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섭의 이심전심(以心傳心)] 3·1운동의 시대정신

2024.02.27 06:00:00 13면

 

 

요즘 항간에 시대정신(Zeitgeist)이 화제다.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은 ‘운동권 청산’, ‘정권 심판’, ‘3지대 통합’ 등 정치세력 교체가 이슈라면. 영화계는 ‘서울의 봄’, ‘길 위에 김대중’, ‘건국전쟁’ 등 역사인물 재조명이 이슈다.

 

며칠 후면 우리는 또다시 3·1절을 맞이한다. 1919년 3·1운동은 항일의병운동과 애국계몽·국권회복운동을 계승·발전시킨 대각성 운동이었다.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과 해외독립운동의 확산, 8·15 해방과 새 나라 건설도 3·1운동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서울·경기를 비롯한 13도 전역을 휩쓸었던 3·1운동은 중국·러시아·미주지역 동포들까지 한목소리를 내게 했고, 중국 5·4운동이나 인도 독립운동과 함께 약소민족 해방운동의 금자탑(金字塔)이 되었다. 특히 지난날 ‘은둔의 왕국’, ‘조용한 아침의 나라’, ‘야만과 미개의 사회’ 정도로 알려졌던 조선(朝鮮)의 이미지를 바꾸는 결정적 계기였다.

 

3·1운동은 어떤 시대정신을 갖고 있었기에 이러한 변화·혁신을 가능케 했을까. 기미(己未) 독립선언서에 그 해답이 있다. 지금으로부터 105년 전, 세계만방에 전파된 선언서에는 “자유 발전, 인류 공동생존권, 동양평화, 인도주의, 세계문화 기여, 탈(脫)감정, 비폭력” 등과 같은 미래지향적 시대정신이 가득 담겨 있다. 그 하나하나가 약육강식의 ‘힘의 논리’가 판치는 국제사회를 향한 외침이었고, 방향을 잃고 좌충우돌하던 인류공동체가 지향하여야 할 보편정신이었다. 이로써 3·1운동은 우리만의 운동을 넘어 영국 명예혁명(1688), 미국 독립선언(1776), 프랑스 대혁명(1789) 등과 함께 세계 시민운동사에 혁혁한 공을 남긴 위대한 자유·민주혁명으로 평가받고 있다. ‘동방의 밝은 빛’(1929)을 예언하였던 인도의 시성(詩聖) 타고르(Rabindranath Tagore)의 눈에도 이런 시대정신이 보이지 않았을까.

 

이처럼 자랑스러운 역사유산(歷史遺産)을 갖고 있는 우리 공동체가 자손만대에 걸쳐 어제보다 나은 오늘,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기약하려면 다음 세 가지가 필요하다.

 

우선, 정치가 바로 서야 한다. 초고령화·저출산으로 인구는 감소되고 저성장·양극화로 민생경제는 위축되며 노동·교육·연금개혁 부진으로 미래가 불안하다. 현안 해결에 여야가 있을 수 없다. 정치가 혁신될 때 경제가 부흥하고 사회가 건강하고 문화가 융성할 수 있다는 것은 만고(萬古)의 진리다.

 

다음으로 민족통합의 비전이 분명해야 한다. 대한민국을 더 이상 동포(同胞)가 아닌 주적(主敵)으로 규정하고 반(反)통일적이고 비(非)민주적인 일탈을 일삼는 북한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오랜 분단으로 인한 상호 이질감은 5100만 국민과 700만 재외동포사회가 한목소리로 극복해 나가야 하며, 세계시민사회의 일원인 2600만 북한주민도 자유·민주·평화·번영의 통일국가의 주역이 되도록 물꼬를 터줘야 한다. ‘글로벌 한민족 통일공동체’를 향한 우보천리(牛步千里)가 필요한 때다.

 

끝으로 국가이미지가 제고되어야 한다. ‘해외한류실태조사’(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2023)에 따르면 대한민국에 대한 ‘자유 연상’ 이미지는 K-팝, 한식, 한류 스타, 드라마, IT제품·브랜드 순이라고 하며, 국가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요인은 정치 상황, 북한과의 관계, 국제적 위상, 한국인의 국민성, 이웃 국가와의 역사적 관계 순이라고 한다. 21세기의 국력은 ‘문화적 영향력’이라고 불리는 소프트 파워(Soft Power)에 의해 좌우된다. 패권주의와 침략주의를 거부하고 배타적 민족주의를 뛰어넘어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을 꿈꾸었던 3·1정신을 미래 국가이미지로 구현하는 일이야말로 오늘을 사는 후손들의 몫이다.

김봉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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