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초등학교 시절 TV에서 아주 재미있는 미드(미국드라마)가 인기를 끌었다. 이름하여 “소머즈” 원제는 Bionic woman. “600만불의 사나이”의 여성판으로 초능력을 사용하는 특수 요원, 소머즈의 활약을 그린 내용이다. 내 기억으로 그 드라마의 마지막 회 정도 될 때 아주 흥미로운 에피소드가 나온다.
어떤 능력 있는 박사가 핵폭탄의 위험성에 대하여 인류에게 경고를 한다. 그냥 말로 하는 경고가 아니라, “앞으로 지구 어디서든, 어느 나라든 핵실험을 한 번이라도 하면 자동으로 자신이 설치한 어마어마한 핵폭탄 미사일이 발사되어 전 인류가 멸망할 것이다”라는 무시무시한 경고이다. 모든 나라가 혹은 위정자들이 경고를 귀 담아 들었다면 이 에피소드는 그냥 재미없게 끝나겠지만, 항상 이야기가 재미있으려면 누군가는 그 경고를 무시하고 핵실험을 한다. 그리하여, 박사가 설치한 핵미사일 발사 시스템은 자동으로 카운트 다운이 시작된다. 소머즈의 미션은 바로 이 카운트 다운된 핵미사일 발사 시스템을 중단시켜야 하는 중차대한 일이다. 항상 그렇듯이 시간은 촉박하고 미션은 어렵다. 이 핵미사일 발사 시스템은 박사의 연구동 캠퍼스 중앙에 설치되어있고 중앙 컴퓨터에 의해 작동, 보호되고 있다. 소머즈는 이 연구 캠퍼스에 침투하여 중앙 컴퓨터를 중지시켜야 하는 것이다. 중앙 컴퓨터는 침입자를 막도록 설계되어 있기에 소머즈가 캠퍼스에 담 넘어 들어가자 마자 방어 기재가 작동하여 소머즈에게 총격을 가하는 등 여러 장치를 작동하여 소머즈가 중앙 컴퓨터에 도달하지 못하도록 방어를 한다. 이 과정 중에 중앙 컴퓨터는 스피커를 통해 소머즈에게 말을 건다. “네가 중앙 컴퓨터의 정지 버튼을 누르고 싶겠지만 불가능 할 것이다.” “너는 그 중심에 도달하지 못할 것이다.” 등등 이런 식으로 소머즈와 중앙 컴퓨터는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 나간다. 나는 어린 마음에 “컴퓨터와 사람이 자연스럽게 대화를 한다는 것”이 참 신기했다. 물론 많은 액션, 재난 영화가 그렇듯이 결국 소머즈의 미션은 1초전에 성공한다.
그 후 어떤 과학잡지에서 이 주제에 관한 한 과학자의 글을 읽었던 기억이 있는데, “사람과 컴퓨터가 자연스럽게 대화를 하는 일은 우리가 살아생전에는 불가능할 것이다”라는 것이다.
그.런.데. 지난 5월 13일, 내가 어린 시절 신기하게 봤던 공상과학 같은 일이 실제로 이루어졌다. 바로 “ChatGPT 4-o”의 등장이다. Open AI가 기습적으로 발표한 챗GPT의 새 모델이다. 사람처럼 보고 듣고 말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이 사람과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장면을 보여줬다. 정말 놀라운 일이고 이 인공지능을 이용해 앞으로 우리의 생활 자체에 많은 변화가 이루어 질 것이 명약관화하다.
그런데 문제는 이 인공지능(AI)의 발전 속도가 너무 빨라서 인류 사회가 이것을 안전하게 어떠한 위험도 없이 잘 사용할 수 있을 지에 대해 준비가 덜 되어있다는 것이고 이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는 인공지능이 무슨 일을 할지 모.른.다.는 것이 가장 큰 위험 요소이다. 하여, 최근 AI기업의 전현직 개발자 직원 13명이 “직원들이 보복 걱정 없이 AI 위험성을 경고할 권리를 보장하라”고 촉구했다는 뉴스가 나왔다. AI 기술의 위험성을 담은 비공개 정보를 사회에 알려야 할 필요가 있는데 회사들이 내부 고발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계약을 체결해 의도적으로 억압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업들은 당연히 이윤 추구를 위해 위험성에 대한 제대로 된 감독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으니 이들의 촉구는 마땅하고 옳은 일이라고 본다. 문명의 이기를 이용한다는 것은 인류 삶에 보탬을 주어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 가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기업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간다면 이는 인류의 발전도 진화도 아닐 것이다. 오래된 미래의 작가 노르베리 호지의 글이 생각난다. “행복하지 않으면 진화가 아니다”. 그런데, 이 글을 쓰는 내가 아직도 사람으로 보이나요? ㅎㅎㅎ