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는 초연결사회(Hyper-connected Society)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기기, 기기와 기기가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네트워크로 촘촘히 연결되어 있다. “세 사람이 여섯 다리만 건너면 지구 위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 아는 사이”라는 ‘6단계 법칙(Six Degrees of Separation)’이 온라인상에서 훨씬 더 빠르고 광범위하고 저렴하게 현실화 되고 있다. 또한 2019년 이후 지구촌 곳곳의 인적·물적 이동을 원천 봉쇄했던 COVID-19 팬더믹의 기세도 과학·기술의 진보와 의료·보건의 혁신 앞에 멈춰 서야 했다. 특히 국경·국적·종교·문화·체제·이념 등 기존의 불편함과 경계를 뛰어넘어 다양성·포용성·공정성·상호성 등의 새로운 가치들이 인류공동체의 새로운 집단지성으로 뿌리내리고 있다.
이처럼 인류가 발전·도약하는데 있어서 ‘사회적 연대(Solidarity)’만큼 중요한 덕목이 없다. 그 옛날 네안데르탈인과의 경쟁에서 호모 사피엔스가 살아 남을 수 있었던 것이 ‘늑대 개(wolfdog)’와의 동맹 때문이라는 주장이 있듯이 인류는 자신의 한계와 약점을 정확히 인식하고 주변 환경의 불리함을 역이용할 수 있는 지혜, 즉 개인의 자유·발전과 공동체의 평화·번영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연대의식(連帶意識)을 본능적으로 갖고 있다.
현재 지구촌에는 80억 명 이상의 인간들이 서로 다른 체제·가치관 아래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지구촌에는 인류만 있는 것이 아니다. 무려 1500만 종의 다양한 동물과 식물과 미생물이 공존·공영하고 있다. 그렇게 따지면 인류는 지구 생태계의 일원일 뿐이다. 국제사회가 제70차 UN총회(2015)에서 “빈곤 종식, 기아 해결, 건강·복지, 양질의 교육, 성평등, 깨끗한 물·위생, 지속가능한 청정에너지, 좋은 일자리와 경제성장, 산업혁신·인프라, 불평등 해소, 지속가능한 도시·공동체, 지속가능한 소비·생산, 기후변화 대응, 해양 및 육상 생태계 보전, 평화·정의 제도 구축, 글로벌 파트너십 활성화” 등 17개 현안을 인류공동의 목표(SDGs)로 제시한 것은 지구생태계의 미래가 더 이상 개별국가나 몇몇 강대국가들 간의 이해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난제들임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생명과 인간, 인간과 지구, 지구와 우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였다. 그러나 인류는 16세기 대항해시대, 19세기 산업혁명시대, 20세기 세계대전과 항공시대, 21세기 지식정보화시대 등을 거치면서 자기만의 세계관에 사로잡혀 자기 주변과 내면을 살펴볼 정신적 여유를 상실하였다. 그 결과 오늘의 지구생태계가 이 지경에 이른 것이다.
21세기 인류가 이런 위기상황에서 벗어나려면 어떤 덕목과 역량들이 필요할까. 우선,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새로운 인간상(人間像)이 제시되어야 한다. 한국인·미국인·일본인 등과 같은 국민정체성, 아시아인·유럽인·아프리카인 등과 같은 지역정체성, 황인·백인·흑인 등과 같은 인종정체성만으로는 부족하다. 이를 뛰어넘는 인류공동체의 정체성이 회복되어야 한다. 그리고 인공지능(AI)과 디지털 등 신기술이 지배하게 될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로 인해 또다시 인간이 소외되거나 노예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심리적·정서적·기술적 윤리가 시급히 확립되어야 한다. 특히 자신의 도움이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지 달려가는 개척자적인 마음가짐과 인류 공동목표의 해결을 위해서라면 어떤 환경에도 굴하지 않는 불굴의 의지가 필요하다. 매일매일 지구의 미래를 1초라도 생각하는 힘을 길러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