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상반기 홍콩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주가연계증권(ELS)에서 3조 원에 달하는 대규모 손실이 예상된다. 금융당국은 은행·증권사 등 판매사의 불완전판매에 대한 전수조사에 착수했지만, 내년 상반기까지 홍콩 증시가 극적인 회복을 보이지 않는 이상 원금 손실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서 판매한 H지수 ELS 중 내년 6월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금액은 약 8조 4100억 원에 달한다. 하반기에 만기를 맞는 은행권 ELS 규모도 4조 원에 육박하고, 증권사의 ELS 판매 잔액 역시 3조 5000억 원에 달해 손실 규모가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기초자산 가격이 판매 시점보다 35~55% 이상 하락하면 원금 손실이 발생하는 파생상품인 ELS는 통상 3년 만기로 운영되는데, 지난 2021년 이후 H지수는 지속적으로 내리막을 탔다. 중국의 경제 둔화, 미·중 분쟁 등이 지속되며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의 주가가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홍콩 H지수는 중국 기업 중 대표적인 50개 종목을 추려 산출한다. 2021년 상반기 1만~1만 2000선이던 H지수는 지난해 10월 말 5000대 아래로 추락했다. 최근에는 6000선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가장 많은 H지수 연계 ELS를 판매한 곳은 국민은행이다.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을 통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민은행이 지난 8월까지 판매한 ELS 규모는 8조 1972억 원에 이른다. 5대 은행 전체 판매 금액 14조 8580억 원의 절반 이상이다. 내년 상반기 만기가 도래하는 액수는 전체 8조 4000억 원, 국민은행에서는 4조 7726억 원 수준이다.
금감원은 H지수 ELS 판매사에 대한 전수조사에 착수했다. 판매사들이 원금 손실 가능성 등을 사전에 충분히 고지했는지 등 불완전판매 여부를 들여다 보겠다는 것이다. 은행을 비롯해 미래에셋증권, KB증권 등 5~6곳이 조사 대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 결과에 따라 라임, 옵티머스 등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맞먹는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금융권의 불완전판매가 일부 인정된 DLF 사태는 현재까지도 투자자와 판매사 사이의 법정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경우에 따라 판매사가 손실의 60~100% 배상에 나서기도 했다.
[ 경기신문 = 백성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