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미술관에서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아 추념전 ‘우리가 바다’가 열리고 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고 기억하는 동시에 예술을 통해 재난에 대한 사회적 상생의 방향을 모색한다.
참사 당시 합동분향소가 있던 안산 화랑유원지에 위치하며 단원고등학교를 마주보고 있는 경기도미술관이 안산의 지역공동체로서 10주기를 추념하며 재난의 상흔에 공감과 위로를 건네기 위해 기획됐다.
이번 전시의 주제는 세월호 참사 이후 슬픔과 고통을 내포한 ‘바다’다. 크게 재난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기억해야 함을 의미하는 ‘바로 보는 바다’, 재난을 겪는 사회에서 주변을 바라보면서 전해야 할 위로를 담은 ‘바라보는 바다’, 재난에 대해 모두가 고민하고 함께 이루어야 할 바람을 담은 ‘바라는 바다’ 3가지다.
전시엔 권용래, 김명희, 김윤수, 김준, 김지영, 무진형제, 리슨투더시티, 송주원, 안규철, 윤동천, 오로민경, 이우성, 이정배, 이진주, 전원길, 홍순명, 황예지 총 17인(팀)이 참여하며 회화·조각·영상·설치·사운드·사진·퍼포먼스 44점을 선보인다.
1층 전시실엔 윤동천의 ‘노란 방’이 있다. 세월호를 상징하는 노란색 리본 조형물과 말방울 소리가 있는 노란색 공간이다. 말방울 소리는 네팔 산악지대에서 위험을 알리는 수단이자 멀리 있는 말을 찾기 위한 소리인데, 미술관 안에 울려 퍼지는 소리는 누군가를 찾거나 잊혀져 가고 있는 존재들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2층 전시실엔 16명 작가의 작품이 이어진다. 안무가이자 댄스필름 감독인 송주원은 ‘내 이름을 불러줘’를 통해 세월호 희생자 304명의 이름을 작가의 몸짓으로 표현하며 추모한다. 희생자들의 이름을 직관적으로 알아볼 수 있게 팔꿈치, 손 등 신체의 일부를 이용해 한 자 한 자 써내려간다. 작가의 안무를 최대한 배제하고 1시간 35분 동안 희생자들을 호명한다.
안규철 작가는 관객 참여형 작품으로 공동체의 의미에 대해 질문한다. ‘내 마음의 수평선’은 수 천 명의 관람객이 직접 채색을 하며 작품을 완성시킨다. 관람객들은 작품 제작에 참여하며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공동체의 일원이 된다. 반짝이는 윤슬은 세월호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며 추모객의 감정을 표현한다.
참여 작가 중 가장 어리면서 세월호 참사를 직접적으로 경험하기도 한 황예지 작가는 개인의 서사를 바탕으로 재난을 기록한다. ‘안개가 걷히면’이란 작품을 통해 직접 찾았던 팽목항, 목포 신항, 단원고등학교, 화랑유원지 등을 사진으로 남긴다. ‘애도란 무엇인가’를 질문하며 감각을 넘어 현실적인 움직임을 촉구하며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에 대해 얘기한다.
이외에도 노란색 안료를 이용해 캔버스 위에 빛을 모은 권용래 작가의 ‘빛 속의 빛’, 세월호 희생자를 떠올리게 하는 ‘풍요한 부재’, ‘소풍날 아침’, 경계에 대해 고민하며 반복과 중첩을 통해 시간이나 공간을 드러내는 김윤수 작가의 ‘바람의 사원’, 16개 나무 기둥에서 나오는 소리를 채집하고 재구성해 예술로 위로를 전하는 김준 작가의 ‘마지막 시간, 다시 찾은 공간’이 전시된다.
또 세월호 참사 이후 사회적 재난을 사실적으로 기록해 구조적인 문제와 개인과 사회의 관계에 주목하는 김지영 작가의 ‘파랑 연작’, 2011년 동일본 대지진, 2017년 포항 지진 등 재난을 겪은 장애인들과 노인들의 인터뷰를 겪은 리슨투더시티의 ‘재난 이후’, 평범한 사람들의 삶에서 예술적 의미를 포착해 고전이나 신화를 재구성한 무진형제의 ‘풍경’을 볼 수 있다.
자연으로부터 찾은 소시를 통해 공동의 위로와 기억을 이어가는 오로민경의 ‘기억 위로 얻은 소리들’, 사라져가는 기억들 중 기억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를 질문하는 이우성 작가의 ‘밤 걷가 기억’, 추모를 위한 향을 피우고 그 재를 모아 추모객의 눈물 자국을 표현한 이정배 작가의 ‘얼룩’, 고여 있어 썩은 물로 사회적 아픔을 그린 이진주 작가의 ‘우물’도 세월호 참사를 추모한다.
세월호 선체와 진도 팽목항에서 흙을 채집해 그 흙에서 새싹을 키워내는 생명을 얘기한 전원길 작가의 ‘잊을 수 없는 별들’, 세월호 참사 이후 팽목항에서 모은 플라스틱, 어구 등으로 사건을 기억하려 한 홍순명 작가의 ‘팽목’ 시리즈도 참사를 기억한다.
12일 경기도미술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송주원 작가는 “처음 작품을 만들 때에는 1분씩 304명의 이름을 춤으로 그리는데 5시간이 걸렸는데, 춤을 줄이고 이름을 표현하는 데 좀 더 집중해 3시간에서 2시간, 1시간 35분으로 단축했다”며 “외양보다는 춤이 내포하는 추모의 의미가 깊다”고 제작 배경을 밝혔다.
황예지 작가는 “애도 다음이 무엇일까 고민했다”며 “참사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애도의 모양이 바뀌는데, 세월호 10주기를 맞은 지금 저보다 어린 친구들에게 세월호 참사를 알리고 기억하며 실마리를 얻고 안전에 대한 생각을 확장시키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전시 외에도 ‘4.16’ 공방에서 세월호참사 유가족들이 제작한 공예작품을 볼 수 있으며 오로민경과 김선기의 사운드 퍼포먼스 ‘기억 위로 얻는 소리들’, 김지영의 ‘작가와의 대화’, 이우성 작가의 드로잉 워크숍 등이 진행된다.
세월호 참사 10주기 추념전 ‘우리가, 바다’는 7월 14일까지 경기도미술관 전시실1-2, 프로젝트 갤러리, 로비에서 계속된다.
[ 경기신문 = 고륜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