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영금의 시선] 도덕적인 의사와 비도덕적 사회

2024.05.31 06:00:00 13면

 

의사는 하얀 가운을 입고 환자와 마주한다. 환자는 하얀 가운처럼 물들지 않은 순결한 마음으로 어떤 누구라도 평등하게 대해주기를 기대한다. 나와 마주한 의사는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의사이기를 바란다. 그래서 의사의 말은 한마디도 흘리지 않고 담는다. 작은 희망이라도 건지려고 착한 어린이가 된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지금은 더욱 그렇다. 피터지는 전쟁에서 적아를 가리지 않고 오직 치료에 집중하는 의사, 치료제 개발으로 서슴없이 자신에게 임상실험을 하고 피고름을 입으로 짜낸 의사는 얼마나 멋진가.

 

멋지기 때문에 의사가 된 사람도 있을 것이다.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의사가 되고 싶은 사람은 많다. 선호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어려운 과정을 거쳐야 하고 의사가 되었다고 완성되지 않는다. 누구나 의사를 믿고 병원으로 가지만 모든 병을 완치할 수 있는 것이 아닌 것처럼. 의사도 사람이기에 모두에게 평등할 수 없고, 그렇게 멋진 의사가 되기에 사회는 그렇게 도덕적이고 윤리적이지 않다. 사회는 국가라는 울타리를 벗어날 수 없고 국가는 필요한 이미지 만들기에 적극적이다.

 

나의 아버지는 이기심이 많다. 이기심 많은 사람이 하얀 가운을 입은 것부터 웃긴 일이다. 살기위해 선택한 직업이지만 즐거움도 있다. 즐거움이란 환자가 완치되고, 수술이 잘 되었을 때, 사람들에게 인정 받을 때를 좋아했다. 아버지는 공동체에 대한 애정보다 환자에 대한 애정이 더 많았다. 그럼에도 아버지는 의술을 넘어 국가와 사회에 인정받으려는 욕구가 강했다. 의술이 아무리 높아도 핵심 계급만 인정하는 시대에서 대물림되는 차별에서 벗어려 했다. 평생을 당원이 되려고 발버둥친 인생이라니. 의술에 집중할 수 없고 사회 인정에 시선을 두어야 한다.

 

요즘 북쪽에서 지성과 정성으로 가득한 미담을 쏟아내고 있다. 한 사람이 먼저 시작하면 대단한 일인 듯 과대 포장해 선전한다. 자발적이라고 하지만 따라가지 않으면 뒤처지는 것 같아 너도 나도 미담을 생산해 낸다. 몇 분안에 물건을 사지 않으면 행운의 기회를 영원히 잃을 것처럼 광고하는 것과 같다. 수요에 따라 만들어진 이미지가 국가와 사회에 따라 영웅이 되기도 하고, 악마가 되기도 한다. 방하수 소년에 이어 시대의 전형으로 창조된 안경실을 따라배우자는 메시지가 나오면 그만큼 그 사회에 지성과 정성이 필요하고 긴박한 것이다.

 

억지로 지성과 정성이 만든다고 만들어질까. 깨끗한 병원, 친절한 간호사, 배려 있는 의사의 말이 환자를 살린다. 좋은 의사를 만나 옳은 치료를 받으려면 잘 만나야 한다. 지금 피고름을 빨아내는 의사도 없고, 자신에게 임상실험을 하는 의사는 보기 드물다. 더 좋은 서비스를 받기위해, 건강한 내 삶을 위해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의사와 사회가 필요하다. 의사는 왜 도덕적이고 윤리적이여야 하는가. 의사를 마주하고 있는 국가와 사회는 도덕적인가.

위영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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