일상은 행복하다.
탁 트인 바닷마을 풍경과 마당에 자란 매실나무, 자전거를 타고 달리며 맞는 벚꽃들은 아름다운 바닷마을의 일상을 자연스럽게 전달한다. 유부남 의사와 헤어진 사치, 멸치 주먹밥집 아주머니의 장례를 치른 요시노, 언니들을 돌보는 치카가 바다에서 달리는 모습은 따스함을 준다.
리프트식 무대로 집, 마당, 바다, 장례식장, 운동장을 나타내는 연출은 연극의 장면 변환에 집중하게 하며 여름과 겨울의 계절 변화는 6명 배우의 연기를 돋보이게 만든다. 흩날리는 벚꽃은 관객의 감성을 가득 채우며 국수와 매실은 가정집의 따뜻함을 현실감 있게 전달한다.
네 자매가 서로를 보듬고 살아가는 모습은 잔잔하게 온기를 전하며 일상의 소중함을 일깨운다. 별 일없지만 무사하게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용기를 전달하기도 한다. 서정적이고 담백한 장면들은 깊은 공감을 이끌어낸다.
사치 역에 박하선, 한혜진이 출연하며 요시노 역은 서예화, 임수향이 맡았다. 치카는 강해진, 류이재가 연기하며 스즈는 설가은, 유나가 나온다. 후타역엔 오한결, 이윤서가 캐스팅됐으며 여러 역을 소화하는 남자는 이강욱, 여자는 이정미가 맡았다.
잔잔한 감동을 전하는 ‘바닷마을 다이어리’는 오는 19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소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 경기신문 = 고륜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