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현장에서] 체험학습을 다녀왔습니다

2023.11.06 06:00:00 13면

 

얼마 전에 자연 체험을 하러 반 아이들과 양주에 있는 노고산에 다녀왔다. 체험학습 장소로 유명한 곳이라 처음 예약을 진행하던 시점엔 이미 비어있는 날짜가 거의 없는 상태였다. 덕분에 원하는 날짜에 예약하지 못하고 비어있는 날짜 2개 중에 하나를 골랐다. 조금 더 서둘렀어야 하는데 아쉬웠다. 다음에 가게 된다면 1학기 시작 전에 예약하리라 다짐했다.

 

상황이 반전된 건 학교에서 체험학습용 버스로 타고 다니던 전세 버스가 불법이 되면서부터다. 아이들이 타는 체험학습 버스 겉면에 노란색 랩핑이 되어 있어야 하고 안에는 어린이용 좌석이 설치되어 있어야 합법이라고 했다. 전세버스를 타고 다니다 경찰이 단속하면 걸리는 상황이었다. 그대로 체험학습을 진행하면 졸지에 불법을 저지르게 되었다.

 

관련 기사가 뜨자마자 교사 커뮤니티가 뒤집어졌다. 교사가 불법을 저지를 수 없으니 체험학습을 가지 않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쏟아졌다. 당연하게도 많은 학교가 체험학습을 취소했다. 불법을 감수하면서까지 교육활동을 진행하고 싶은 교사는 없을 것이다. 어떤 학교에서는 가정통신문에 체험학습 취소를 전달하면서 관련 문의는 경찰서로 하라는 내용을 덧붙였다.

 

역풍이 심해지자 단속을 내년으로 유예하겠다는 내용이 나왔다. 그래도 잠잠해지지 않자, 시간이 조금 더 지나서는 학교에서 소풍 갈 때 일반 전세버스를 타도 불법이 아니라는 내용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이미 대부분의 학교가 체험학습을 취소한 뒤였다. 버스를 단속하지 않겠다는데도 왜 학교에서는 체험학습을 취소했을까.

 

체험학습은 교사에게 계륵과 같다. 다녀오면 아이들에게 추억을 남길 수 있고, 교육과정과 연결된 체험이라면 교과서에서만 보던 것들을 실제로 볼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할 수 있다. 어린 시절을 떠올려봐도 소풍 갔던 기억이 제일 먼저 난다. 체험학습만이 가지고 있는 좋은 점이 분명히 있다.

 

다만, 갔을 때 사고가 나면 인솔 교사가 다 책임을 져야 하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아무리 안전 교육을 해도 사고는 일어나기 마련이다. 이때 교사나 학교를 보호해줄 장치는 없다. 안전 교육을 제대로 했는지 아닌지부터, 당일에 어떻게 인솔했는지 하나하나가 도마에 오른다. 여기에 학부모들에게 체험비나 교통비를 걷어야 한다면 만들어야 할 문서가 확 늘어난다.

 

체험학습을 안 가도 교사에게 불이익 같은 건 없다. 오히려 안전을 중요시하는 학교에서는 관리자들이 체험학습을 못 가게 막기도 한다. 예전에 체험학습을 갔다가 안전 사고가 나서 트라우마가 있는 교사들도 있다. 좋은 마음으로 체험학습을 추진했는데 모두에게 상처만 남는다면 안 가는 게 맞다.

 

결국 모든 문제는 교사가 어디까지 책임을 져야 하는가로 귀결된다. 적법한 교육활동 중에 일어난 사건, 사고에 대해 교사의 책임을 일정 부분 면제해주지 않으면 교사는 점점 더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될 것이다. 내년에는 버스가 불법이 아니니 모든 학교가 기꺼이 체험학습을 갈 것인가. 교사에게만 책임 부담이 주어진 상황이 바뀌지 않는다면 체험학습이 영영 사라지게 될지도 모른다. 교사가 부담을 감수하고 교육활동을 진행해야 하는 게 아니라 당연한 일이 되면 좋겠다.

강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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