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8일부터 일주일간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는 열린 SXSW(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 2024에서 ‘특이점이 온다’(2005)의 저자인 세계적인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은 "2029년까지 인공지능이 인간수준의 지능에 도달할 것이다"고 단언했다. 지난해 11월 뉴욕타임즈 행사에서 엔비디아의 CEO 젠슨 황의 발언도 유사한 맥락이었다. AI업계의 큰 손들은 이제 5년내 인공일반지능(AGI) 시대의 출현을 가시화하고 있다. 이른바 ‘특이점 시대’의 도래이다. 지난해 주목받던 생성형 AI에 관한 관심이 올해는 콘텐츠형 AI로 옮겨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전에 AI가 세상에 미칠 파급력을 예측하고 대응플랜을 짰다면 오후에는 플랜을 수정해야 하는 상황이 도처에서 벌어진다. 특이점을 상상키도 전에 AI업계는 우리 일상의 질서를 새롭게 재편할 채비를 마친 듯하다. 3월 22일, 영국 기술매체 ‘The Register’는 1983년 ‘기술적 특이점’을 대중화한 SF작가 버너 빈지의 사망소식을 발빠르게 보도했다. 그는 마지막 순간 자신의 아이디어가 현실화되는 세상을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많은 이들이 AI 관련주의 등락에 촉각을 세울 무렵, ‘새 시대’에 대한 북한의 대응이 궁금해졌다. 북한의 ‘체제전환’기에 대한 숱한 선행 연구들이 무색하게 ‘기술전환’기를 먼저 맞이한 셈인데 그들에게 도래할 특이점 시대는 어떤 의미일까? AI기술은 북한주민 간의 틈을 벌려 개인화를 촉진시킬까? 혹은 정부의 대민 통제수단의 강화로 이어질까? 김정은 체제는 2013년 인공지능연구소의 설립 이후 과학기술을 통한 사회적 진보를 꾀하고 있다. 2020년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는 북한 내 85개 정부기관이 AI개발에 관여하고 있으며, 이 중 37곳은 새로 설립된 대학이라 보고했다. 팬데믹을 거치며 AI기술이 탑재된 제품도 상용화되는 추세다. 마스크 효과 평가, 감염증상지표 우선순위 설정, 원자로 안전유지 및 모의전쟁연습 등 다방면의 연구와 개발이 진행 중이다. 특히, 장마당 거래의 필수품이면서 주민 감시 목적으로도 활용될 수 있는 손전화기 ‘진달래 6~7’에는 지문, 음성, 얼굴 및 문자 인식기술이 탑재되었으며, 보안 감시 시스템과 지능형 IP카메라에도 AI기술이 적용된 바 있다. 최근 평양교원대학에는 AI로봇을 통한 교수법이 등장하였고, 모란봉구역의 의약품관리소 종합약국에도 AI로봇이 배치되고 있다. 디지털 경제와 군사분야에서의 활용도 눈에 띈다. 美 제임스마틴 비확산연구센터(CNS)는 2019년 이후 북한의 AI와 머신러닝 개발 노력을 디지털 경제 강화와 데이터 경쟁력 구축을 위한 전략적 투자 차원이라 분석한다. 국제사회가 우려하는 사이버전과 무인기 활용 분야에서도 나날이 역량을 확장하고 있다. 이는 AI기술의 이중 사용적 특성 즉, 혁신과 효율성을 추진할 수 있는 능력이 악의적인 목적으로 활용될 때 중대한 보안 위험을 초래할 수 있음을 암시한다.
경색된 남북관계가 야기한 대면접촉의 어려움과 정보부족의 틈을 어느덧 AI기술이 비집고 들어왔다. 국내 전문가들은 북한학술지를 AI기술로 분석해 키워드를 추출하거나 인공위성기술로 윗동네 경제형편을 유추하기도 한다. 곧 도래할 특이점 시대는 북한 주민들의 일상과 한반도의 지형을 어떻게 바꿔놓을까? 기술의 발전이 일상생활에 가져올 긍정적인 변화를 기대하되,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제약하는 방식으로 군림하지 않도록 경계하는 것은 비단 북한에만 국한된 일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