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는 생명을 키워내고, 바다 생물의 보금자리가 된다. 미역과 해파리, 산호초 등 각종 수중 생물들은 태초의 시간을 내포하고 인간에게 생명력을 전한다. 다양한 생물들에게서 출발한 신인류는 무한한 생명력과 새로운 모습을 띤다.
안산 경기도미술관에서 ‘수중 3부작(Underwater Trilogy)’을 주제로 한 전시가 열리고 있다. 경기도미술관과 IBK기업은행이 교류·협력해 신진작가 지원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마련한 수상작가전 ‘얄루, YALOO’다. 경기도미술관이 추진한 청년 작가 지원사업의 첫 번째 수상작가전이면서 작가 '얄루'의 첫 개인전이다.
전시제목 ‘얄루, YALOO’는 작가명이자 ‘대명사’가 돼 상징적인 예술가로서 자리매김하고픈 작가의 열망을 대변하는 고유명사를 나타낸다.
이번 전시의 ‘수중 3부작(Underwater Trilogy)’은 작가가 평소 흥미롭게 탐구하고 있는 주제다. 개인적 추억과 기억으로부터 출발해 인간과 생명에 관한 고찰로 나아간다. ‘호모 폴리넬라 더 랩(Homo Paulinella the Lab)’, ‘생일정원(Birthday Garden)’, ‘피클 시티(Pickled City)’ 세 작품은 탈인간주의 관점에서 인간과 비인간의 공존을 다룬다.
전시는 ‘못’, ‘문’, ‘루’, ‘비디오 아카이브’ 4개의 공간으로 구성된다. ‘못’은 작가가 연못에서 착안해 만든 작품으로 사각형의 테두리 안에 영상을 상영한다. 울릉도 해역의 갯민숭달팽이 등을 연구해 만든 영상은 도시 건축물과 인간의 신체 요소를 접목해 근미래 도시 정원을 상상하게 한다.
작가는 심해 속 생물과 인간의 공존을 꿈꾼다. 심해는 아름다움, 기괴함, 두려움, 경외가 섞인 공간이었고 무속신앙, 설화, 신화적 이미지가 구현된 다차원적인 공간이었다. 백제금동대항료 속 동물과 신선, 연꽃 등이 신비롭고 화려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 모습이 영감을 주었다. 관객은 실제 연못에 앉아 물을 들여다보듯이 테두리에 앉아 발 아래로 영상을 감상할 수 있다.
‘문’은 ‘못’을 지나 ‘루’로 향하는 거대한 설치 문이다. 철제 금속이 수직 구조를 이루며 사다리가 되는 ‘문’에는 하늘을 연상시키는 얇은 천들이 씌워져 있다. 전통 건축에서 문과 벽 없이 다락처럼 높이 지어진 집을 ‘누각’이라고 하듯 얄루 작가의 ‘문’은 높은 곳에서 다른 두 작품을 전체적으로 조망하는 장치가 된다.
‘루’는 ‘문’을 통과하면 마주할 수 있는 작품이다. 벽과 흰 천 두 화면에 영상을 비춰 겹치는 효과를 냈다. 빔 프로젝터에선 10분 길이의 영상이 흘러나오는데, ‘메타휴먼’에 관한 이야기다. 고구려벽화에 등장하는 괘불 보살님 모자의 머리모양을 차용해 미역인간의 머리 모양을 표현했고, 작가 자신의 얼굴을 스캔해 메타휴먼을 만들었다.
작가가 관심 있게 작업해온 신인류는 K-컬쳐가 국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기술다양성과 테크노오리엔탈리즘의 사이버 플랫폼을 폭넓게 활용해 완성했다. 환경문제와 식생활 변화, 팬데믹으로 본격화된 종의 위기의식은 신인류를 창조했다.
22일 열린 전시 ‘얄루, YALOO’ 개막식에서 얄루 작가는 “이번 전시는 기획 단계부터 긴밀한 대화를 통해 공간과 영상이 몰입되고 어우러질 수 있도록 작업을 했다”며 “4개의 공간에서 사운드와 영상, 전시 설계를 유의 깊게 보시면서 물속에서 유영하는 포스트 휴먼을 함께 살폈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고대 선캄브리아 시대부터 생명력을 간직한 바다와 기후위기와 환경 문제에 직면한 인류가 상상한 신인류를 만나볼 수 있는 전시 ‘얄루, YALOO’는 경기도미술관에서 6월 23일까지 계속된다.
[ 경기신문 = 고륜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