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현장에서] 공립 학교 교사는 선진국에서 비인기 직업이다

2024.05.08 06:00:00 13면

 

얼마 전 수능 6등급을 받은 학생이 교육대학교에 합격했다는 기사가 났다. 이 사실은 전국 9개 교육대학교에서 입시 결과를 발표하면서 알려졌는데, 전국 교대에서 합격 점수가 전반적으로 떨어지는 현상이 두드려졌다. 지방 교대여도 1~2등급이 입학하던 시절과 비교하면 6등급을 받은 학생이 입학했다는 건 드라마틱한 변화다. 수능이나 내신 상위권 학생 중에서 초등교사를 희망하는 사람들의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공교육 교사직에 엘리트들이 몰렸던 건 경제 과도기에 있던 한국의 특이한 현상이었다. 이미 미국이나 일본, 프랑스, 스웨덴처럼 대륙을 막론하고 선진국에서 공교육 교사는 비인기 직업이었다. 낮은 급여와 과중한 행정업무, 교사 처우의 꾸준한 질적 저하가 낳은 결과였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서 교사의 질이 높다고 자부했던 한국도 이제 다른 선진국들처럼 공립 교사는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선진국에서 겪은 공교육 교사의 인기 저하가 어떤 결과를 불러왔을까. 학급 담임이 가정통신문을 못 쓰거나, 고학년을 가르치지 못하는 등의 해프닝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이 정도까지는 ‘학교에서 교사는 교육할 필요 없고, 보육이나 하면 된다’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는 큰 타격이 없는 내용이다, 실제로 교사가 공부를 못해도 인성 좋은 사람이 교사가 되는 게 낫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심각한 내용은 다음이다.

 

미국, 일본 등에서 공립 교사를 지원하는 사람 수가 줄어들면서 교사 수 자체가 부족해졌다. 미국은 초, 중, 고 교사가 20만 명 이상 부족한 것으로 알려졌고, 일본은 구체적인 숫자를 찾기 어렵지만 교사가 부족했을 때 일어나는 현상들을 찾아볼 수 있다. 말 그대로 교사가 없어서 교실에서 수업 진행을 못하고 자습을 하는 등 공교육의 기반이 흔들리는 모습이 나타났다. 또, 프랑스에서 공립학교 교복 의무화를 추진하는 이유를 살펴보면 공립학교의 규율 문제와 함께 교사 부족이 들어가 있다.

 

공교육에 교사가 좀 부족하고 수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게 무슨 대수인가,라고 생각할 수 있다. 공교육이 무너진 다음 나타나는 현상은 교육의 양극화다. 공립학교를 믿을 수 없으니 돈을 더 내더라도 사립학교나 국제학교에 입학시키려고 한다. 현재 한국의 이름있는 국제학교는 아이 한 명당 연간 3천만 원 정도를 지불하면 다닐 수 있다. 영어 유치원 연간 비용과 그곳에 다니는 학생 수를 생각하면 사립, 국제학교에 대한 수요가 어느 정도 인지 가늠해볼 수 있다.

 

공교육은 사립이나 국제학교에 입학하지 못하는 계층의 아이들만 남아 슬럼화된다. 미국 특정 주의 공립학교들은 슬럼화를 정통으로 겪고 있다. 한국도 머지않아 슬럼화된 공립학교를 맞이할 확률이 커졌다. 교대 입시 결과가 지난해보다 좀 떨어진 것뿐인데 너무 많이 나간 거 아니냐고? 다른 나라들이 우리보다 먼저 겪은 일이 있으니 미래 예측이 쉬울 따름이다.

 

아쉬운 건 이런 상황을 긍정적으로 바꾼 나라가 없다는 점이다. 공립학교 특성상 교사는 공무원이라 급여나 처우 관련 부분이 쉽게 변할 수 없다. 교사뿐만 아니라 고위 공무원들까지도 인기가 떨어지는 상황이니 공교육이라고 특별한 수가 있을까 싶기도 하다.

강유진
저작권자 © 경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흥덕4로 15번길 3-11 (영덕동 1111-2) 경기신문사 | 대표전화 : 031) 268-8114 | 팩스 : 031) 268-8393 | 청소년보호책임자 : 엄순엽 법인명 : ㈜경기신문사 | 제호 : 경기신문 | 등록번호 : 경기 가 00006 | 등록일 : 2002-04-06 | 발행일 : 2002-04-06 | 발행인·편집인 : 김대훈 | ISSN 2635-9790 경기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 2020 경기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kg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