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을 담은 실 잣기…이신자 회고전 ‘실로 그리다’

2023.12.06 09:00:00 10면

1955년부터 2000년대까지 '실'로 작품활동…한국 섬유예술 변천사
2024년 2월 18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실로 그림을 그립니다. 실과 천을 다루는 일은 어릴 적부터 친숙하게 해오던 일이에요. 지난 50년대에는 실과 바늘로 기존 틀에서 벗어나는 작업을 했고, 60년대부터는 염색과 직조를 병행하며 ‘나’라는 존재를 확인하기 위해 열정적으로 임했습니다” - 이신자 작가노트 중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일생동안 실로 그림을 그리며 작품을 만들어온 한국 현대공예 대표작가 이신자의 회고전이 열리고 있다. 이신자는 195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왕성하게 활동했으며 섬유공예가로서, 교육자로서 자취를 남겼다. 그녀의 작품들은 한국 섬유예술의 변천사 그 자체라는 평을 받는다.

 

1부에선 그의 1955년부터 1969년까지 작품을 전시한다. 이 시기 이신자는 탈과 딸의 얼굴처럼 한국적인 문양과 정물을 주로 그렸으며, 직선적이고 실의 거친 표현으로 다양성을 표현했다. 짜고 감고, 뽑고, 엮는 방식으로 단순한 바느질에서 벗어나 변주를 가했다.

 

천 위에 크레파스나 안료를 칠하거나 아플리케(applique’:바탕이 되는 소재 위에 여러가지 모양으로 별도의 소재를 붙이고 꿰매고 맞추어서 구성하고 장식하는 기법)방식을 이용해 실로 그림을 그렸다. 가죽, 면, 모사 등 다양한 캔버스의 재료는 여러 특성의 작품을 완성시켰다.

 

 

2부에선 1970년부터 1983년까지의 작품을 전시한다. 이 시기는 ‘태피스트리의 등장’으로 일컬어지며 베틀을 이용한 작품들이 탄생했다. 작가는 어릴 적 할머니의 베틀에서 익힌 직조의 과정을 토대로 작품을 만들었는데, 올 풀기 등 변화를 추구했다.

 

‘원의 대화’ 시리즈와 ‘해와 달Ⅰ’, ‘숲’, ‘부활’ 등의 작품이 유명하며 추상적인 도형을 상하좌우 대칭적인 구도로 배치해 ‘조형적 질서 잡기’를 선보였다. 기하학적인 모티브, 타원형 요소는 자연을 은유적으로 드러내며 종교적 의미를 띄기도 했다.

 

 

3부에선 1984년부터 1993년까지의 작품이 전시된다. 작가의 어린 시절 모습과 기억이 반영된 태피스트리는 추상적 표현을 넘어 자연과 시간을 드러냈다. 울진 앞바다에 반사된 일출과 석양의 모습, 나무의 노란 형상 등은 자연의 신비로움을 더했다.

 

80년대 초 사별로 인한 상실과 절망, 생명에 대한 외경, 부활의 의지는 강렬한 색채와 곡선으로 나타났으며 팔당 산골짜기에서 행주, 서해에 이르는 한강의 물줄기를 다룬 19m길이에 달하는 ‘한강, 서울의 맥’은 작가의 역량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렸다고 평가받았다.

 

 

4부는 1994년부터 2000년대까지의 작품을 전시하며 섬유에 금속을 덧댄 특징적인 형태의 작품을 제작했다. 자연에서 오는 부드러움과 금속에서 오는 이질적인 물성은 자연을 바라보는 창으로서 3차원의 세계를 구성하는 확장된 시각을 제공했다.

 

일평생을 살아오며 자연과 생명, 사랑과 이별 등을 담은 작품들은 한 인간의 역사와 우리나라 섬유공예의 역사가 됐다. 이신자의 작품들은 2024년 2월 18일까지 만나볼 수 있다. 관람 시간은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며 매주 월요일은 휴관한다.

 

[ 경기신문 = 고륜형 기자 ]

고륜형 기자 krh0830@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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