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스토리.zip] ⑤GS건설, 54년 역사 속 '성장과 도약'

2023.12.11 07:00:00 5면

GS건설의 모태는 ‘락희(樂喜)개발’로
LG그룹 창업주인 故 구인회 회장이
1969년 자본금 1억 원 들여서 설립
1979년 럭키해외건설을 흡수합병해
본격적으로 건설사업 확장하기 시작
2002년 ‘자이’ 론칭해 ‘성장 부스터’
뛰어난 마케팅으로 ‘주택 강자’ 합류
R&D·친환경 신사업 강화·투자 추진
글로벌 담수화 수처리업체로 도약 중

건설사는 대한민국 산업발전의 역사와 함께한다. 한국전쟁 이후 국가 재건 토목사업부터 고도 성장기의 각종 SOC 국책사업에서 건설사들은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국내 기업들의 본격적인 해외 진출에 선봉이었고, 개발도상국 시절 외화를 벌어들이는 주요 창구기도 했다. 현재 대한민국의 대표 주거 형태이자 각 가정의 주된 자산인 아파트 역시 건설사를 빼놓고는 논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에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다. 잦은 인명사고로 지탄을 받기도 하고, 집값 상승의 주범으로 몰리기도 한다. 또 현장의 열악한 노동환경에 대한 지적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이에 <경기신문>은 대한민국 경제발전의 명암을 고스란히 반영한 건설사들의 성장 과정과 문제점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GS건설은 2000년대 건설업계에서 가장 무섭게 성장한 기업 중 하나로 꼽힌다. 1969년 설립 당시에는 시평 10위권 뒷자리에 머물렀지만, IMF 외환위기 이후 대형 건설사들이 줄줄이 무너지면서 고정 ‘빅5’로 자리매김했다.

 

GS건설의 성공은 크게 두 가지 요인으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IMF 이후 찾아온 건설업계 불황 속에서도 내실경영을 추구한 점이다. LG그룹 특유의 보수적 경영문화로 외형보다는 수익성에 집중한 결과, 저가 수주를 줄이고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었다.

 

둘째, 2002년 론칭한 ‘자이’ 브랜드를 통해 주택시장에서 확고한 입지를 다진 점이다. 배우 이영애를 모델로 기용한 ‘앞선 생활로의 초대’라는 광고 카피는 큰 반향을 일으키며 GS건설을 주택 강자로 자리매김시켰다.

 

GS건설의 성장은 그룹 내 위상 변화로도 이어졌다. 출발 당시에는 ‘구색 갖추기’ 정도의 입지였으나, 2000년대 초부터 주요 계열사로 대접받기 시작했다.

 

◇ IMF 불황 속 기회 잡은 GS건설

 

GS건설의 모태는 1969년 고(故) 구인회 LG 창업주 회장이 세운 락희종합개발이다. 2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1967~1971년) 시기 설립된 락희개발은 사회기반시설(SOC) 확충과 중동 붐을 배경으로 성장했다. 현재는 GS그룹 계열사인데, 여타 다른 대기업 그룹 계열사들이 지주회사를 중심으로 종속된 지배구조를 가진 반면, GS건설은 총수 일가가 직접 지분을 들고 지배하는 독특한 구조기도 하다. GS그룹의 지주회사인 (주)GS의 지분이 없다는 의미다. 

 

1970년대 후반부터 중동 등 본격적인 해외진출과 럭키아파트로 대표되는 국내 주택 시장에서 활약하다 1980년부터 시공능력평가순위(도급순위) 30위권 이내로 진입한다. 대기업 계열 건설사 중 도급순위 상위권 진입이 늦었다는 평가가 있지만, 그만큼 내실을 기하는 경영을 추구해 왔다는 분석도 나온다. 1980년대 초반 건설업 경기 둔화 시기와 1997년 IMF 외환위기 등 어려운 경영 환경에서 GS건설의 도급순위가 크게 상승했다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현재 계열분리된 LG그룹, GS그룹, LS그룹, LIG그룹, LX그룹 모두의 모태가 된 것이 구인회 회장과 고(故) 허만정 회장이 함께 시작한 락희화학공업사다. 1947년 락희화학공업을 창업한 구인회 회장은 1969년 락희종합개발을 설립하고 건설업에 뛰어든다. 부동산 매매 및 빌딩 임대업을 하던 락희종합개발은 1975년 럭키개발로 사명을 바꿨고, 1977년 세계산업 인수 및 럭키해외건설을 세우며 본격적인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선다. 

