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5주기를 맞아 여야는 ‘노무현 정신 계승’을 강조하면서도 서로를 향한 비난을 멈추지 않고 정쟁을 이어가면서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23일 오후 2시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진행된 노 전 대통령 15주기 추도식에는 정부 고위급 인사를 비롯해 여야 정치권 인사들이 대거 집결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본인 명의의 추모 화환과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을 보내 애도를 표했고 문재인 전 대통령 부부, 김진표 국회의장, 한덕수 국무총리 등이 참석했다.
정치권에서는 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준우 정의당 대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등이 자리했고 김동연 경기도지사, 박완수 경남도지사, 김영록 전남도지사 등 자치단체장도 추도식을 찾았다.
추도식에 앞서 정치권에서는 노 전 대통령의 정신을 계승해 정치 현안을 해결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황 비대위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당사에서 열린 비대위원회의에서 “노 전 대통령은 통합과 상생 정신을 강조하며 타협의 정치를 늘 강하게 주장했다”며 “당리당략보다 국리민복을 우선하는 정치풍토, 대결과 갈등이 아닌 대화와 타협으로 문제를 푸는 정치문화가 형성돼야 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도 자신의 SNS를 통해 “권위주의와 지역주의, 기득권과 치열히 맞섰던 노무현 정신이 있었기에 때론 퇴행됐던 우리의 민주주의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며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정치가 국민 삶을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을 포기하지 않았던 노무현 정신을 잊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거대 여야는 이처럼 노 전 대통령의 행보를 교훈 삼아 정치 발전을 이어가겠다는 메시지를 내면서도 서로를 탓하는 비난도 멈추지 않으며 날을 세웠다.
최민석 민주당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윤석열 정권은 노무현 정신을 짓밟고 대한민국을 ‘그들만 사는 세상’으로 만들고 있다”며 “거부권을 남발하는 고집불통 대통령과 대통령 거수기로 전락한 집권 여당은 권력을 사유화하고 민주주의를 무너뜨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도 추도식에 참석해 기자들과 만나 “노 전 대통령이 꿈꿨던 반칙과 특권없는 세상, 사람사는 세상의 꿈은 여전히 미완성”이라며 “우리가 함께 손 모아 만들어왔던 이 역사의 진전도 안타깝지만 윤석열 정권으로 인해 2년이란 짧은 시간에 참으로 많은 퇴행을 하고 말았다”며 정권 비판론을 부각시켰다.
반면 김민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노무현 정부 당시 17대 국회부터 제1당이 국회의장 제2당이 법사위원장을 맡으며 견제와 균형을 이뤘다”면서 “지금 거대 야당은 다수당의 권력으로 민의를 왜곡하고 입법 독재를 반복하겠다는 선전포고로 국회를 혼란의 소용돌이로 빠뜨리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어느 때보다 노 전 대통령이 바랐던 협치의 정신이 절실한 때”라며 “통합과 상생이라는 노 전 대통령의 뜻을 이어 22대 국회는 부디 민생을 위해 협치하는 국회가 되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온라인 상에서는 노 전 대통령을 추도하는 가슴 아픈 날에도 정쟁을 이어가고 있는 정치권에 대한 쓴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누리꾼 puti****은 “노 전 대통령을 기리기 위해 한자리에 모인 것은 고마운 일이지만 여야 정쟁으로 국민들이 많은 피로감과 피해를 보고 있다는 생각은 못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다른 누리꾼 skhw****은 “민생은 돌보지 않고 허구헌날 특검이니, 거부권이니, 반대만 외치고 정쟁만 하는 국회를 해산하라”고 비판했다.
[ 경기신문 = 고태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