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칼럼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우리나라 가구의 자산 구조는 다른 선진국에 비해서 부동산 비중이 높고 현금성 자산의 보유 비중이 낮다. 세금과 관련해서는 현금성 자산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으면 사망으로 인한 상속세와 같이 갑작스럽게 세금을 납부해야 하는 싱황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 외에도 사업에서 회계상의 손익과 현금 흐름의 시점 차이로 인해 법인세나 부가가치세 등의 납부에도 차질이 생기는 경우를 볼 수 있다. 회계상 이익은 큰 금액으로 발생했지만 수금이 늦어지거나, 발생한 이익금을 사업에 재투자해서 당장의 현금이 부족한 경우 등이 그럴 것이다. 세금을 내야 할 기한을 어기는 경우 지연 납부 일당 2.2/1만(년8.03%)의 금액이 납부지연가산세로 추징되며, 체납세액이 있는 경우에는 납세자가 보유하고 있는 재산에 대해 압류와 강제 매각까지 당하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납세의지와 역량은 있으나 당장은 현금 부족으로 곤란을 겪고 있는 납세자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의 배려를 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이를 위해 세법이 도입하고 있는 제도들이 몇 가지가 있는데, 물납과 분납, 연부연납, 그리고 징수유예와 납기연장 등이 그것이다. 오늘은 간략하게나마 이러한 세금 납부기한 완화 장치들에 대해 알아보자.
일반적으로 세금은 일시 납부가 원칙이나 국세의 경우 부가가치세를 제외하고는 납부세액이 2천만원 이하인 때에는 1천만원을 초과하는 금액, 납부할 세액이 2천만원을 초과하는 때에는 그 세액의 100분의 50 이하의 금액을 납부기한 후 2개월 (법인세는 중소기업을 제외한 일반 기업의 경우 1개월이며, 종합부동산세는 세금이 250만원을 초과하는 경우 납부기한이 지난 날로부터 6개월) 이내에 분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분납에 대해서는 별도의 과세관청의 허가나 납세담보 제공 등의 요건을 필요로 하지 않으며, 이자가 부과되지도 않는다. 그리고 물납은 국세 중에서는 상속세 및 증여세에 대해서만 허용되는 제도로서 부동산이나 유가증권과 같은 현물로 세금을 납부하는 것이다. 물납은 상속재산(증여재산) 중 부동산과 유가증권의 가액이 2분의 1을 초과하는 경우에 적용되며, 물납을 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세무서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한편 상속세및증여세법에서는 위에서 말한 분납보다 훨씬 더 기간을 연장하여 납세부담을 이연시킬 수 있는 제도를 두고 있는데 이를 연부 연납제도라고 한다. 세금 납부를 위한 재산의 환가과정에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 있고, 또 짧은 시간에 재산을 처분하게 되면 큰 금액의 가치 손실이 크게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에 장기간에 걸쳐서 세금을 납부할 수 있도록 만든 제도이다. 연부연납은 납세 금액 일천만 원 이상 등의 일정한 조건을 충족하고, 납세의무자의 신청에 의하여 세무서장의 허가를 득하여야 하며 납세담보도 제공하여야 한다. 연납기간은 가업 상속의 경우에는 최장 20년, 일반 상속의 경우에는 5년 이내이며, 연부연납에 따른 가산이자는 년 1.2%로 시중 금리에 비해 저렴한 편이라고 하겠다. 연부 연납을 하는 경우 물납도 병행할 수 있다.
그리고 사업자가 재해를 당하거나 매출 격감 또는 거래처의 파업 등으로 사업이 중대한 위기에 처한 경우에는 납기연장과 징수유예 제도를 활용하여 일정 기간 동안 세금을 납부시기를 일시적으로 늦출 수도 있다. 과거 코로나 19 팬데믹 시절에는 국세청이 선제적으로 나서서 이 제도를 통해 납세자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기도 하였다. 연장 기간은 만료일의 다음 날로부터 최대 9개월 이내이며 기한연장 신청을 위해서는 해당 세금의 납부기한 3일 전까지 세무서장에게 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사업여건에 제 때에 세금을 내지 못해서 생기는 문제까지 겹쳐서 고민이 더해지는 경우를 가끔씩 보게 된다. 지금 당장의 세금 낼 자금이 부족하다면 위에서 제시한 여러 제도들을 잘 활용해서 위기를 해쳐 나가는 것도 경영에서 중요한 수완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