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필칼럼] 파리 올림픽과 아야 나카무라

2024.03.14 06:00:00 13면

 

오는 7월 26일은 올림픽의 막이 오르는 날. 이번 33회 올림픽은 창설자 쿠베르탱의 조국 프랑스에서 열린다. 파리의 열기는 벌써부터 뜨겁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오프닝을 장식할 가수를 선정했다. 지난 2월 말 프랑스 대통령은 엘리제궁에서 비밀리에 오디션을 마쳤다. 최종 낙점된 사람은 아야 나카무라(Aya Nakamura). 그녀는 1995년 5월 10일 말리 바마코에서 태어났다. 어릴 적 프랑스로 이민 와 패션을 공부했지만 노래로 전향해 Rn’b 스타가 됐다. 마크롱 대통령은 중요한 날에 그녀가 좋아하는 노래를 부를 것을 조언했고 그녀는 자신이 아주 사랑하는 에디트 피아프와 본인의 히트곡 ‘자자(DjaDja)’, ‘푸키’, ‘J날’ 등을 부를 것이다.

 

이 보도가 나가자 프랑스 극우들은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프랑스가 사라졌다”며 울부짖었다. 한 극우 단체는 파리 거리에서 “안 돼, 아야. 여기는 파리야, 바마코 시장이 아니란 말이야”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조롱했다.

 

극우정당 ‘르콩케트(Reconquête: 재정복)’ 대표 에릭 제무르도 지난 일요일 집회를 열고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미래의 아기들은 문화가 없고 아무것도 모르지만, 그들은 아름다움을 탐지하고 이 아름다움을 사랑할 것이다. (...) 그들은 랩, 람바다, 아야 나카무라를 선택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 중 91%는 모차르트를 고를 것이다.”

 

이 증오의 물결에 래퍼인 다주를 비롯한 많은 유명인이 SNS에 반응했다. “여러분은 초등학교 4학년 때의 논쟁으로 프랑스 최고의 아티스트를 린치하고 있군요. 전쟁도 아닌데, 이제 그녀는 노래해야 하고 우리는 응원할 것입니다”라고 적었다. 에마뉘엘 그레구아르 파리 제1부시장도 “이 비열한 공격 앞에 아야 나카무라를 전적으로 지지합니다. 그녀는 전 세계에 프랑스의 명예를 드높인 위대한 아티스트입니다”라는 말을 했다.

 

나카무라 자신도 반응했다. “여러분은 인종차별주의자는 될 수 있어도 귀머거리는 될 수 없지요.... 바로 이 때문에 여러분이 아픈 것이지요! 나는 각종 토론에서 큰 화제가 되고 있지만 내가 정녕 여러분에게 빚진 게 무엇인가요? 아무것도!”라고 태클을 걸었다.

 

엘리제궁이 나서서 쐐기를 박았다. “올림픽 개막식은 ‘프랑스 가치의 보편주의’를 반영해야 한다” 이민자 출신의 젊은 여성을 선정한 것은 프랑스의 다양성을 상징할 수 있다. 아야 나카무라는 프랑스를 넘어 세계적인 아티스트다. 2023년 그녀가 부른 ‘마케바(Makeba)’는 전 세계에서 4억 2900만 회 이상 청취됐고 TikTok에서 600억 뷰를 기록했다.

 

파리 올림픽 총감독 토마 졸리는 “프랑스는 에디트 피아프뿐만 아니라 래퍼 쥴과 성악가 나탈리 드세이도 있습니다. 다양한 음악 장르가 존재하지요. 프랑스는 치즈뿐만 아니라 프레첼과 쿠스쿠스도 있습니다. 정말 다양합니다.”라며 프랑스가 끊임없이 풍요로워지고 있음을 재차 강조했다. 극단을 차단하고 다양성을 지지하는 프랑스 정부, 작금의 한국정부와 너무 대조적이어 만감이 교차된다.

최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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