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환자들 "고객이 친구라던 DB손보, 의료자문 악용해 보험금 지급 거부"

2024.06.03 14:42:50 4면

"보험사, 유령의사 내세워 의료자문 악용…제도 폐지해야"
DB손보 "의료자문 아닌 주치의 소견 요구했으나 거절"

 

암 투병 중인 환자들이 DB손해보험을 비롯한 보험사들이 의료자문 제도를 악용해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고 있다고 호소하며 거리로 나왔다. 이들은 보험사들의 의료자문 악용 행태를 규탄하고, 금융당국을 향해 의료자문 제도를 폐지하라고 촉구했다.

 

DB 실손의료비 부지급 피해자모임(이하 디피모)은 3일 오전 서울시 강남구에 위치한 DB손보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보험사들이 의료자문 제도를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며 이는 국민건강보험 적용 체계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의료자문은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에 참고하기 위해 환자의 주치의가 아닌 다른 전문의사에게 의학적 소견을 구하는 제도를 말한다. 보험 소비자들은 보험사들이 의뢰하는 의료자문 소견서에 의사의 이름이나 소속 병원 등 구체적인 정보가 담기지 않았다며 '유령의사' 의료자문이라고 부른다.

 

보험이용자협회가 생명·손해보험협회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2년 보험금 지급 심사가 완료된 7414만 7916건 중 의료자문을 실시한 건수는 0.1%(7만 3765건)에 불과했다. 하지만 의료자문 실시 건수 중 보험금 삭감을 포함한 보험금 지급 거절 건수는 42.5%(3만 1322건)를 기록했다.

 

디피모는 "DB손보는 실손의료보험 입원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기 위해 유령의사 의료자문을 강제하고 있다"며 "(이러한 행태는) 의료법 및 국민건강보험법 적용 체계를 전면 부정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DB손보가 암으로 인해 진료받는 4기 환자의 입원보험금까지도 지급을 거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환자가 질병 발병 후 의료법 및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담당 의사의 진료를 받았음에도 (보험사는) 진료 내용을 의심하고 부정하며 실손의료보험 입원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고 있다"며 "이는 사후적인 방법으로 진료 담당 의사의 진료를 방해하는 것과 같다"고 부연했다.

 

이들은 "부산지방법원은 지난해 '보험사가 제출한 자문 의견서는 환자의 상태를 직접 경험해 가장 정확히 알 수밖에 없는 주치의 의견보다 우선할 수 없고, 조직검사 결과만 토대로 해 진료기록까지 포괄해서 진단 및 검증한 결과보다 부정확할 수밖에 없다'고 판결한 바 있다"며 유령의사 자문제도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건강보험법상 진료비와 실손의료보험 표준약관상 보험금 지급 사유는 같아야 하고 다른 경우 국민건강보험법을 따라야 하지만, 많은 보험사는 이러한 기준을 무시하고 유령의사 의료자문으로 얻은 회신서를 보험사의 면책사유에 해당하는지를 입증하기 위한 증거 자료로 사용하고 있다"며 "이는 명백히 부당한 행태"라고 강조했다.

 

디피모는 "DB손보는 '고객의 든든한 친구가 되겠습니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실손보험 계약을 하지만, 보험이용자가 환자가 되는 순간 손절하고 있다"며 "DB손보는 더 이상 유령의사 의료자문을 악용하지 말고 적법한 보험금 청구권자에게 실손보험 입원보험금을 즉각 지급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관련해 DB손보 측은 문제의 핵심은 의료자문 거부가 아닌 주치의 소견 거부 문제라며 반박했다. DB손보 관계자는 "의료자문까지 가지 않고 담당 주치의의 소견을 받아 보험금 지급 유무를 결정하겠다고 했으나, 계약자들이 그마저도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디피모는 이날 오후 보험사에 대응하는 암환우 모임(이하 보암모)과 함께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금융감독원 앞에서 유령의사 의료자문 폐지를 요구하는 집회를 이어갔다. 

 

디피모와 보암모는 "보험사는 의료자문에 동의하지 않으면 보험금을 심사 보류한다는 보험금 지급 거절 매뉴얼을 무한 반복하고 있다"며 "이는 생존을 위해 의사에게 진료받고 싶은 암투병 환자를 우롱하는 대기업 보험회사의 갑질이자 횡포"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보험사가 악용하는 유령의사 의료자문은 반드시 폐지돼야 한다"며 "금감원장은 보험사의 유령의사 의료자문으로 인해 암투병 환자의 진료받을 권리가 박탈되지 않도록 하라"고 촉구했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

고현솔 기자 sol@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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