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가 도민과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기조를 담은 경기도 ‘도민청원’이 좀처럼 관심을 끌지 못하는 등 제 기능을 다 하지 못하고 있다. 도민이 직접 정책을 제안하거나 민원을 제기할 수 있는 다양한 소통창구가 활성화되면서 주목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답변 요건에 얽매인 경직된 운영이 ‘속도’를 중시하는 현대인들의 기호에 맞지 않는 것으로 읽힌다. 스피디한 쌍방향 소통 채널 기능을 살려 실효성을 증대할 보완책을 찾아야 할 것이다.
지난 2019년부터 운영돼온 도민청원은 경기도 주요 현안, 정책 등에 대해 도민 누구나 의견을 나누고 소통할 수 있도록 마련한 제도다. 민선 8기 들어 답변 요건을 완화하고 도지사가 직접 답변하는 방식으로 소통을 강화했다. 지난해에는 일부 청원에 답변을 달고 실제 사업에 반영하기도 했다.
하지만, 마구잡이식 청원을 막으려는 조치로 둔 동의 인원을 1만 건으로 절였음에도 지난 1년간 답변이 이뤄진 청원은 5건에 그쳤다. 마지막 답변은 지난해 5월 게재된 한의약 전담부서 설치 관련 청원에 대한 답변이다. 이후 게재된 청원 139건도 그중 89%는 답변을 받지 못하고 묻혔다.
8일 기준 도민 동의를 받는 청원은 14건으로 평균 동의 건수는 76명에 불과해 도지사 답변 요건을 충족하기에 어림없는 수치다. 이 중 그나마 가장 많은 1039명의 동의를 받은 청원을 빼면 청원 1개당 동의 인원은 2.6명꼴에 불과하다.
이처럼 도민청원이 효율성을 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은 보다 신속한 대응을 기대할 수 있는 창구가 생기면서 이목을 뺏긴 상황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실무진에서는 좋은 아이디어라고 하더라도 지역 현안이 따로 발생하지 않는 이상 관심도가 낮기 때문에 도민청원의 호응도가 저조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실제로 답변 없이 만료되는 청원 다수가 해당 부서에서 이미 인지하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중국 송나라에서 법제화된 상소·고발 제도의 보완책으로써 항고, 직접 고발 시설 중 하나로 처음 시행했던 제도가 신문고(申聞鼓)다. 조선에서 이 제도를 모방해 1401년(태종 1년) 대궐 밖 문루에 청원과 상소를 위해 매달았던 북을 등문고(登聞鼓)라고 했다. 그러나 이 제도 역시 절차가 보통 복잡한 것이 아니어서 처리 소요 시간이 대략 1년은 걸렸다는 기록이 있다.
신문고를 벤치마킹한 도민청원은 민성(民聲)을 폭넓게 수렴한다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그 시스템의 경직성 때문에 스피드 시대를 살고 있는 도민들에게 점차 외면받고 있음이 역력하다. 성남시의 사례에 그 힌트가 있다. 성남시는 ‘행복소통청원’이라는 제도를 시행하다가 지난 2022년 하반기부터는 편의성과 실효성을 보완한 ‘바로문자 서비스’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11월까지 이 서비스에 접수된 문자는 총 1만4985건이며, 이 중 95.1%를 처리 완료하는 등 새로운 시민 공감 소통창구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현대인들은 절차가 복잡하고 시간이 많이 드는 소통 시스템을 선호하지 않는다. 신문고 방식의 ‘도민청원’은 시대 변화에 맞도록 업그레이드할 필요가 있다. 즉문즉답까지는 아니더라도, 좀 더 쉽고 빠르게 소통하는 시스템으로 진화시킬 필요는 분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