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의 달리는 열차 위에서] 디케의 분노

2023.11.13 06:00:00 13면

 

며칠 전 ‘시사IN’에서 “윤석열 정부는 검찰공화국인가?”라는 내용으로 진행한 설문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검사출신의 대통령이 집권한지 1년 반, 검찰은 무소불위의 권력기관으로 전횡을 일삼고 있다고 비판받는 가운데 실제 국민들은 검찰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가 궁금할 수밖에 없다. 설문은 마지막에 조국 전장관의 책 ‘디케의 눈물’에 나오는 문단 “군사독재 시대에서는 검찰권이 정치권력의 의도대로 운영되는 정도였다면, 이제 검찰 자체가 정치권력을 잡았다. ‘권력의 시녀’가 권력 자체가 된 것이다. 검찰청이 경찰청등 17개 청 위에 군림함은 물론, 정부 각 부서 요직에 전현직 검사를 배치해 검찰 가족이 지배하는 나라가 만들어졌다.”를 누가 적은 것인지 알리지 않고 내용에 동의하는지만 물었더니 62.4%가 동의한다고 답했다. 

 

적나라한 문구에 왜 다수가 동의했을까? 기본적으로 사람들은 검찰을 권위적이며(87.3%) 권력지향적인(84.6%) 집단이라 답했다. 기간의 행태를 보면 검찰은 권위적이란 말도 점잖은 표현이다. 얼마전 뉴스타파가 3년7개월을 싸워 법원명령으로 받아낸 검찰의 특활비 영수증은 먹칠되고 지워진채 “니들이 알아서 뭐해?”하고 말하고 있었다. 검찰은 영수증마저 권위적이었다. 그나마 확인된 내역만 봐도 기밀이 요구되는 수사나 정보수집에 쓰라는 특활비는 검사들의 회식비로, 휴대폰요금으로, 기념사진 비용 등으로 쓰여졌다. 특활비 오남용문제를 그렇게 떠들어도 법무부는 내년도 검찰 특활비 예산안을 예년처럼 80억 원 반영했다. 

 

권력의 편견은 위험하다. 한동수 전 대검감찰부장의 증언에 따르면 윤석열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조선일보 사주와 나눈 대화를 소개하면서 '검찰의 역사는 빨갱이 색출의 역사다.'라며 해방 직후 오제도 검사를 높이 평가했다고 한다. 오제도검사는 일제치하에서 검찰서기로 근무하다 해방 후 특별임용시험을 거쳐 검사로 임관되어 대표적인 '극우 반공 검사'로 이름을 떨친 사람이다. 그는 민간인학살로 민족사에 씻지 못할 상처를 남긴 보도연맹 결성을 주도하고 3‧15 부정선거 때 마산의거를 북한의 짓이라고 주장했다. 대한민국의 불행은 일제 식민지 치하에서 만주에서 독립군 때려잡던 관동군 출신들이 군대를, 독립군 고문하던 왜경출신들이 경찰을, 독립운동가들에게 형을 지우던 법원·검찰 출신들이 사법체계를 장악하면서 빚어졌다. 하여 그들은 자신들의 안위를 위해 독립운동하던 사람들을 탄압하게 되었으니 이런 뒤집힌 역사가 현세까지 짓누르고 있음이다.

 

정의의 여신 디케는 원래 두 눈을 가린채 저울과 칼을 들고 있다.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공평히 법에 의해 처리하라는 뜻일 터인데 우리 대법원 앞의 디케는 두 눈을 뜨고 책을 들고 있다. 혹자는 재벌과 권력자 이름이 적힌 책을 보고 판결해야 하니 저렇게 만든 것이라 조롱하고 있으니 디케가 분노할 노릇이다. 어지러운 때 자치통감의 한 대목을 검찰이 상기하면 좋겠다. “법은 부득이할 때 집행되었고/형은 스스로 범한 죄에만 더해졌으며/작위와 상을 줌에 사사로움이 없었고/벌을 가함에 노여움이 없었으니/천하에 복종하지 않을 자가 있겠는가?(임은정검사 ”계속 가보겠습니다“에서 인용)”

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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