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상의 시대, 사실적 아름다움 추구한 구상... ‘MMCA 기증작품전: 1960-1970년대 구상회화’

2024.06.10 08:59:33 10면

1960년-70년대 활동하던 구상회화 작가들과 사실주의 미술의 역사
이건희컬렉션, 동산박주환컬렉션 등 기증품의 의미 조명
9월 22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1960년대 이후 우리나라 현대미술은 추상화가 주류를 이뤘다. 사실적으로 있는 그대로를 묘사하는 구상회화는 뒤로 밀렸고 아카데믹한 그림들은 구시대의 미술로 여겨졌다. 하지만 구상회화는 이런 흐름 속에서도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며 한국회화의 토양을 다졌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우리나라 1960년-1970년대 구상회화의 역사를 다룬 전시 ‘MMCA 기증작품전: 1960-1970년대 구상회화’가 열리고 있다. 2018년대부터 2023년까지의 기증품 중 60-70년대 구상회화 작품을 전시한다. 자연에 대한 서정성을 바탕으로 자기 재현, 일상 등을 그린 33명의 작가 150여 점을 전시한다.

 

전시는 ‘1부 한국 구상미술의 토양’, ‘2부 새로운 의미의 구상’으로 구성된다. 1부에선 우리나라 구상회화 1세대 작가들의 활동과 목우회의 창립과 의미, 작품들을 살펴보고 2부에선 구상주의에 뿌리를 두고 비구상의 요소들을 받아들인 작가들의 활동을 살펴본다.

 

 

목우회의 창립은 해방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해방 전 서양화를 전문적으로 배울 수 있는 교육기관이 없었던 우리나라에서 미술가들은 일본에서 서양화를 유학할 수밖에 없었고, 귀국 후 일본의 서양화를 가르치게 된다. 해방 후 추상회화의 물결로 위기의식을 느끼자 1958년 이종우, 이병규, 김인승 등은 목우회를 결성하고 구상회화의 목소리를 냈다.

 

미술관 3층 '1부 한국 구상미술의 토양’ 섹션에는 이병규(1901-1974)의 작품이 전시된다. 이병규는 목우회의 창립에 참여한 작가로 안성에서 태어나 가와바타미술학교와 도쿄미술학교에서 수학했다. 유학 시기 습득한 자연주의 화풍으로 주변 인물, 온실의 식물, 설악산 등을 관찰하고 그렸다. ‘고궁일우(古宮一隅)’와 ‘창경궁 풍경’ 등이 사실주의 화풍을 보여준다.

 

이어 전시되는 작품은 도상봉(1902-1977)의 작품이다. 도상봉 역시 일본 도쿄미술학교 서양화과에서 수학하고 귀국 후 1930년 경신보통고등학교 미술교사, 1948년 숙명여자대학교 미술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주로 풍경과 정물을 그렸으며 조선백자를 예술의 영역으로 가져와 인물과 함께 그렸다. 정지된 상태의 사물에 부드러운 채색과 터치로 정감 있는 화풍을 구축했다.

 

 

4층으로 이어지는 ‘2부 새로운 의미의 구상’ 섹션에서는 윤재우, 윤종식, 장욱진, 박돈, 김영덕, 김태 등의 작가가 소개된다. 이들은 구상주의에 뿌리를 두고 아카데믹한 화풍에서 벗어나 구상의 새로운 활로를 모색한 작가들이다. 사실을 추구하되 인상주의의 빛의 효과, 후기 인상주의와 야수주의의 형태 왜곡을 보인다.

 

박돈(박창돈, 1928-2022)은 황해도 장연 출생으로, 1948년 해주예술학교 미술과 졸업 후 교사로 지내다가 1949년 월남했다. ‘새로운 의미의 구상을 지향한다’는 목표 아래 구상전(1967) 등을 창립했다. 돌아가지 못하는 고향에 대한 향수가 주된 정서이며 소녀와 아이, 석류, 말, 오리 등을 그리며 한국적 아름다움을 표현했다.

 

 

전시의 마지막엔 ‘MMCA 기증작품전: 1960-1970년대 구상회화’의 작가들의 활동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는 도표와 2023년까지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된 기증품의 작품과 종류, 의미를 살펴볼 수 있는 자료들이 전시돼 있다.

 

2023년 12월 기준 국립현대미술관의 소장품 1만 1560점 가운데 기증 작품은 6429점으로 55.6%를 차지하고 있으며 2021년 기증된 이건희컬렉션(1488점), 동산박주환컬렉션(195점)등으로 활성화된 기증 문화를 살펴볼 수 있다.

 

 

사실을 바탕으로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미술의 기본이 되는 구상회화와 1960-70년대 역사, 이들의 변주를 볼 수 있는 ‘MMCA 기증작품전: 1960-1970년대 구상회화’는 9월 22일까지 계속된다.

 

[ 경기신문 = 고륜형 기자 ]

고륜형 기자 krh0830@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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