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와 비장애의 경계를 넘어…전시 ‘PALETTE : 우리가 사는 세상 2024’

2024.04.11 13:40:40 11면

장애·비장애 예술인 13명 작품 전시…애니메이션, 단편영화 상영 등 연계프로그램도 진행
20일까지 화성시 소다미술관

 

자기표현의 수단인 미술은 장애인과 보호자에게 치유와 자유, 해방을 가져다주기도 하고 관람객에게 위로와 감동, 용기와 희망을 전해주기도 한다. 미술로 세상을 연결하고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사회가 어떻게 함께해야 하는지 고찰하게 한다.

 

화성시 소다미술관에서 장애와 비장애 예술가들이 함께하는 전시 ‘PALETTE : 우리가 사는 세상 2024가 열리고 있다. 올해로 3회를 맞는 전시는 사회 속 다양성을 존중하고 하나 되는 공동체를 추구한다. 13명의 장애·비장애 예술가가 사회 속 ‘관계’를 통해 서로 의지하고 보듬으며 살아가는 다양한 삶을 보여준다.

 

 

 

먼저 최명은 작가는 모여 있는 사람들을 그려 자신의 행복했던 기억을 풀어놓는다. 색을 섞지 않고 물감 본연의 색을 사용해 높은 채도로 그날의 감정과 감각을 표현한다. 작품 속 인물들의 이목구비는 모두 비슷한데, 이는 변화를 두려워하는 작가의 자폐적 성향을 드러낸다. 친구와 함께하는 즐거움을 전달한다.

 

권세진 작가는 버스를 분해한 설계도를 그린다. 자동차 등 기계를 구성하는 부품들을 시각적으로 분해하고 조립한다. 작가에겐 자동차 정비소나 버스 차고 등을 방문해 공부하는 것이 행복한 일상인데, 눈에 보이지 않는 세부 부품까지 자동차의 모든 구성 요소가 작가의 애정을 보여준다.

 

문지영 작가는 가족들의 평범한 일상을 화면에 그린다. 장애를 가지고 있는 동생과 암 투병을 하고 있는 어머니의 모습은 사회가 약자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장애 가족들의 실태를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장애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의지할 수밖에 없었던 ‘믿음’을 ‘어머니의 신전’ 연작으로 제작한다. 장애 가족의 어려움과 이를 지원하는 방안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 출연하며 대중에게 이름을 알리기도 한 정은혜 작가는 작가가 만난 사람들과의 관계의 행복함을 전한다. 작가는 만났던 사람들과 서로 안고 있는 모습을 그렸는데 작가가 좋아하는 따뜻한 느낌을 표현했다. 그림으로 상대방에 대한 감정을 담아내고 따뜻함을 전한다.

 

이외에도 후천적 장애를 갖게 돼 생긴 불편한 감각을 일상의 사물을 통해 번역한 라움콘의 ‘한 손 젓가락, 숟가락 그리고 포크’, 신체적이거나 정신적인 장애를 안고 사는 사람들에 주목하는 손종준 작가의 ‘Defensive Measure’, 일상 속 관계를 풍선이란 소재를 사용해 그래피티로 표현한 조영배의 ‘Dream’ 등이 전시돼 있다.

 

회화 외에도 'PALETTE X MOVIE' 프로그램에선 3편의 애니메이션과 1편의 단편영화를 상영해 일상 속 관계에서 오는 따듯함을 전하고 'PALETTE X BOOK'을 통해 꿈꿀자유&서울의학서적, 소소한소통, 오세이프 등 장애 관련 출판사들의 북큐레이션으로 장애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는 시간을 갖는다.

 

 

장동선 소다미술관 관장은 “이번 전시는 다른 누군가를 위한 전시가 아닌 우리 모두를 위한 전시”라며 “이번 전시를 통해 우리는 상호의존적 관계에 공감하고, 모두가 존엄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아름다운 동행에 대해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무심고 치나쳤던 장애에 대해 생각해보고 그들과 함께 공동체를 이뤄가는 방법을 찾는 전시 ‘PALETTE : 우리가 사는 세상 2024’는 오는 20일까지 계속된다.

 

[ 경기신문 = 고륜형 기자 ]

고륜형 기자 krh0830@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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