 

이후 1995년 LG건설로 사명을 변경했다가 2005년 계열 분리 후 GS건설로 바뀌어 지금까지 동일한 사명을 사용하고 있다. GS건설의 주요 랜드마크는 서울 여의도의 LG트윈타워다. 럭키개발 시절 건설한 LG트윈타워는 쌍둥이빌딩이라는 별명으로 한 때 63빌딩과 함께 여의도는 물론 서울의 대표 랜드마크로 인식됐다. 이밖에도 국립중앙박물관, IFC서울, 타임스퀘어 등이 GS건설의 작품이다. 

 

GS건설이 특이한 것은 아파트 랜드마크를 다수 보유했다는 부분이다. 대표 아파트 브랜드 '자이'를 앞세워 2000년대 이후 급성장한 증거다. 반포자이, 청담자이, 경희궁자이, 그랑시티자이 등은 단순한 아파트를 넘어 지역의 랜드마크로도 기능하고 있다. 

 

◇ "나는 자이에 살아요"...럭셔리 아파트 브랜드의 서막

 

자이는 2002년 9월 론칭한 건설업계 후발주자임에도 불구하고, 확고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구축하며 단숨에 업계 최고급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자이의 브랜드 구상은 혁신적이었다고 평가받는다. 또한, 업계 최초로 홈네트워크 시스템을 도입하며 아파트를 단순 주거공간에서 고급 라이프 스타일의 실현 공간으로 단시간에 최고급 브랜드로 각인시켰다. 

 

업계 최초로 ‘커뮤니티’라는 컨셉을 도입해 차별화에도 성공했다. 자이안센터를 통해 입주민들이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을 즐길 수 있도록 했는데, 이는 아파트의 주거 가치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이는 자이의 대표 랜드마크 아파트를 살펴보면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혁신과 차별화 전략을 바탕으로, 자이는 대한민국 대표 아파트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자이의 대표 랜드마크 아파트인 반포자이, 경희궁자이, 마포프레스티지자이, 서초그랑자이는 모두 강남권과 강북권을 대표하는 아파트로, 부동산시장에 큰 영향을 미쳤다.

 

 

◇ 오너 일가가 직접 지배하는 GS건설

 

LG그룹은 2002년부터 구씨와 허씨 가문의 계열분리를 추진했다. 구인회 회장 일가는 전자, 화학 등의 계열사로 LG로 남고, 허씨 계열이 건설, 유통 계열사로 GS그룹으로 분리됐다. 비슷한 시기 LIG와 아워홈이 각각 분리됐고, 가장 최근엔 LX가 떨어져 나왔다.

 

LG건설은 분리 과정에서 GS홀딩스로 편입되며 GS그룹 계열사가 돼 GS건설로 사명을 바꾼다. GS그룹은 지주회사 (주)GS가 GS에너지, GS리테일, GS글로벌 등 핵심 자회사를 거느리는 구조다. 

 

특이한 것은 GS건설이다. GS건설은 지난 9월 말 기준 허창수 명예회장이 8.28% 지분을 가진 최대주주다. 이밖에 허윤홍(1.56%), 허정수(1.51%), 허진수(3.55%), 허명수(2.84%) 등 허씨 일가와 남촌재단(1.40%) 등 특수관계인이 23.6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2대 주주는 국민연금(7.41%)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GS건설의 이같은 지배구조를 두고 향후 다시 한 번 계열분리 가능성이 언급되기도 한다. 허씨 일가의 3~4세들을 중심으로 승계가 이뤄져야 하는 상황에서 초대형 건설사의 가치가 그만큼 높다는 평가다. 

 

◇ 부실시공 오명 딛고 재도약할 수 있을까?

