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자율학기제가 끝난 뒤 첫 번째 중간고사를 치고 나면 아이도 학부모도 혼돈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우리 아이는 분명히 초등학교 때 꽤 공부를 잘하는 편에 속했는데 점수가 왜 이러지.’ 초등학교 상담 때 담임 선생님도 분명히 잘한다고 말했으며, 종종 가져오는 단원평가지나 수행평가지를 보면 점수가 높은 편이었다. 중학교 첫 번째 시험이라 나름 준비도 했는데 기대 이하의 성적이 나온 것이다.
중학교 교사인 친구의 말을 들어 보면 첫 시험이 끝나고 상담을 요청하는 학부모들이 종종 있다. 우리 아이가 초등학교 때까지는 공부를 잘했다는 말과 함께 찾아오는 학부모들의 표정에는 당혹스러움이 엿보인다. 중학교에서도 초등학교 때처럼 어느 정도 이상은 해줄 거라는 기대가 깨진 것이다.
초등학교 때까지 상위권이었던 아이가 중학교에서도 상위권일 확률이 얼마나 될까. 학습 관련 다큐에 따르면 초등 우등생의 70~80% 정도가 중학교에 가면 평범한 성적의 학생이 된다고 한다. 열 명 중에 둘, 셋 정도만 기대에 만족하는 성적을 받고 나머지 학생들은 실망하게 된다고 하니 적은 숫자가 아니다. 왜 이런 결과가 나온 걸까.
아이들의 성적이 떨어지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학업의 양이 달라진다. 초등학교 6학년 교과서와 중학교 1학년 교과서를 펼쳐놓고 살펴보면 배워야 하는 지식의 양이 훨씬 많아진 것을 알 수 있다. 원래 공부에 큰 흥미가 없었던 학생이라면 여기에서 1차로 시련이 온다. 양이 훨씬 많아졌는데 초등 때처럼 공부하면 같은 성적을 유지할 수 없다. 양이 늘어난 것처럼 공부 시간도 늘어야 한다.
성적 하락의 두 번째 이유는 문해력을 꼽을 수 있다. 책을 꾸준히 읽어서 문해력을 키운 상태가 아니라면 교과서에 외계어만 잔뜩 쓰여있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초등 때 수업 시간이 40분이었던 게 중학교에서는 45분으로 길어진 데다 끝나는 시간도 늦어져서 힘든데, 알아듣지 못할 말만 끊임없이 나온다면 졸거나 멍하니 시간을 보내는 일이 늘어난다.
학습 부진 학생들의 인터뷰를 살펴보면 수업 시간에 교사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알아들을 수 없다는 반응이 가장 컸다. 집중하려고 노력해도 모르는 말만 나오니 집중할 수 없는 게 당연하다. 모르는 제 3 세계 언어로 매일 6~7시간씩 수업을 받는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불보듯 뻔한 게 아닌가.
마지막으로 평가 방식의 차이가 있다. 초등학교에서는 수학 정도만 단원 평가에서 객관식 문제를 내는데, 중학교에서는 중간, 기말 4~6과목을 평가한다. 이때 평균 점수가 50~70점 정도가 나오게 시험 문제를 낸다. 60점이 평균이니 이전에 80~90점 대의 숫자만 보던 학부모라면 낮아진 점수에 놀랄 수 있다.
초등 고학년 학부모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정석과도 같은 말이지만 아이가 문해력을 키우도록 많은 책을 접하는 환경을 만들고, 자기주도학습을 하면서 학원을 제외한 순 공부 시간을 조금씩 늘려가도록 도와주면 된다. 아이가 학습에 흥미를 유지하도록 적당한 학습량을 제시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 정도면 중학교 대비로 충분하다. 나머지는 아이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