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 축구대표팀이 아시안컵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약체 말레이시아와 치욕적인 무승부를 기록하며 조 2위로 16강에 진출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는 한국은 25일 카타르 알와크라의 알자누브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E조 조별리그 마지막 3차전에서 말레이시아와 3-3, 무승부를 기록했다.

이로써 한국은 조별리그 성적 1승 2무, 승점 5점을 기록하며 요르단을 1-0으로 꺾은 바레인(2승 1패·승점 6점)에 이어 조 2위가 됐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3위인 한국의 사령탑인 클린스만 감독은 전날 카타르 도하 메인미디어센터(MMC)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한국이 일본이나 사우디아라비아를 피하고 싶어한다’는 얘기에 전혀 사실이 아니라며 “조 1위로 16강에 오를 자격이 있는 팀이라는 걸 보여주겠다”고 공언했지만 FIFA랭킹 130위인 말레이시아에 3골이나 내주며 간신히 승점 1점을 챙기는 데 만족했다.

더욱이 앞선 조별리그 2경기에서 무득점에 그쳤던 말레이시아에 첫 득점을 허용한 것에도 모자라 3골이나 내주는 치욕적인 무승부를 기록하며 비난을 자초했다.

조 2위가 된 한국은 오는 31일 오전 1시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F조 1위와 16강전을 치르게 됐다.

이날 한국이 승점 3점을 챙겨 조 1위로 조별리그를 마쳤다면 D조 2위인 일본과 16강전을 치를 운명이었다.

클린스만 감독이 일본을 피하려고 한다는 게 사실이 아니라고 말했지만 결과는 일본을 피하게 됐다.

대한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장 출신 김판곤 감독이 지휘하는 말레이시아는 승점 1(1무 2패)로 최하위에 그쳤으나 강팀을 상대로 귀중한 승점을 따내는 성과를 올렸다.

경기는 무승부로 끝났지만 한국 선수들은 고개를 숙였고 말레이시아 선수들은 승자가 된 듯 환호했다.

한국은 이날 경기 전까지 말레이시아와 통산 전적에서 26승 12무 8패로 크게 앞섰다.

한국은 이미 16강 진출이 확정했지만 조 1위를 차지하겠다는 목표 달성을 위해 정예 멤버로 선발 라인업을 꾸렸다.

앞선 두 경기에서 골 결정력에 문제를 드러낸 스트라이커 조규성(미트윌란)을 선발진에 포함시키며 손흥민(토트넘)과 함께 또다시 투톱으로 구성했다.

또 정우영(슈투트가르트)과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이 좌우 측면 공격을 맡았고. 황인범(즈베즈다)과 이재성(마인츠)이 중원을 책임졌다.

포백 수비진은 왼쪽부터 설영우, 김영권(이상 울산 HD), 김민재(뮌헨), 김태환(전북 현대)이 나섰고 골문은 조현우(울산)가 지켰다.

한국은 전반 초반부터 공격적으로 나온 말레이시아에 고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말레이시아 선수들은 전방부터 강한 압박으로 한국 선수들을 괴롭혔고 한국은 이렇다할 기회를 잡지 못했다.

그러나 한국은 전반 21분 세트피스 상황에서 선제골을 뽑아냈다.

이강인이 왼쪽에서 코너킥을 올리자 정우영이 골문 쪽으로 쇄도하며 솟아올라 헤더 골을 터뜨린 것.

말레이시아 골키퍼 사이한 하즈미가 몸을 날리며 손을 뻗어 공을 쳐냈지만 비디오 판독(VAR)에서 공이 이미 골라인을 넘었다는 판정이 나왔다.

전반을 1-0으로 마친 한국은 후반 6분 만에 수비진의 실수로 동점골을 허용했다.

말레이시아의 강한 압박에 수비 진영에서 볼을 돌리던 한국은 페널티지역 근처에서 황인범이 대런 록에게 공을 빼앗겼고 이 공을 넘겨받은 파이살 할림이 골 지역 왼쪽에서 각을 좁히던 김민재와 골대를 비우고 나온 조현우 사이로 칩슛을 날려 득점에 성공한 것.

한국은 황인범이 공을 빼앗기는 과정에서 파울이 나왔다고 주장했지만 VAR 끝에 정상적인 플레이로 판단됐다. 이 골은 말레이시아의 이번 대회 첫 득점이었다.

동점골 이후에도 말레이시아의 거센 공세에 밀리던 한국은 후반 13분 페널티지역에서 설영우가 공중볼을 걷어내는 과정에서 아리프 아이만의 발을 걷어찼고 VAR 끝에 페널티킥을 내줬다.

아이만이 직접 키커로 나서 득점에 성공하며 한국은 1-2로 역전당했다.

 

 

패배 위기에 몰린 한국은 후반 17분 황인범과 조규성 대신 홍현석(헨트)과 황희찬(울버햄튼)을, 후반 30분에는 설영우와 정우영을 빼고 김진수(전북)와 오현규(셀틱)를 투입하는 변화를 줬다.

공세를 높인 한국은 후반 38분 이강인의 발에서 동점골을 만들었다.

후반 38분 이강인이 왼발로 강하게 찬 프리킥이 말레이시아 골대 오른쪽 모서리로 향했고 골키퍼 하즈미의 손에 맞고 골문 안으로 빨려들어갔다. 이 골은 이강인의 결정적인 득점이었지만 공식 기록은 골키퍼의 자책골로 기록됐다.

 

 

기세가 오른 한국은 12분의 추가시간이 주어진 후반 49분 오현규가 얻어낸 페널티킥을 키커로 나선 손흥민이 득점으로 마무리 지어 3-2 역전승을 이루는 듯했다.

하지만 승점 1점이라도 따내려던 말레이시아는 후반 60분 모랄레스가 오른발 슈팅으로 득점하며 기어이 동점을 만들며 경기를 마무리 했다.

 

[ 경기신문 = 정민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