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 논란' 휩싸인 넥슨 메이플스토리...'남성혐오' 지우기 작업 돌입

2023.11.27 14:53:16 4면

'뿌리 스튜디오'가 그린 게임 영상서 남성혐오 표현 대거 발견
넥슨, 논란 메이플 영상 즉시 비공개...긴급 라이브방송 진행
던파·이터널리턴·블루아카이브 등 게임업계 전체로 논란 확대

 

7년 전 '메갈리아 성우' 논란에 곤욕을 치렀던 넥슨이 또 다시 '페미' 논란의 중심에 섰다. 넥슨의 대표 게임인 메이플스토리 애니메이션에서 남성혐오 표현이 발견되면서다. 넥슨은 논란이 된 영상을 모두 내리고 사과문을 게시하는 등 조치에 나서고 있다.

 

메이플스토리에서 시작된 페미 논란은 넥슨 내부는 물론 게임업계 전반으로까지 번지는 모양새다. 넥슨의 '던전앤파이터'·'블루아카이브'·'메이플스토리M', 카카오게임즈 '이터널리턴', 호요버스 '원신'·'붕괴', 스마일게이트 '에픽세븐' 등 여러 게임에서 페미 논란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25일부터 메이플스토리의 일부 애니메이션에서 남성혐오를 뜻하는 '집게손 모션'이 등장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해당 손 동작은 남초 커뮤니티에서 한국 남성의 성기 크기를 조롱하는 의미로 통한다. 

 

메이플스토리가 최근 업로드한 엔젤릭버스터 리마스터 영상들은 물론 과거 영상들에서도 집게손 모션이 발견되기 시작했다. 엔젤릭버스터 뮤직비디오의 보컬을 맡은 아티스트도 페미니스트라는 주장까지 나온 상황이다. 

 

논란은 해당 메이플스토리 애니메이션을 제작한 외주업체가 '뿌리 스튜디오'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더욱 커졌다. 뿌리 스튜디오 내 팀장급 애니메이터가 과거에 트위터를 통해 '밥 먹듯 페미 하기', '은근슬쩍 스리슬쩍 페미 계속해줄게' 등 페미와 관련된 글을 다수 올린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넥슨은 논란 잠재우기에 나섰다. 먼저 메이플스토리는 페미 논란이 일자마자 문제가 된 영상 전부를 비공개 처리하고 그간 올렸던 영상 전수를 검수하고 있다. 또 지난 26일 자정에 사과문을 올리고 같은 날 저녁엔 김창섭 디렉터가 긴급 라이브방송을 진행해 유저들에게 상황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던전앤파이터 역시 이원만 총괄 디렉터가 직접 사과문을 올리고 업로드된 영상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공지글을 올린 후 던전앤파이터는 실시간으로 문제의 소지가 있는 영상 클립을 공지글에 공유하고 있다.

 

김창섭 넥슨 메이플스토리 디렉터는 "엔젤릭버스터 뮤직비디오를 포함해 이번 논란과 관련된 모든 영상자료를 비공개 처리했으며, 전 영상에 대해 전수조사 중"이라며 "엔젤릭버스터를 활용한 마케팅까지 전부 중단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메이플스토리가 성별·국적·세대를 넘어서 모든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게임이기를 희망한다"면서 "맹목적인 혐오가 게임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뿌리 스튜디오는 메이플스토리뿐 아니라 다른 여러 게임 애니메이션 제작에도 여럿 참여한 업체다. 뿌리 스튜디오가 작업에 참여한 게임리스트가 알려지면서 해당 게임들도 페미 논란에 포함됐다.

 

지난해 4분기 기준 뿌리 스튜디오의 매출 비중은 각각 ▲넥슨코리아(메이플스토리, 블루아카이브) 58% ▲이스터씨앤아이(던전앤파이터M, 니케) 14% ▲네오플(던전앤파이터) 9% ▲브이에이게임즈(아우터플레인) 6% ▲스튜디오비사이트(카운터사이드) 6% 등으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메이플스토리M, 카카오게임즈의 '이터널리턴', 스마일게이트의 '에픽세븐', 호요버스 '원신', '붕괴' 등의 영상작업에도 뿌리스튜디오가 참여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 경기신문 = 이효정 기자 ]

이효정 기자 bombori61@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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