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진 칼럼] 우리가 선거를 다시 해야 하는 이유

2023.12.19 06:00:00 13면

 

우연찮은 기회에 지난 3~4/4분기 동안 전라북도 8개군 6개 도시를 다닌 적이 있다. 작은 극장을 순회했다. 8개 군이라 하면 부안 고창 순창 임실 장수 진안 무주 완주군을 말하고 6개 도시라면 전주 군산 익산 김제 정읍 남원시를 말한다. 전라북도는 다른 지차체에 비해 면적이 그다지 큰 편은 아니다.

 

대체로 전주에 머물며 하루 일정으로 동쪽 지역의 군을 다니고 또 다른 하루 일정으로 서쪽 지역 군을 다니곤 해도 됐을 정도다. 그렇게 다니면서 뛰어난 지역 풍광(마니산 같은)이나 지역 발전의 모티프(임실 치즈 같은)때문에 감동을 받기도 했지만 거의 대부분은 충격을 받았다. 인구 때문이었다.

 

8개군의 평균 인구는 대체로 2만명 안팎. 거의 절멸 수준이었다. 특히 젊은 층 인구는 거의 씨가 말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전북 도와 각 군, 시가 의지를 가지고 40석~60석 수준의 지역 극장을 만들어 영화 문화의 확장을 꾀하려 노력하는 모습이 눈에 보였음에도 불행하게도 그 선의의 역할이 거의 실현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역력해 보였다. 유일하게 극장 문화가 극장 문화답게 유지되는 곳이 무주 군으로 보였는데 그건 순전히 이곳의 무주산골영화제가 자리를 잡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였다. 나머지 극장에는 단 40석에 불과한 공간임에도 영화를 보러 오는 사람들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당연한 것이 전체 인구가 2만이 되지 않는 곳에서는 극장이 운영될 수가 없다. 극장은 거의 백퍼센트 유동 인구가 차고 넘치는 곳에서만 가능하다. 그게 전통적인 판단이다. 영화제를 초기에 기획하고 조직하는 사람들이라면 제일 처음 보는 것이 인구가 대체 얼마냐는 것부터 이다. 이들 전문가들은 최소 50만명이 있어야 영화제의 채산성이 가능하다고 본다. 지금의 전주시, 경기도의 파주시 정도가 리미트이다. 전라북도 8개군을 돌아 보면서 여기에서는 영화를 얘기한다는 것이 큰 의미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사람이 없는데 무슨 영화이겠는가.

 

하지만 그 반대로 극장과 영화에 대한 갈증은 상대적으로 높을 수밖에 없다. 예컨대 장수군에 신전마을이란 곳이 있고 여기는 25가구가 사는 산골 마을인데 바로 이런 곳에서 ‘섶밭들 산골마을 영화제’ 같은 것이 열리기도 한다. 그러니까 영화가 문화로서 통용되긴 한다. 문제는 영화가 산업으로서는 통하지 않는다는 얘기이다. 영화가 산업이 되지 못하는 곳에서는 결국 문화로서의 영화도 오래 가지 못한다. 그래서 전라북도 8개 군을 다니면서 마음 속 한 구석이 참담했다. 이거 이러다 오래 못가겠구나. 전라북도가 오래 못가고 한국이라는 나라 자체도 오래 못가겠구나. 사람이 없고 젊은이들이 없고 아기들이 태어나지 않는 나라에서 어떻게 영화가 잘되겠으며, 어떻게 대학이 운영되고, 어떻게 소아과와 산부인과가 살아 남겠는가. 이런 문제에 대해 지금 윤석열 정부는 고민을 하고 있는가. 영부인은 이런 문제의식의 가치가 샤넬 명품백보다 더 크다는 것을 알고는 있는가.

 

인구를 당장 생산해 늘릴 수 없다면 인위적으로라도 늘려야 한다. 중국 베트남 아프리카 남미 등등에서 유학생들을 오게 하고 값싼 노동자들에게 장벽을 낮추고 영주권도 잘 주고 그들의 자녀에게 교육과 취업의 기회를 줘야 한다. 문호를 열어야 한다. 그럴려면 마인드를 열어야 하고 이데올로기의 차별을 없애야 한다. 공산주의권 출신이어서 싫고, 피부색이 달라서 싫고, 동성애자여서 싫고 등등 하나하나 따지다 보면 결국 남는 게 없다. 우리 자신이 소멸한다.

 

총 41 가구에 불과한 불가리아 국경 마을의 우체부인 노인은 매일 자신의 집 주변을 흘러 가는 집시와 그의 아이들을 보면서 저들이 자신의 마을에 들어 와서 살면 마을에 아기들의 웃음과 울음 소리가 넘쳐 날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현 여자 시장이 반대하는데다 빨간 운동복을 입고 다니는 동네 불량배 또한 집시는 에이즈 환자들이라며 반대한다. 그래서 우체부 노인은 자신이 직접 시장을 하겠다며 선거에 나간다. 핀란드 영화 ‘굿 포스트 맨’의 줄거리이다. 우리도 선거를 다시 해야 한다. 마음과 생각의 국경, 장벽을 열 것이냐 닫을 것이냐. 낮출 것이냐 높일 것이냐를 놓고 다시 한번 현명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뭐 이미 선거는 잘못 해 본 경험들이 있으니만큼 다음엔 잘들 할 것이다. 행여나!

오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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