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뉴스읽기] 군소정당과 한국의 민주주의

2024.04.24 06:00:00 13면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끝났다. 지역구 254석과 비례대표 46석으로 총 300명의 국회의원이 새로 뽑혔다. 비례대표 후보를 낸 정당이 38개나 되어, 해당 투표용지는 51.7cm로 역대 제일 긴 용지가 되었다. 당선인을 낸 정당은 국민의미래(1040만표, 18명), 더불어민주연합(757만표, 14명), 조국혁신당(687만표, 12명), 개혁신당(103만표, 2명) 4개에 불과했다. 당선인을 내지 못한 34개 정당이 얻은 표는 248만 1743표로 집계되었다.

 

유권자에 우송된 선거홍보물을 보니, 비례대표 후보 정당 중 14개 정당, 더불어민주연합, 국민의미래, 녹색정의당, 새로운미래, 개혁신당, 자유통일당, 조국혁신당, 가가호호공명선거대한당, 반공정당코리아, 국가혁명당, 새누리당, 소나무당, 자유민주당, 통일한국당은 홍보 유인물을 제작하였다. 공화당, 노동당, 노인복지당, 대한국민당, 대한민국당, 대한상공인당, 미래당, 여성의당, 우리공화당, 케이정치혁신연합당, 한국농어민당, 한나라당, 한류연합당, 홍익당, 이상 14개 정당은 유인물을 제작하지 않았지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 공약사항을 게시하였다. 나머지 10개 정당, 가가국민참여신당, 가락특권폐지당, 국민대통합당, 금융개혁당, 기독당, 기후민생당, 내일로미래당, 대중민주당, 신한반도당, 히시태그국민정책당은 홍보물도 없고, 선관위 홈페이지에 정당 이름만 있을 뿐 정책목록이나 설명은 찾아볼 수 없었다.

 

투표할 때도 자세히 보지 않았던 정당들의 이름을 일일이 써 보았다. 가장 낮은 득표를 한 신한반도당도 1580표나 받았다는 점이 새롭다. 대한상공인당, 한류연합당, 금융개혁당, 기후민생당 등 여러 당명들을 보니, 각 당의 정강이나 공약이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법관이자 정치학자였던 프랑스인 알렉시 드 토크빌(1805~1895)은 그의 저술 「미국의 민주주의」(1835)에서 정치적 자유란 바로 공공결사를 의미한다고 했다. 그는 유럽 여러 나라들과 달리 미국은 어떻게 민주주의를 성공적으로 정착시켰는지 알아보고자 직접 미국을 1년간 여행하며 연구하였고, 미국만큼 결사의 원칙이 수많은 목적에 성공적으로 이용된 나라는 없다고 분석하였다. 결사란 개인들이 모여 어떤 주의주장을 공공연하게 받아들이고 일정한 방식으로 그것을 전파하기 위해 계약을 맺기만 하면 이루어진다. 결사권은 언론의 자유처럼 여겨지며, 집회의 힘을 발산시킨다. 영국으로부터 들여 온 결사권은 미국에서 다수의 폭정에 대항하는 꼭 필요한 보장책이 되었다. 민주제도를 가진 나라라면 당파의 독재를 막기 위해 결사들이 꼭 필요하다고 보았다.

 

당시 프랑스는 성숙하게 자유를 누린 경험이 부족하여 결사의 자유를 단지 정부를 공격하는 권리로 생각하며, 자신의 세력이 충분해지면 폭력을 휘두르겠다는 의식이 깔려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미국에서의 결사들은 그들이 소수의 국민을 대표한다는 점을 인식하여 토론을 벌이거나 호소하는 방법으로 다수파 세력을 도덕적으로 약화시키고 다수파를 공격하기에 적합한 논거를 찾아내려고 했던 것이다.

 

이번 총선에서도 의석 수 할당을 유리하게 하려는 위성정당들이 만들어졌고, 군소 정당들이 난립하였다. 소수 정당을 보호하고, 정치의 다양성을 증진시키고자 도입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의미는 희석되어 버렸다. 여당과 야당이 주장하는 정책에 별 차이점을 느끼지 못한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무효표(130만 9931표)가 전체 투표수의 4.4%로 역대 최다를 경신한 것을 보면, 선거제도에 대한 실망을 무효표로 표출한 유권자도 있는 것 같다.

 

1800년대 미국의 민주주의를 분석한 토크빌의 통찰력을 한국에 조명해보자. 우리나라 군소 정당들은 미국의 민주주의를 견인했던 다양한 목소리로서의 결사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가? 그들은 선거 때만 출현하여 난립하는 후보가 아니라 거대 정당이 주도하는 일방적 정책에 대항하는 역할을 지속하고 있는가? 그리하여 비례대표제도의 취지대로 사회 각 분야나 전문 영역의 결사가 국회에 진출하여 의정을 펼치는 그런 정당으로 성장할 수 없는가?

심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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