 

 

승승장구하던 GS건설이 잇단 사고로 올해 창사 이후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지난 4월 인천 검단의 ‘자이안단테’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가 철근을 넣지 않은 게 직접 원인으로 밝혀지며 ‘순살 자이’라는 최악의 꼬리표가 붙었다.

 

초기 GS건설은 설계를 문제 삼으며 과실을 인정하지 않았으나 조사 결과 기둥 32개 중 15개(약 60%)의 기둥에 철근이 누락되고 콘크리트의 강도 또한 설계 기준보다 강도가 30% 이상 낮았다는 점이 밝혀지면서 뒤늦게 시공이 잘못됐음을 인정했다.

 

이에 GS건설은 관련 대국민 사과문을 내고 전면 재시공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효율성 측면에서는 전략적 미스라는 평가도 있지만, 경영 이념인 ‘고객 우선’ 정신을 담은 결정이라는 평가도 있다.

 

전면 재시공으로 인해 GS건설은 막대한 손실과 수주 공백을 감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부실시공 오명을 씻고 자이 브랜드 가치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분석이다.

GS건설은 향후 사업구조 개편과 신사업 강화를 통해 재도약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주택사업에 편중된 사업구조를 개선하고, 폐배터리 재활용, 모듈러, 수처리 등 신사업을 육성해 회사의 미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GS건설의 재도약 여부는 허윤홍 신임 최고경영자의 리더십에 달렸다고 할 수 있다. 허 신임 최고경영자는 2022년부터 미래전략대표를 맡아 신사업을 총괄해 왔다. 그는 신사업 부문의 매출을 2019년 2936억 원에서 2022년 1조 250억 원으로 4배 이상 성장시키는 성과를 거뒀다.

 

◇ R&D 강화...오너 4세 시대 개막

 

GS건설은 지난 10월 초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R&D센터를 열고 기술력 강화에 나섰다. 이번 R&D센터는 회사의 전문연구조직 라이프텍 소속 임직원 270여 명과 GS엘리베이터, GPC 등 기술형 신사업부문 자회사 임직원을 한데 모아 만든 것이다.

 

허 신임 최고경영자는 "GS건설은 이번 서초동 연구개발센터 설립을 통해 미래를 앞서 준비하고 더 큰 비전을 향해 나아가겠다"며 "GS건설의 기술력을 한층 높여 지속가능한 성장과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허 신임 최고경영자가 오너 4세로 경영을 맡으며 사실상 경영승계가 이뤄진 만큼 지분승계 부분도 주목받고 있다. 증여세 문제를 별도로 지분만 놓고 보면 허 신임 최고경영자가 앞으로 아버지 허 회장의 지분을 증여받게 된다면 큰 문제없이 GS건설 최대주주에 오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친환경 신사업으로 ESG 경영 강화

 

GS건설은 GS그룹의 핵심가치인 ‘친환경 경영을 통한 지속가능 성장’을 실현하기 위해 다양한 친환경 신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GS건설은 2012년 세계적 수처리 업체인 스페인 이니마를 인수해 글로벌 담수화 수처리업체로 도약했다. 이후 2020년 오만에서 2개의 민자 담수발전사업을 수주하는 등 수처리 사업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또한, GS건설은 2020년 유럽의 선진 모듈러 업체인 단우드와 엘리먼츠를 인수하고 충북 음성에 모듈러의 일환인 프리캐스트 콘크리트(PC) 자동화 생산공장을 운영 중이다. 모듈러주택은 구조체를 공장에서 생산함으로써 균일한 품질을 확보하고, 현장 공정을 최소화해 빠르면 2개월 내 공급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아울러, GS건설은 자회사인 에너지머티리얼즈를 통해 배터리 리사이클링 사업에도 진출했다. 2021년 9월 포항 영일만4 일반산업단지내 배터리 리사이클링 규제자유특구에서 ‘리튬이온 배터리 리사이클링 사업’ 착공식을 진행했다.

 

GS건설은 앞으로도 친환경 신사업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ESG 선도기업으로서 환경과 사회를 생각하는 지속가능경영을 지속할 방침이다
 

 

[ 경기신문 = 오다경 기자 ]

오다경 기자 omotaan@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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